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새로운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 멀리 움직이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간대에 찍어보면 어떨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일출 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사실 전날 나가려고 했는데 아침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날이 두 번째 도전. 이번에도 안 나가면 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때까지 새벽 사진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을 것이란 장담을 할 수 없었기에, 무작정 일어나서 눈꼽만 떼고 나왔다. 겨울 아침 7시 30분. 해는 이제 뜨기 시작했지만 거리엔 이미 사람과 차들이 제법 돌아다니고 있었다.
코 끝이 시린 새벽 공기 속을 거닐면서 동네 풍경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익숙함 속에서 낯선 것들을 찾아.
건진 사진은 별로 없다. 빛이 애매한 곳에서 노출 컨트롤은 역시 어려웠다. ISO가 높아져서 모든 사진에서 노이즈가 심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해질 때와는 다른 동틀 때 하늘의 색감. 겨울이면 더 거침없이 뿜어대는 지역 난방 공사 굴뚝의 김.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한 번 쯤 가보고 싶게 생긴 클라이밍 센터까지.
비록 좋은 사진은 못 건졌더라도 시린 손 비벼가며 사진을 찍고, 마무리로 맥모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니 아주 짧은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 세상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져있지. 공간을 바꾸기 어렵다면 새로운 시간으로 여행을 가보는 것도.
<5. 왜 수동으로 찍어?>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