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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변 Feb 09. 2016

영화 캐롤(CAROL)

몹시 아름다웠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을 보고 왔다. 한창 밥 딜런을 좋아하고 있었을 때 감독의 전작 가운데 '아임 낫 데어'를 본 적이 있었고 아주 좋아했었다.


1950-60년대에는 내가 좋아한 요소가 아주 많다. 이를테면 구소련을 비롯한 냉전시기 공산권의 분위기도 아주 좋아할뿐더러 프랑스의 누벨바그라든지 영국의 비틀스, 밥 딜런이라든지 미국의 초기 로큰롤이라든지 하는 것들, 제임스 딘이 출연했던 '이유 없는 반항'도 재미있게 보았다. 캐롤은 떠올리면 머릿속에 레트로 필터가 씌워지는 듯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했고, 플롯도, 배우도, 미술적 요소들도 모두 아름다웠다.

보면서 영화 'HER'를 떠올렸는데 공교롭게도 루니 마라가 HER에도 출였했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루니 마라를 보고는 오드리 헵번을 떠올렸는데... 여하튼 내가 HER의 결말을 몹시 싫어한 나머지 그 결말이 잘 생각나지 않을 지경인데 (단 한 명에게라도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명시하지는 않겠지만) 캐롤은 일종의 '특수한' 사랑을 다루었음에도 싫지 않은 결말을 낸 것이 흥미로웠다.

위에서 특수하다고 쓰긴 했지만 처음에는 퀴어 멜로에서 퀴어를 특수하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고민했다.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는 그 '멜로'에 있어 서로의 성별에 관하여 고민하거나 갈등하는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서도 말이다! 물론 그것이 멜로 밖의 것(캐롤의 남편, 테레즈의 남자 친구 등)에는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이를테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공유가 윤은혜가 (여성임을 알기 전에) 남자라는 사실에 고민하며 내적 갈등을 겪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좋다 라고 하는 반면 캐롤에서는 그런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즉, 그 자신이 동성애자인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시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특수한가,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성별이 같은데, 혹은 한 때 돌아다니던 말처럼 성별이 같아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보니 성별이 같은데, 이런 식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멜로'에서 벗어난 외부(사회라든지, 영화에서는 양육권 분쟁과 같은)와의 관계에서야 비로소 '퀴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것.

그리고 토트 헤인즈 감독은 그 '멜로'를 있는 힘껏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다.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선이란, 무리하여 마치 사회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양 그려내는 것 보다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정말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말 한마디가 영화가 되는 배우인 것 같다. 그 품격을 너무 갈구한 나머지 관람 직후에 영화에 나왔던 케이트 블란쳇의 대사 몇 개를 흉내 내어 보다가 결국 내세를 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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