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0년 초반에 뱀파이어를 다루는 언더월드(Underworld)나 블레이드(Blade)와 같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두 작품에서 뱀파이어들은 인간의 피를 빨면서 젊음을 유지하면서 거의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린다. 지배 계층인 귀족 뱀파이어와 피지배 계층인 일반 뱀파이어들로 나뉘어 중세 시대의 지배 체제를 유지한다. 반대로 인간은 뱀파이어의 먹이가 될지라도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묘사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기술과 사상을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지만, 뱀파이어는 과거의 기술과 사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에 이른다.
왜 인간은 발전하고 뱀파이어는 발전하지 못했을까? 인간이나 뱀파이어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인간의 권력은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다. 권력을 움켜쥐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양보해야 한다. 40년 이상 장기 집권한 독재자들인 쿠바의 피델카스트로, 북한의 김일성, 가봉의 오마르 봉고, 알바니아의 엔베로 호자는 생명을 다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사상을 가진 다음 세대가 다시 권력을 이어갔다.
반대로 뱀파이어는 한 번 집권하면 그대로 유지한다. 새로운 사상을 가진 다음 세대가 나타나더라도 강력한 독재자나 귀족을 꺾을 수 없는 힘이 없으므로 쿠테다는 쉽지 않다. 뱀파이어는 처음 나타난 중세 시대의 모습 그대로 영생을 살아간다.
뱀파이어는 무한한 삶에서 새로운 사상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인간은 유한한 삶에서 새로운 사상을 발전시킨다.
사람은 유한한 삶을 살면서 변하지 않는다. 한 번 고착된 생각이나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쇠귀에 경 읽기"와 같은 속담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변하지 않는 사람이 유한한 삶에서 과거의 것을 가지고 사라지면 다른 생각을 가진 다음 세대가 새로운 사상을 실현한다. 새롭던 사상이 다시 과거의 것이 되고 다른 생각을 가진 다음 세대가 다시 나타난다. 이런 무한 반복으로 인류는 발전한다.
뱀파이어와 달리 인간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이유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술과 사상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각과 변화가 끊임없이 더해진다. 전 세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다음 세대가 해결한다. 인간이 지금의 현재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유한한 삶 때문일 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유한한 삶이 변화를 일으킨다.
뱀파이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유한이 무한을 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