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Apr 22. 2024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하다

마라톤 완주 달성

   필자는 2024년 4월 20일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하였습니다. 기록은 좋지 않아도 첫 마라톤 대회 출전에 완주를 달성한 것만으로도 필자는 매우 만족합니다. 아무도 필자가 완주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고, 필자는 마라톤 후 이틀이 지나자 체력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첫 마라톤에서 다른 부수적인 요인들로 인해 완전히 열심히 달리지 못했습니다. 다음 가을 마라톤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이 번 마라톤 대회 준비에서 완주까지의 여정을 간략히 정리합니다.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한 계기

   필자가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하게 된 계기는 2024년 2월 어느 날 노상 주차장을 관리하는 한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필자가 여의도의 노상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 한 아주머니가 절뚝거리면서 달려왔습니다.  


필자 : 천천히 오세요. 다리도 불편하신데? 
아주머니 : 네, 괜찮아요. 이번 주말에 마라톤을 완주해서 그런 거예요. 
필자 : 대단하십니다. 42.195Km를 걷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저도 달리기를 하지만, 아직 하프 마라톤 이상은 도전을 못했습니다.
아주머니 :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60대 할머니도 저랑 같이 완주했어요. 호호. 그냥 달리세요.


   아주머니는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고 어렵다고 생각만 하는 필자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필자는 그때부터 마라톤 완주를 준비하였습니다. 런지와 레그 프레스 등을 이용해 하체 근육 단련에 집중하였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프를 뛰면서 체력을 키웠습니다. 이 번 대회 내내 그만 달리고 싶을 때 그 아주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아주머니들도 할머니들도 완주하는 마라톤을 필자가 못할 리가 없다고.




여명 국제 마라톤 대회를 선택한 이유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뚝섬 한강공원 수변광장에서 열린 제16회 여명 국제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였습니다. 필자의 생애 첫 마라톤 대회입니다. 이 대회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중랑천을 옆에 두고 달립니다. 강을 바라보며 달리면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한강을 옆에 두고 달릴 기회는 좀처럼 갖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이유는 풀코스가 하프코스를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하프 코스를 달린 후 체력이 떨어진다면 하프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한 바퀴를 도는 마라톤 대회는 중간에 멈추더라도 무조건 걸어서라도 복귀해야 합니다. 이 번 대회는 편하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날씨

   마라톤 당일 아침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오후에 비가 올 예정이라 하늘은 밝게 흐렸고 바람은 없었습니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달리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8Km 지점을 지나면서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15 Km 지점 즈음에서는 신발과 양말이 젖었습니다. 비 때문에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도전할지 말지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20Km를 지날 무렵 비는 그쳤고, 체력은 충분했습니다. 비는 달리기를 포기해도 괜찮은 이유를 제공할 뿐입니다. 비에 적은 신발과 양말은 정말 좋은 핑계입니다.



한 달에 100Km 달리기 동료와 함께 

   지난 1년 간 '한 달에 100 Km 달리기' 동료들과 함께 달렸습니다. 이번 대회에 5 명의 동료 중에 2 명의 동료가 함께 참가하면서 팀명을 '한 달에 100Km 달리기'로 하였습니다. 필자는 동료들에게 풀코스 완주를 등록 전까지 설득하였습니다. 하지만, 2명의 동료는 하프 마라톤 완주를 달성하였습니다. 동료들은 오랫동안 달리기 위해 갑작스러운 무리한 달리기를 피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마라톤에 도전에 체력을 급격히 소모하거나 부상을 입는다면, 다시 달리기 위해 오련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목표는 달라도 함께 달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마라토너

   필자는 매 년 한 두 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지만, 풀코스 마라톤 대회는 처음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풀코스를 달리는 마라토너들을 처음 보았습니다. 막상 앞에서 달리는 마라토너들은 단거리 경주하듯이 달렸습니다. Sub-3을 위해 1Km를 4분에 완주하였고, 필자의 페이스를 약 2배 가까이 앞당겼습니다. 마침 마라톤 대회장에서 동료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가 87번째 마라톤 도전이라고 이야기했고, 필자 앞을 단거리 경주하듯이 달렸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필자가 배운 달리기 방법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단거리와 경주와 장거리 달리기는 주법이 다르겠지만, 어차피 Sub-3 또는 Sub-4를 목표로 하는 마라토너들에게 마라톤은  단거리 경주일 뿐이었습니다.



페이스

   필자는 첫 번째 하프 구간은 동료와 함께 6분 내외의 페이스로 달렸고, 두 번째 하프 구간은 혼자 달렸습니다. 후 반 하프의 31Km 지점까지는  7분 내외 페이스로 나머지는 8분 내외 페이스로 달렸습니다. 첫 하프 구간의 속도로 달린다면, Sub-4도 가능할 듯합니다. 페이스를 유지할 때 가장 부족한 것은 하체 근력이었습니다. 올여름 하체 근력을 더욱 강화하여 Sub-4를 목표로 할 예정입니다.   





마라톤 완주를 통해 얻은 세 가지 

   마라톤 42.195Km를 달리기 전에 알았더라면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는 법이고, 2024년 가을 마라톤 도전은 다를 것입니다.


1) 바세린, 그 쓰라림에 대하여

   30Km 지점을 지나면서 사타구니와 겨드랑이가 쓰라렸습니다. 팔을 앞 뒤로 흔들수록 겨드랑이가 털에 쓸렸고, 다리를 내딛을수록 사타구니가 쓸렸습니다. 30Km 지점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로 달려가 겨드랑이를 보였습니다. 간호사는 처방할 방법을 몰랐고, 운전사는 바세린을 발랐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셀린은 구급차의 상비약이 아닙니다. 그들은 바세린도 모르고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 초보자를 애처롭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필자는 달리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호기롭게 말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느낌처럼 겨드랑이가 너무 쓰라려 팔을 앞뒤로 흔들지 못했습니다. 팔을 옆으로 벌린 후에 사선으로 흔들었습니다. 달리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고 어깨가 결릴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10Km 정도를 더 달리고 나서야 무감각해졌습니다. 필자는 달리는 내내 '바세린'이라는 단어를 백 번도 넘게 외쳤습니다. 너무 쓰라려 나시가 아니라 티셔츠를 입었어야 했다고 후회하였습니다. 



2) 3000K 칼로리 그리고 파워젤

   20Km 지점을 지나면서 공복이 밀려왔습니다. 전 날 점심을 라면과 만두를 먹고, 7시에 밥 두 공기와 빵을 먹었습니다. 마라톤 당일 6시 반즈음 편의점에 들러 카스텔라 빵과 오렌지 주스를 마셨습니다. 9시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여 2시간이 지날즈음 공복을 느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라톤 전날 밤 8시 전에 탄수화물로 3000K 칼로리를 섭취하고 당일 아침에 바나나 2개를 섭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야 권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나이키 러닝앱은 정확히 2800K 칼로리를 소모하였다고 표시하였습니다.  


   권고를 무시한 대가를 혹독했습니다.  반환 지점에서 바나나 한 개가량을 허겁지겁 먹고 달렸고, 마라톤 주최 측에서 매 2.5 Km 마다 제공하는 음료수대에서 바나나 두 세 조각을 먹으면서 달렸습니다. 초코파이는 뻑뻑해서 씹기 힘들었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파워젤 봉지를 보면서 후회하였습니다. 저거 한 개만 가지고 왔어도... 파워젤 하나만 가지고 왔어도... 마라톤에서 공복과 싸우다니... 

3) 런지와 레그프레스

   36 Km 지점을 지나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호흡도 가볍고 심박수도 160 내외로 적당하였습니다. 단지 비에 신발과 양말이 젖어 발바닥과 왼쪽 발가락 하나가 아팠고, 털에 쓸린 겨드랑이도 아팠습니다. 달리기보다 다른 것에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36Km 에서 40 Km 사이의 페이스는 1 Km 당 8분 40초 정도였습니다. 계속 달리기엔 신경 쓸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페이스가 느려진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앞 허벅지의 근육이었습니다. 평소 런지와 레그프레스로 허벅지 대퇴사두근을 착실히 단련하였지만, 마라톤 후 알이 배거나 불편한 곳은 앞 허벅지를 차지하는 대퇴사두근이었습니다. 충분히 단련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런지와 레그프레스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4Km 정도를 걷다가 달리다가 하니 허벅지에 힘이 돌아왔고, 40Km 이후에는 페이스는 1분 30초 이상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기 좋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세상은 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