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글은 참 마법과도 같다고 느낍니다.
아래 글은 지난 달 새벽 시간 즈음 인스타그램에 올려본 것인데, 희한하게도 힘들 때 마다 (제 스스로 쓴 글이면서도) 자꾸 반복해 읽어보게 됩니다. 명문이라서가 당연히 아니라, 아마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별은 대체로 슬픕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잘 준비된 이별이라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 않을까요? 그런 작은 희망과 함께 저는 오늘 하루를 또 조용히 달력에서 지워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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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2일은 제가 첫 직장을 출근한지 3650일, 꼬박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이 내 몸에 잘 맞는 옷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부터 막연하게 10년이라는 시간을 꿈꿨습니다. 그래도 10년은 해야 어디가서 ‘일 좀 해봤다’고 젠체라도 할 수 있겠다 싶었던거 같고, 10년은 해야 조금이라도 쉴 명분이 있겠다고도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10000시간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는데, 무려 87600시간이 지나도 전문가는 고사하고 제게 직장생활은 아마 변함없이 맞지 않는 옷일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세탁기를 잘못 돌려 줄어든 니트를 입은 느낌이 듭니다. 괜히 부족한 저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줄까 조바심은 줄지 않고, 도무지 사람들의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참 많습니다. 이해하기 어렵게 말한 사람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싶어도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역시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하게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아직도 너무 어렵고 복잡한 것 투성이입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라도 열심히 10년을 그리다보면 제게는 어떤 마음이 남을까요? 마음 속 오랜 목표를 달성했으니 마치 마라톤이라도 완주한 느낌이 들까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있진 않을까요? 아마도 ‘아, 10년이 됐지만 내일도 출근이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겠지요. 10년 마라톤의 마지막은 사실 마지막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조금은 서글퍼집니다. 지난 시간들이 제게 준 추억과 의미와 성장을 애써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지 않던 옷이 갑자기 몸에 꼭 맞춘 듯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쉽게 떨쳐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매일 최선을 다하고 싶긴 합니다. 3650일이 되는 날 제 스스로에게 일정 수준의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적을거란 생각입니다. 구태여 인스타그램에 이런걸 남겨보는 것도 다음 날 느낄 알 수 없는 부끄러움보다는 마라톤의 끝에서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뭐라도 외쳐두면, 뭐라도 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