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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태형 Oct 01. 2021

자연스럽다

‘자연’과 ‘~스럽다’

‘자연스럽게 해 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차라리 명확하게 설명이라도 해주면 그대로 하면 될 텐데, 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밖에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명하기에 어렵지만, 입 밖으로 내기는 한없이 쉬운 것. 자연스러움.


자연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흔히들 떠올리는 것은 산과 바다, 강과 하늘 정도이다. 맑고 깨끗한 것, 생명이 흘러넘쳐 당장이라도 역동할 것 같은 싱그러움에 대해서.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그게 맞다. 그것은 자연이 맞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일부분. 단면이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표현한다. 영장이라는 단어 중 ‘장’은 우두머리를 뜻하는데, 탁월함의 의미가 아닌 이끈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 흥미롭다.

확연하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르다. 동물은 생태계에 존재하지만, 사람은 생태계를 만든다. 동물은 지구에서 생존하지만, 사람은 지구를 소유한다.

아무리 모든 생명이 똑같이 중요하다 한들, 사람이 가장 뛰어난 존재임은 틀림없다. 반박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자연’이라는 단어의 편견을 마주할 수 있다. 자연은 풀이나 물, 동식물 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 만든 것을 제외한 나머지’이다. 세계에서 만물의 영장을 분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람의 단어인 것이다.

자연은 단어 ‘자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스럽다’라는 단어로 파생된다. 이는 영어에서도 그렇다. Nature와 Natural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과 ‘~스럽다’가 만났다. 여기에 자연의 뜻을 풀어써보면 ‘사람이 만든 것을 제외한 나머지스럽다’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다’는 뜻이 된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생각의 시간을 내달라. 직접 생각해봐야 알 수 있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자연물에게 한 적이 있는가?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에게, 나무에게, 나비에게, 바다에게 이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가 말이다.

바다는 자연스러울 수 없다. 바다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수 없다. 자연은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아닌 것 만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사람만이. 사람이 만든 것 만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사람은 자연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나 자연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다’

과하게 뛰어났기에, 이질적인 존재였기에. 스스로를 세계로부터 분리시켜버린 인류의 단어.

사실은 외로워서, 함께 하고 싶어서 수없이 되뇌지만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참으로 슬픈 단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부자연스러운 단어이다.


자연,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다시 자연이고 싶다.




유태형입니다.


저는 출판 경험이 있습니다. 자기계발서 ‘가지고 싶은걸 가져요’의 작가입니다.


원래 자기계발서를 낼 생각은 없었는데, 출판 과정에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에세이를 꼭 써보고 싶었는데요.


버킷리스트 ‘책 내기’에 줄을 긋고 나서, 다시 현업으로 돌아와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전 자료들을 정리하다 보니 열심히 준비했던 에세이 글들이 보이더랍니다.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훌륭하고 파격적인 글이 아닐지라도. 내가 낳은 글. 나의 온도, 주파수에 딱 맞는 그 글들이 그렇게 예뻐보이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이제는 아무런 욕심 없이 하나씩 꺼내놓으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시리즈의 이름은 '냄비받침'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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