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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Mar 16. 2017

쿠바의 디바 메이비 목소리에 홀리다

음악이 넘실거리는 쿠바 아바나의 떠오르는 재즈 보컬



 ‘길거리에 춤을 부르는 음악이 넘쳐나는 도시, 아바나'. 쿠바 음악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과 아프리카 흑인 노예 이주로 스페인과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후에 미국 재즈도 받아들여 가만히 듣기보다는 춤을 부르는 음악으로 발전해 쿠바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 뮤지션이라도 된 듯 쿠바 도착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여행길에 음악이 함께 했다. 올드 하바나 숙소에는 하루 종일 동네 골목집 열린 창문과 문을 통해 쿠바 음악 쏜(son)이 흘러 들어온다. 아침상을 차리며 그릇 부딪히는 소리도 잠자기 전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가족의 대화도 라디오의 쿠바 음악에 얹혀 공기 중에 넘실거린다.

 '세계 100개 재즈클럽' 방문이라는 나의 프로젝트에 쿠바 재즈클럽이 빠질 수 없다. ‘에어비앤비 트립’을 통해 아바나 최고의 재즈클럽 ‘라 소라 이엘 꾸에르보 La Zorra y el Cuervo’에서 재즈 보컬리스트 메이비(Meiby)를 만났다. 시내 중심가 대로변에 빨간색 전화부스가 하나 있다. 시그니쳐 부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클럽으로 연결된다. 바 주인과 친구인 메이비 덕분에 긴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해서 무대 앞 특별석에 자리를 잡고 모히토를 주문했다.

 재즈클럽 특유의 어둑한 실내 벽면에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클럽 내부는 쿠바 시가의 짙은 연기와 향이 가득하다. 공연 시작 전 아바나의 대표적인 젊은 트럼펫 연주자가 자리에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줄리어드 음대 친구들이 쿠바에 여행을 와서 협연을 한다는데, 처음부터 드럼, 피아노, 첼로, 색소폰을 뚫고 트럼펫이 치고 나오면서 젊고 자유로운 즉흥 연주가 시작된다. 이 공간에서 지금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과 열정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연주자의 마음이 진하게 전달된다. 이어지는 잼 세션. 연주자가 클럽 안에 쿠바를 홀린 매혹적인 보이스의 디바가 와 있다며 무대 위로 초대한다. 옆자리에 앉은 메이비가 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가 묵직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쿠반 재즈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얀 레이스 원피스에 짙은 초콜릿빛 팔을 관객을 향해 뻗으며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매력적인 보컬의 합류. 쿠바 재즈 뮤지션의 사랑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의 인트로 장면이 마법같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관객들이 모두 재즈, 시가, 모히토, 쿠바에 취했다.


 메이비와의 쿠바 재즈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날 메이비 초대로 까사(쿠바 가정집)를 찾았다. 게스트는 LA, 뉴욕, 뉴질랜드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어젯밤 재즈클럽에서 만나서인지 어색함도 없다. 쿠바 여인과 사랑에 빠져 이주했다는 낭만적인 이탈리아인 집주인과 함께 쿠바 가정식 식사를 즐기면서 와인을 마셨다.


 어렸을 때 바쁜 엄마 덕분에 메이비와 여동생은 음악학교에 다녔다. 동생은 전문 가수의 꿈을 접었지만 메이비는 졸업 후 댄스학교를 다니고 댄서로서 공연단 생활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보컬 자리가 비어 가수로 전향했다. 쿠바 TV 의 보컬 경연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한 후 작은 명성도 얻었다. 언젠가 유럽에 머물며 노래 부르고 공연쇼를 기획하는 총괄 프로듀서가 되는 꿈을 꾼다고 말하는 메이비의 얼굴에 '리타'가 겹쳐 보인다. 매력적인 가수의 댄서 친구들이 까사를 찾았다. 식사 중간중간 메이비와 친구들이 식탁 앞 좁은 공간에서 노래를 부른다. 작은 거실에 꽉 차는 사운드. 메이비의 매혹적인 솔로부터 연인의 사랑을 노래하는 듀오 공연. 쿠바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춤. 친구들이 오늘 분위기에 맞는 즉흥 안무를 짰다며 즐겁게 룸바와 맘보 스텝을 밟는다. 어느새 식사를 하던 우리 모두 일어서 줄을 맞춰 서고 함께 스텝을 밟는다. 스텝이 서툴면 어떤가. 메이비와 친구들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왼쪽, 오른쪽으로 스텝을 밟고 턴을 외친다.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고 우리들의 끊임없는 웃음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메이비 덕분에 아바나 까사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즐기며 쿠바의 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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