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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슴 Nov 30. 2023

후모톳바라 아세요?

후지산 앞 캠핑장에서 하룻밤

2023 10월 갑자기 떠나게 된 도쿄

할로윈도 있고, 디즈니씨도 가기로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못한 무용담을 쌓을 소재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해외에서 백패킹에 도전해보기로. 아직 3개월차 초보 백패커지만 남들 안 해본 일 해보는 게 더 중요해...



일본 내에서도 캠퍼들의 성지라고 불리며 광활한 후지산 뷰를 자랑하는 후모톳바라 캠핑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도쿄는 17년도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온 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그 당시에 구글 지도에 추가해둔 맛집들 중에 폐업한 곳이 꽤 보였고, 그 와중에 새로 오픈한 명소들도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캠핑을 위한 체력을 남겨두기 위해 알차게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즐긴 도심 여행은 새로움을 즐기기 충분했다.



도쿄의 도시 광경은 쭉쭉 뻗은 직선과 산이 없어 막히지 않은 시야가 특징이다. 산과 언덕 덕분에 곡선이 많은 서울과는 다른 느낌.



캠핑장에 가기 전 3일 동안은 레인보우 브릿지 뷰 스파가 있는 호텔에서 호캉스도 하고, 디즈니씨도 갔으며 밤에는 할로윈을 즐기기도 했다. 이 부분은 주제가 아니므로 이 정도로 갈음!



드디어 후모톳바라로 떠나는 아침이 밝았다. 그런데 전날 디즈니씨에서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탓에 발바닥이 쪼개질 듯이 아팠다. 심지어 여행 내내 맑던 하늘이 딱 그날 아침에만 비가 오더라. (사실 포기하고 그냥 다시 호텔 잡을까 했음. 도쿄만 해도 못간 곳이 너무 많았기에) 그래도 후지산 앞에서 백패킹할거야! 라고 온 동네에 떠들고 다녔기에 안 가기엔 너무 부끄러웠당.


후모톳바라 캠핑장을 가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루 세 번 9시, 12시, 2시에 운행하는 버스를 타겠다는 목표로 후지노미야역, 가와구치코역, 신후지역으로 기차를 타고 해당 역에서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나는 신칸센을 타고 신후지역에서 환승하는 루트로 결정.



하지만 흐렸던 하늘은 후지산에 다가워 질 수록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역시 (올해 한정) 날씨 요정 솜씨 기가 막힌다.



기어이 도착했다. 여행 내내 족쇄같이 함께 하던 15킬로짜리 나의 짐. 저 카일 백팩 절대 추천은 못하지만 정은 들었음.


가이라인 빡세게 박아서 피칭도 완료. 후지산 자락이라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분다. 밤에는 텐트가 날아갈까 여기저기서 팩 박는 망치소리가 쾅쾅 거렸는데, 그 소리마저 좋더라.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후지산. 결국 왔기에 드는 생각이겠지만, 포기하고 안 왔다면 정말 후회했지 싶다. 높은 산 봉우리에 걸쳐서 오가지 않던 구름마저도 끝끝내 걷히고 자몽색으로 물든 만년설을 보니 쪼개질 듯 아팠던 발바닥도 싹 다 나은 기분이었다. (진짜 낫진 않음)


후모톳바라 캠핑장의 장점은 함께 운영하는 식당 음식들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점인데, 피칭이 늦은지라 사슴고기버거는 먹지 못했도 오뎅바의 오뎅과 콜라로 저녁을 대신했다.


다이콘 이찌 타마고 이찌 고레 이찌 고레 이찌 고레 이찌 로 받아낸 오뎅쓰.



매점에서 후모톳바라의 맥주와 푸딩도 사와 먹어봤는데 둘다 너무 꿀맛. 푸딩은 정말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배 두둑히 채우고 새로 산 그립스와니 장갑을 끼고 불도 피워본다. 근데 불길이 너무 쎄고 방염포도 없어서 물 뿌리고 다 꺼버림 (ㅋㅋ) 그리고 텐트로 들어와서 꿀같은 단잠. 거짓말 아니고 일본 여행 중 최고의 꿀잠이었음.


다시 잠에서 깨고 나니 해는 다 져서 밤이 되었고 무시무시한 바람과 사람들의 허둥지둥거리는 망치 소리가 들렸다. 뭐 내 텐트는 작은 만큼 바람의 저항도 많이 받지 않아서 평온했음(은 아니고 바람에 폴대가 막 넘어가긴 함)


넓은 캠핑장 밤 산책을 시작.


정확히 보름달이 뜬 이 날은, 달빛때문에 은하수를 볼 수는 없었지만 구름한점 없이 청명한 하늘에 달과 산만 보이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자판기에서 달달한 주전부리 뽑아먹고 다시 기절. 일출 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해두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캠핑의 순간은 모닝커피와 아침 산책. 이슬이 잔뜩 맺혀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텐트에서 모닝콜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어두운 아침 후지산 멀리서 어스름이 밝아온다. 서둘러서 커피 내리긔!


이미 꼬질꼬질한 스탠리 쿠커와 새로 영입한 스노우피크 컵이 수고해주셨다. 커피는 전날 알펜도쿄에서 구매한 드립백으로.


히히 바로 이거거덩. 사실 너무 정신없이 준비하고 온 캠핑이라 진짜 다녀온게 맞나 아직도 헷갈린다.(는 MSG) 맛이 없을 수 없는 모닝커피를 마시며 산멍을 때리다보면 후지산 뒤에서 해가 오른다.


일본 오기 전 부터 꼭 찍어야겠다고 상상했던 구도도 찍어보고.


해가 점점 오르니 아침 안개가 신비로워 보인다.



후지산 원툴인 캠핑장은 결코 아니기에 여기저기 살펴보면 어딜 찍어도 이쁘다.



체크아웃 전 어제 먹지 못한 사슴고기버거로 아침식사 해결. (후지산 원툴 아니랬으면서 사진마다 후지산 걸치게 찍는거 보소)


그리고 다시 떠날 시간. 나 꼭 체력 관리 잘해서 다시 올게 따봉후지야 고마워!




그리고 미련 남아서 역가는 버스에서 사진 계속 찍음...


꼭 다시 오고 말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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