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Oct 22. 2019

달리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

  필자는 2013년 봄부터 직장 동료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꾸준히 중랑천을 달렸습니다. 공식적으로 10Km를 달렸고, 비공식적으로는 20Km를 달렸습니다. 중랑천을 자주 달리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합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천천히 달릴 때는 한 번에 10Km를, 빠르게 달릴 때는 5 Km를 달리면서 일주일에 평균 20Km 정도를 달립니다. 가끔 달리기가 힘들 때 스스로에게 달리는 이유를 물어봅니다. 뱃살을 빼기 위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바람 냄새가 좋아서.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창밖에 따뜻한 뜨거운 햇살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 즈음 나도 모르게 운동화를 묶습니다. 


   다리에 알이배긴 듯한 불편한 느낌이 좋습니다. 지난번보다 좀 더 강하게 달렸다는 증거입니다. 달리는 사람들은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오늘을 즐기는지도 모릅니다. 네발 달린 동물은 단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고, 사람은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빨리 달리는 것은 쉽게 극복할 수 없지만, 매일 조금씩 더 멀리 달립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조금 더 멀리 더 빨리 



땀에 흠뻑 젖은 몸이 느끼는 상쾌한 기분으로 평가한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오래 달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되자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더 멀리 더 빨리 달리기보다는 땀에 흠뻑 젖은 느낌이 좋습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좋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달리는 것은 오늘 달린 것을 평가하기보다는 기록하기 위한 것입니다. 매번 매주 매달 달린 거리를 기록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숫자보다 달린 후의 기분이 더 중요합니다. 상쾌한 기분이 다시 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기록이 아니라 기분으로 평가한다



수많은 생각이 사라지고 달리기만 남는다  

   달려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달리기가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달리는 사람들 중 아무도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달리기는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운동입니다. 또한, 달리기는 명상을 하듯 고민과 번뇌에서 벗어나기 좋습니다. 


   달리려고 발을 떼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오늘은 얼마나 뛸까? 사람들이 너무 많지는 않을까? 오늘 하루는 잘 보냈을 까? 실수를 한 것은 없을 까? 등등 오만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몸은 반복적으로 움직이지만, 머릿속은 우주만큼이나 복잡해집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즈음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숨이 차기 시작하면 수많은 생각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단 하나의 생각만 남습니다. 좀 더 달릴까? 여기서 잠시 멈출까? 견딜 수 있을까? 오직 달리기 생각뿐입니다. 천천히 달릴 때는 고민을 깊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빨리 달릴 때는 모든 고민과 번뇌를 잊게 합니다.  


달리기는 지루하지 않다 



달릴 수 없는 백가지 이유가 아닌 달리는 한 가지 이유

   달리기 싫은 사람은 달리지 않을 백가지 이유를 말합니다. 달리는 사람은 달려야 한 가지를 말합니다. 이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와 같습니다. 달리는 사람들은 하지 않을 백가지 이유를 찾기보다는 해야 할 한 가지 이유를 찾습니다. 오늘도 신발끈을 묶습니다. 창 밖의 날씨가 좋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단 한 가지 이유
창 밖의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논란이 아니라 진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