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가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두 달 전 오씨에서의 3년 생활을 정리하고 사막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지금 지내는 곳은 라스베가스의 호텔이 가득한 스트립에서 레드락캐년 쪽 방향에 거주지가 가득한 동네입니다.
이사를 하는 데 있어 마음의 결정의 기간이 6개월 정도는 걸렸던 것 같은데,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집을 내놓고 짐을 정리해 유홀에 가득 싣고는 저녁 운전으로 후딱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급하게 이사를 하고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적응하고 보니 벌써 시간이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떠난 곳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 대한 새로움이 늘 그리움을 이기는 것 같습니다.
이제 10월이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차분한 가을 냄새가 가득할 시기인데, 아직 라스베가스는 낮에는 여름처럼 뜨겁습니다. 낮에는 뜨거운 공기가 가득한데도, 멀리 레드락이 가득한 산들을 보니 마음이 뚫리는 기분입니다. 고층 건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하늘이 잘 보이고 덕분에 구름을 실컷 보고 있습니다.
라스베가스로 이사를 한 까닭은 직장도 아니고 가족도 아닙니다. 남편과 저 그리고 고양씨인 단출한 저희 가족은 라스베가스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이사를 왔습니다. 한국에서 결혼 후, 학교를 위해 LA로 이사를 한 후, 학교를 그만두고 기숙사에서 나오기 위해 오씨(오렌지카운티)로 갈 때도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그 동네에 정착했습니다.
오씨에서의 삶은 미국 정착을 위한 방향이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에서 취업을 하면서, 미국에서의 삶에 정착하고 이곳에서 살아가겠다는 준비를 시작하는 생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 집을 구매하고 삶의 모든 부분을 오씨에서의 삶에 맞춰 적응했습니다.
그 와중에 삶의 방향에 대한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오씨에서 삶을 일구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겠다는 우리의 생각은 난임에 다른 방향으로 재정비해야 했습니다. 오히려 난임이라는 진단은 저희를 좀 더 자유롭고 단단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살아야 하는가, 주중에는 집에서 일을 하고, 야근을 하고, 파트타임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오래된 집을 고쳐가는 생활이 계속되는 중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살고 있지 라는 물음은 떠오른 후에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더 많은 돈을 소비하며, 이곳에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은 점점 더 커져 집수리를 마칠 즈음에는 집이 우리는 붙잡아두고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에서 첫 집은 우리를 너무 포근하게 안아주었지만, 다달이 나가는 30년짜리 높은 모기지는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살기 좋고 집 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를 주는 동네, 떠나지 말라는 수많은 조언 속에서도 저희 부부는 결국 저희의 첫 집을, 오씨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넓은 미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넓은 지도를 펴놓고, 저희 부부는 저희가 방문했던 곳 중에 가장 좋아했던 곳을 찍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자이언 국립공원을 사랑하고, 남편은 요세미티를 저는 아치스 국립공원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언젠가 이 재택의 혜택이 끝이 나고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삶이 다시 시작되기 전, 주말에도 국립공원을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솔트레이크 시티, 모압, 라스베가스.....
그중에 라스베가스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씨에서도 4시간 정도면 방문이 가능해서 종종 지인들이 놀러 오면 함께 운전해서 다녀왔던 도시 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자이언 국립공원까지 2시간 반이면 차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데스벨리까지도 2시간 반, 그랜드캐년까지도 (노스림, 사우스림에 따라) 4시간 정도 걸리는 도시라 고양씨를 위해 집을 길게 비우고 싶지 않아 하는 저희를 위한 도시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트레이크 시티와 마지막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오씨를 떠난 첫 정착지로 라스베가스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국립공원들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라스베가스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라스베가스를 선택하는데 경제적인 이유들도 있었습니다. 라스베가스 속해있는 네바다 주는 주 소득세가 없습니다. 이사 전, 캘리포니아에서 내고 있던 주 소득세가 빠지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조금 경제적인 이득이 있었습니다. 오씨보다 저렴한 월세도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오씨에서 넓은 한인인프라를 가득 즐긴 저희가 베가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식을 쉽게 외식할 수 있는 것도, 많은 한인마트들도 포기해야 했지만, 그런 점들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좀차 거리를 좁혀온 친한 부부들과 고양씨를 믿고 맡길 수 있었던 병원 등, 떠난 곳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고 보니, 저희는 베가스에 푹 빠진 가족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사막의 열기도 해질 때의 레드락을 보고 있으면 다 잊게 됩니다. 이른 아침 레드락 주립공원으로 가 트레일을 걸으며, 햇빛에 비치는 거대한 붉은 사암을 보며 이 사막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습니다.
이 변덕스러운 마음이 또 언제 새로운 도시로 우리를 이끌지 모르지만, 이곳에 사는 동안 사막을 만끽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