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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구 Oct 23. 2019

고민

좋아하는 브랜드와 해야하는 브랜드

저는 브랜드를 참 좋아합니다.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으레 '아, 저 사람은 뭔가 힙하고 비싸고 뭐 그런거 좋아하나보다' 와 같이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아마 브랜드라는 단어가 상표(Trademark)와 혼용되어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해서일 것 같은데, 실제로 저는 힙이나 고급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브랜드도 한정적이구요.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정의해본다면 ‘사용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브랜드’ 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IT비즈니스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업으로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예정입니다.

돈을 버는 직업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해서인데요, 브랜드 마케터에게 ‘스스로가 좋아하는 브랜드’ 를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사실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에 입사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또는 직접 만들거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일단 그런 기회가 드물기도 하거니와, 설령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여느 직장인들과 같은 여러 말 못할 이유로 인해 그 일을 잘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경우 '해야하는 브랜드' 의 범주에 속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했던 브랜드가 해야하는 브랜드로 변할 수도, 애초에 그냥 해야만 하는 지긋지긋한 브랜드였을수도 있구요.


그렇지 않기 위해 내가 내 일과 브랜드를 사랑하려면 얻을 수 있는 보람과 만족이 필요할테고, 저는 그 보람과 만족이 아래 세 가지에서 기인하는 편입니다.


1)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2) ‘사용자에게 긍정적이고 더 나은 경험을 주고 있거나 노력하고 있으며’

3) ‘내가 그 경험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순수한 의도로 긍정적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주식회사가 소유한 브랜드' 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주식회사에는 (뭐 굳이 주식회사가 아닌 영리 목적을 지닌 단체라면) 사업 계획이라는 것이 있고, 사업 계획은 숫자로 대변되는 현황과 상승곡선만을 그리려 노력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업 계획, 더 정확히는 매출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는 브랜딩은 다수가 '좋긴 좋은데 지금 하기엔 좀' 이라는 평을 듣기 쉽습니다.

‘듣기에는 예뻐보이고 그런 활동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그게 돈을 벌어주나?' 에 대한 것이 되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보통 브랜딩의 강도는 '오너 또는 오너쉽의 결단과 의지' 에 정비례한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게만 표현하면 마치 '브랜딩' 이 매출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요식행위처럼 들릴 듯 한데요, 브랜딩이 올바른 방식으로 잘 정립만 된다면 반드시, 무조건 도움이 됩니다.

브랜딩은 결국 '인식' 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고, 좋은, 긍정적인 인식은 당연히 매출에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비슷비슷할 경우, 인식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IT서비스는 더욱 그런 편입니다.

출시되는 서비스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대부분이 비슷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주기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랄까요.

그 다홍치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하고도 일관된 행동과 목소리를 통해 차곡차곡 쌓이는, 누적된 활동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범위도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IT서비스에서는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전체적으로 함께 설계할 수도 있고, 또는 마지막에 사용자들에게 보여질 몇 줄의 문장이나 디자인에만 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인식을 잡아나가기 위해 서비스 자체에 조금씩 변화를 줄 수도 있고, TV광고만 열심히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을 다잡아주기 위한 가이드를 작업할 수 있지만, 그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나몰라라 할 수도 있고요.

사용자의 니즈는 들여다보지 않은 채 매출 올릴 수 있는 프로모션만 열심히 기획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들이 누적되면 '인식'이 되고, 그게 '브랜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새나갔습니다.

사실 적어보고 싶었던 생각은 '좋아하는 브랜드' 에서 일하는 경험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그걸 적을 수 있다는건 그런 경험을 가졌다는 것일텐데,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런 경험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다음엔 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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