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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Sep 21. 2017

여행은 해프닝: 테이블마운틴은 선블록 필수

자외선 차단제 안 바르고 선글라스만 쓴 채 1086m 산책 결과

 첫 직장 사장님의 배려로 한 달 휴가를 내고 혼자 대학원 졸업기념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2주간 사파리 버스여행 후 도착한 케이프타운. 동물의 천국, 마사이족이 사는 아프리카에 지중해 유럽 휴양지를 뚝 떼어 심은 듯 한 도시다. 안전 제일인 솔로 여행이라 이용법을 잘 모르는 현지인 대중교통 봉고차는 패스하고 걷거나 택시를 타고 돌아다녔다. 케이프타운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은 로빈섬, 테이블마운틴, 희망봉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빈섬에는 넬슨 만델라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이 18년간 수감된 감옥이 당시 물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흑백차별이 심하던 시절 정치인 수용소가 이젠 국립박물관으로 변신해 수감자 대신 관광객을 맞이한다. 


 희망봉은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곶인데, 하얀 포말이 치는 거친 파도 앞 희망봉  푯말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은 필수였다.  


 테이블마운틴은 8억 5천만 년 전 해저에서 솟아오른 해발 1086m 산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시내와 대서양이 한눈에 보인다.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려면 날씨가 허락해야 한다. 구름이 많이 끼면 케이블카를 운영하지 않는다. 몇 번 시도 끝에 하늘에 구름이 없다 싶어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열렸다. 당장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해서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 거울을 봤더니... 아뿔싸! 급하게 오느라 자외선차단제를 깜빡했구나. 작렬하는 태양 아래 1086m 고지에서 2시간 산책한 결과는 내 얼굴에 찐한 블랙 마스크를 남겼다. 선글라스를 벗자 눈가만 하얗다. 당시 유행하던 버커킹 와퍼 햄버거 광고가 생각났다. 수영 안경을 쓴 사람들이 숯불로 쇠고기 패티를 굽는 걸 가까이서 보다 불길에 놀라 수영 안경이 벗겨졌는데, 눈만 하얗고 완전히 새까맣게 그을렸다. 똑같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귀국 후 바로 대학원 졸업식이었다. 강의실에 등장하자 동기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졸업사진은 찍지 않았다. 찍지 못했다.


메인사진 출처: www.grandpitc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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