사람 이야기를 함께 그리는 레이캬비크 사라 자매
아이슬란드의 추위를 녹이는 자매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공동작업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링로드를 따라 차로 레이캬비크 서쪽으로 한 시간 넘게 운전해도 생명체를 하나 보지 못했다. 홀로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된 것 같다.
일주일간 초현실적인 세상 같은 아이슬란드를 한바퀴 돌아 다시 찾은 레이캬비크. 따뜻한 사람냄새가 풍기는 종이인형에 이끌려 디자이너 아트샵 ‘스쿰마스캇'의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온풍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 쓸쓸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스쿰마스캇은 아이슬란드 주얼리와 스웨터, 조각, 도자기, 홈데코, 그림들이 전시된 소담한 상점이다. 패션 디자이너 에다, 비주얼 아티스트 겸 니트웨어 디자이너 도라, 악세사리 디자이너 알리스, 텍스타일 아티스트 아이리스 등 10여명의 예술가들이 공동출자해서 샵을 세웠다.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손님을 맞이한다. 단순한 상품판매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맞이해준 푸근한 인상의 사라는 닥종이공예처럼 종이를 붙여서 인물 작품을 만든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동생 스반힐더와 공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매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따뜻한 색감에 통실통실한 느낌의 초현실적인 작품이 많은데, 꼭 사람이 등장한다. 작품을 한 번 잘 살펴보라는 사라의 말에 집중해서 보니, 비슷한 얼굴이 반복적으로 보인다. 사라자매다. 웃음이 터졌다. 작품에는 우화 속 등장인물, 신문 가십의 주인공들이 칼라풀한 의상을 입은 자매와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요. 사람들은 세상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도 드러내놓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아요. 이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과 무의식 속에 머물러 있잖아요. 작가로서 내가 바라보는 인생과 삶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요. 그 경험을 이야기로 담아 의미를 만들어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위트있게!”
사라 자매는 여러 상황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 아니라 작품 속 상황, 감정을 담은 신체의 미세한 포즈와 색으로 그려내는 ‘침묵의 표현'으로 전달한다. 희노애락. 어둡고 숨겨진 욕망과 혼란, 해소되지 않은 갈등까지도 예쁘고 밝게 표현한다. 자매는 공동작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감성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자매의 작업 스타일은 다르다. 과감하고 두터운 터치와 섬세하고 얇은 터치. 그림, 사진, 파피에마셰를 콜라주로 사용한다. 공동작업은 항상 예상치 못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자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 타이거우즈가 백설공주와 골프장에서 골프치는 작품도 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력이다.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숨겨있는 작가의 유머코드를 찾다 보니, 외계행성에서 탈출해 무사히 가족이 있는 지구에 내려온 듯 따뜻함이 온몸에 퍼진다. 사라자매의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정서와 그 안에 담긴 스토리가 느껴진다.
겨울에는 해가 거의 뜨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새하얀 눈 밑에 갇힌 집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에 책을 읽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사라 자매는 어릴적 겨울이면 벽난로 앞에 엎드려 여름이 오면 칼라풀해진 세상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상상을 하며, 하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같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 작업들이 현재로 이어진건 아닐까? 매번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공동작업은 그 과정 자체가 자매에겐 즐거운 놀이였을 거다. 그래서인지 자매의 작품세상은 꿈을 꾸는 듯 동화적이고 칼라풀하다. 사라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동화 수업을 한다. 추운 겨울날 사라와 아이들의 그림수업은 난롯불을 켜놓은 듯 따뜻할 거 같다.
스쿰마스캇(Skumaskot): 레이캬비크 시내에 있는 로컬 샵이다. 10여명의 디자이너의 작품의 수공예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작가들과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수 있다.
주소: Skólavörðustígur 21a, 101 Reykjavík, Iceland
전화번호: +354 663 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