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현구 Aug 07. 2020

나를 잃지 않는 것

그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흐려진 내 모습을 보다

최근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인턴분들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일이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선발된 약 50여명의 인턴분들을 실제로 뵙는 순간 그간의 고생이 (과장을 조금 보태) 눈 녹 듯 사라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눈을 녹여준 온도는 재기발랄한 에너지도, 호기심 넘치는 질문들에서도 전해졌지만, 가장 좋았던건 '모두의 반짝이는 눈' 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눈이 반짝인다' 라는 말을 가끔이지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반짝임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빛났던건 조금 문제였단 생각도 들지만. ㅎㅎ 인턴분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예전의 저를 발견하게 된달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요,

반짝이는 눈 속엔 아직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많은걸 흡수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잘하고자 하는 열망 등 참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짝임들은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정말 본질적이고도 순수한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벽에 부딪힐 수록 그 반짝임은 점점 흐려지고, 현실의 무게에 그 빛이 희석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물론 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스스로의 반짝임을 가장 크게 희석시키는 일은 '내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평가하는 것' 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인턴 과정 속에서도 친구들의 고민은 대체로 남의 기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는 나보다 말을 더 똑부러지게 하고'

'B는 나보다 업계 관련 지식이 훨씬 많고'

'C는 선배들에게 싹싹하게 잘하고'

'D는 발표를 듣자마자 바로 바로 좋은 질문을 잘하는 것 같고'


...


'하지만 나, E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라는 고민의 흐름이 결국 자신의 장점과 반짝임보다는 A, B, C, 그리고 D의 장점과 반짝임을 맹목적으로 좇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자기 확신이 부족한 것일수도, 아직 그런 확신을 가지기엔 경험이 부족한 것일수도 있고, 혹은 이미 자기 검열을 강하게 하는 중일지도 모를 일인데요,

아마 공감하시겠지만 개개인의 개성과 반짝임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기가 정말 힘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년생 시절에는 타인의 생각과 발언을 비교적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기저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나만의 기준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저 역시 지금도 굉장히 어렵다고 느끼고 힘들어하는 분야인데요, 그렇다보니 더더욱 타인의 기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타인의 기준에서 맞춰 본인을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야 좀 더 본인의 생각과 선택이 안전하다고 느낀달까요.


하지만 사실 나는 E였는데, A를 과히 동경한 나머지 A-1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색의 반짝임이냐, 어떤 강도의 반짝임이냐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스럽게 반짝이고 있는가,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반짝임은 굳이 애써 힘내어 지켜나가야할 가치가 매우 크고 충분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반짝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결국 '나' 를 지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 다움을 잃지 않는 것'

''E' 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항상 기준에 두려 노력할 것'


이런 노력들이 결국 우리 스스로를 힘든 세상에서 지키고, 조금이라도 더 반짝일 수 있게 하지 않을까요.

조금 덜 반짝이면 어떻고, 조금 색이 다르면 또 어떨까요.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빛나면 그만인걸요.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