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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엽 Aug 07. 2021

여수가서 해산물 말고 먹어야할 이것

돌산 갓, 바로 여수 돌산도입니다.

 

여수 저녁(?)바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가야지, 가야지 하고 매일 다짐만 하다가 올 여름 휴가지를 선정하던 와중에 탁! 그래 여수에 가보자! 라고 결정했습니다. 제가 여수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밤바다도 아닌, 밤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해산물도 아닌, 바로 여수 돌산도 갓을 만나고 싶어서 였습니다. 


 돌산도 갓의 역사

 

돌산도 밭의 모습


갓은 원래 겨자속에 속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겨자의 톡 쏘는 맛이 강했어요. 지금의 홍어와 같이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었죠. 향이 너무 강력했고, 채소의 특성 상 유통도 어려워 일부 지역에서 김치,절임류로 담가 먹었죠. 갓이 지닌 특유의 쌉싸름함은 그냥 먹기에는 힘들었지만, 절이거나 발효 시킨 후 먹게 되면 그 쌉쌀한 맛과 향이 독특한 맛으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모두가 "맛있다"라고 하기에는 힘든 맛이었을거에요. 


 하지만 1954년, 여수시 돌산읍 세구지 마을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개량 품종인 "만생평경대엽고채"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호불호가 심했던 맛이 많이 개선되었어요. 강했던 향과 맛이 많이 개선되어 일반적인 채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었죠. 돌산에서 널리 재배되기 시작한 갓은 김치로 유명세를 떨쳐 지금의 지역 유명 특산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돌산도 갓의 제철

 저는 여름 휴가와 맞춰 떠났기 때문에 제철 밭을 구경하진 못했어요 ㅠㅠ. 나중에 겨울에 다시 가보려고 해요. 갓은 김장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김장철인 11월 부터 출하가 시작되어 이듬해 3월 까지 꾸준히 출하가 됩니다. 섬초 등과 같이 남도 지역에서 유명한 풀들은 따뜻한 겨울을 버티며 맛이 익기 때문에 한 겨울철 수확한 것이 맛과 향이 강해 맛나답니다. 11월에 갓 출하된 갓보다는 겨울에 자란 갓을 이용해 김치를 담그면 더 강한 향과 쌉싸름한 맛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김장철, 여수 초입에 위치한 로컬푸드 매장에 들러 신선한 갓을 직접 구입해보세요.



돌산도에서 갓 즐기기

 여수 시내 뿐 아니라, 돌산도에 위치한 다양한 카페, 식당에서 갓을 활용한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제철 갓을 만나볼 순 없었지만 다양한 갓 요리들을 즐기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였습니다.



갓을 페스토로 활용하다.

 돌산도 초입에 위치한 로스티아라는 카페는 바질 대신 갓을 이용해 페스토를 만들어 파스타로 활용하고 있어요. 향이 강한 채소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레시피였는데, 맛이 굉장히 독특해서 만족스러웠어요. 바질 페스토가 향긋한 향으로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면, 갓 페스토는 반대로 묵직한 향과 맛으로 쌉싸름한 맛과 향을 입안 가득 퍼지게 해줘요. 마치 과일향과 머스크 향의 차이처럼, 정 반대의 맛과 향. 새로운 맛을 발견해서 만족스럽게 한그릇을 싹 비웠어요. 오일파스타를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어봐라고 하면 이런 맛일까 라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수제버거도 양상추 대신 갓을 채소로 활용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역시 가벼운 아삭함보단 묵직한 아삭함과 향, 그리고 맛.


샐러리를 대체한 갓의 매력

 

뷰를 즐기며 먹는 라구갓파스타!
샐러리랑 비슷하긴 하죠?

 돌산도에서 좀 더 들어가면 있는 카페, 카페 드 몽돌은 라구파스타에 갓을 넣는 시도를 합니다. 원래 라구파스타는 고기,토마토,샐러리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소스를 만드는데 샐러리 대신 갓을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삭한 맛과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샐러리 대신 맛과 향이 비슷한 갓을 활용하였는데요, 묵직한 치즈맛과 갓 향이 참 잘 어울려서 맛이 있었습니다. 참 발상이 좋은 메뉴 같습니다.


갓김치로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여수 시내에서도 갓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에 위치한 바다식탁은 파스타집으로 유명한데요, 저는 여기서 갓김치 볶음밥을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원래 저도 집에서 갓김치 볶음밥을 해먹을때 갓김치로만 볶아서 먹었는데, 배추김치랑 섞어 김치볶음밥을 하니 향도 적당하고 맛도 딱 적당해서 너무 맛나더군요. 너무 과한 것은 좋지 않다는 교훈(?)을 알려주었던 식당입니다. ^^


이 외에도 여수 곳곳 음식점들은 기본 반찬으로 갓피클을 내주는데, 이게 또 쌉싸름하니 맛이 엄청 독특합니다. 이색/독특 천국 여수 갓!!! 갓수!!! 갓갓!!


한국의 이색 푸드,
갓 듬뿍 드시고 오세요.
카페에서 만난 띵언


여수의 기본 반찬은 갓김치

 

 여수 갓 요리들을 즐기면서 저는 "와, 여기는 진짜 여행와서 밖에 먹을 수 없는 맛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다른 음식점들을 가봐도, 진짜 맛있다 라는 생각은 많이 들지만 진짜 색다른데? 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수 갓 요리들은 먹으면 먹을수록 맛은 물론 와...진짜 색다른데?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돌산도 곳곳에서는 갓김치를 판매하고 있으니, 드라이브를 즐기시다 구매하셔도 되고, 집으로 보내셔도 좋습니다. 저도 11월, 갓이 제철이 올 때 다시금 가서 갓을 한 번 더 즐겨보려고 해요. 


 밤바다를 보시면서는 맛난 해산물 듬뿍 드시고, 낮바다를 보면서는 갓, 어떠신가요?



곳곳에 숨어있는 맛있는 로컬을 찾습니다.

Instagram : greendiary_o

맛난 로컬푸드 살펴보기 : smartstore.naver.com/greendiary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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