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범수 Oct 18. 2018

향수를 입는 사람들의 낭만

아끼는 서랍장 나의 눈높이와 맞닿아 있는 곳엔 열 가지 쯤 되는 나의 향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연히 향이 좋아서, 향수를 입은 사람에게 끌려서, 때로는 매력적인 CF에 끌려 모았다.


나는 사람 저마다가 가진 향이 그 사람의 낭만을 가장 느낌있게 표현하는 매개라고 믿는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프로필이 더 명확하게 그 사람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얻은 답은 5지 선다 객관식 문제의 보기 답안 같다고 할까.


스스로 사람을 마주 할 땐,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현미경 보다 먼발치서 탐험하듯 바라보는 망원경 같은 안목이 필요하다고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에게 향수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의 세상을 들여다 볼 망원경 같은 것이고, 지인들에게는 '오늘 나의 세상은 직진하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할거야 '라고 말 해주는 방향지시등과 같은 것 이다.


인스타그램 피드의 사진처럼 애써 나의 세상을 드러내지 않아도, 카카오톡 대화명에 오늘 나의 마음가짐을 말하지 않아도, 그 표현하고 싶은 낭만을 전해 주는 것이 나의 향이다.


나는 매일 아침 문 밖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서 스스로 무어라 중얼거리듯 향수를 입는다. '오늘 하루는 맑은 진흙과 깨끗한 나무 뿌리를 떠올리는 향처럼 맑은 정신으로 중요한 일을 마무리 할거야.'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달달하고 스포티 향을 입은 날과는 사뭇 다르게, 일에 더 집중하는 하루가 시작된다.


우연히 좋은 향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낭만이 궁금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