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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세일즈랩 이보원 Jan 11. 2019

B2B 영업의 기술 '구매 프로세스'

고객의 프로세스를 아는 영업

'알아서 잘' 하는 영업의 비밀은?


신입으로 입사해서 내가 한 첫 번째 질문과 이에 대한 상사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Q : 대리님 보고서 작성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 알아서 잘해봐


'알아서 잘'의 의미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 어렵거나 귀찮은 경우 ‘알아서 잘’이라는 대답을 하곤 한다. 여기에는 ‘어떻게 하던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세요’, ‘나는 잘 모르겠으니 일단 해보세요’와 같은 숨은 뜻이 들어있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편한 대답이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답을 들은 것이다. 방향성도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영업은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왜냐하면 고객은 ‘알아서 잘’하는 영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당신의 후배 사원이 시키기도 전에 업무 완료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고, 금요일에 보고해야 하는 자료를 목요일에 미리 만들어온다면 어떨까? 미운 놈 떡 하나 안 주고, 예쁜 후배에게 일을 더 가르쳐 주고 싶다. 


고객과 영업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나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업체들을 만나며, 구매 프로세스에 따라서 다양한 업무들을 처리해나가야 한다. 일정에 맞춰서 구매와 조달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영업이나 제조 등의 다른 부서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편하려면 영업이 ‘알아서 잘’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에 맞추어 미리 대응 준비를 하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론과 실전이 다른 이유는 실제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질문을 통하여 고객에게 물어보라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고객은 구매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질문에 답해주지 않으며, 업체를 가르치면서 키워나가는 인내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구매를 공략하기 보다는, 업체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이나 제조쪽을 공략해 보는 것이 좋다, 향후에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한 글을 쓸예정이다)


구매의 프로세스는 제품의 중요성, 가격, 납기, 개발 난이도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래서 영업은 기존에 납품하였던 제품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지금 내가 고객과 구매 협의 중인 제품은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쏟는다고 되지 않는다. 영업이 고객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할 때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시키는 일을 할 것인가, 먼저 제안할 것인가? 


고객의 프로세스를 예측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고객 대응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먼저 준비를 하고 고객에게 ‘RFI 대응 후 2달이 지났으니, 초도 샘플을 준비를 이번 달까지 하면 될까요?’ 정도로 제안하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 ‘저는 고객을 위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의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정확한 프로세스를 확인하고 나의 정보로 만드는 두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 - 제안 - 피드백'의 순서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수록 영업의 가치는 올라간다. 


고객에게 ‘이번 달까지 샘플 준비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제가 프로세스를 알고 있으니 먼저 준비하겠습니다’는 고객에게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영업과 고객은 이러한 업무적인 프로세스 사이에 믿음이 생기면서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정보들이 커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제대로 된 ‘가치제안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준비 단계에서 고객과의 신뢰는 업무를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것이다. 


파트너가 되기 위한 수준 높은 고객가치제안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생한 구매의 목소리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각각 이력이 다른 3개 업체(A, B, C)의 영업사원들과의 실제 대응 사례를 들어보자. 


인터뷰한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A회사의 영업은 일하기 참 편하다고 한다. 양사가 거래를 시작한 지 가장 오래되어서 고객사의 구매 프로세스를 잘 알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응자료 준비를 하기에 납기 차질이나 이슈가 적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경쟁 때문에 새롭게 발굴한 B업체는 자사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구매 담당자가 신경 쓸 부분이 많고 시간 투자도 많이 필요해서 일하기 불편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구매는 새로운 업체를 발굴함으로써 업체들의 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B업체를 키워서 함께 데리고 가려고 한다. 


가장 늦게 진입한 C업체는 상대적으로 업계에서 힘이 있는 기업인데, 고객사의 프로세스를 따르기보다는 자사의 프로세스를 주장하면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C업체를 계속 검토하고는 있지만, 최종 물량 배분이나 수주 성공률에서 C 업체는 앞의 2개 업체 대비 열세일 것이 예상된다. 


알아서 잘하는 영업은 고객의 프로세스를 알고 미리 준비하는 영업이다. 
고객을 편하게 만드는 것은 영업사원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차별화 중 하나이다. 


by 뷰세일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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