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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향 Oct 20. 2024

결국 내 손에서 털어냈다

그리고 비로소 편안해졌다

작성일: 2023-07-16



<결국 내 손에서 털어냈다 그리고 비로소 편안해졌다>





“스읍 - 하아-”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를 한참을 해본다. 그제서야 내 가슴을 숨막히게 누르던 ‘압력’이 더 이상 내 위에 없음을 받아들인다. 가만히 머리도 느껴본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어졌던 ‘아주 지독한 두통’도 더 이상 없다. 그러다 ‘낮잠 1시간만 자볼까’란 생각이 들고, 하던 걸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 그냥 잠든다. 그렇게 된 게 오늘로 3일째다. 







최근 몇 주 동안 나는 ‘꺼지지 않는 머리’ 때문에 어두운 침실에 누워서도 새벽 3-4시까지 잠들지 못했었다. 남편에게 차라리 ‘약한 수면제’라도 병원가서 처방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렇게 크게 바쁘지 않은 날이었는데, 스케줄 사이 텀이 어느 정도 있는 날이었는데도, 내 가슴은 벽돌 두장이 위에서 누르고 있듯이 눌리고 있었다. 아무리 이완되는 활동을 해도 진실된 이완은 잘 안 되었다. 잠은 자지 못하고, 다음 날에도 큰 압력 아래에 눌려 있었다. 







그렇다. 난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묶여 있었다. 정확히는 ‘아주 깊은 생각’과 압박(압력)에 눌려 있었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냥 알았다. 무조건 마주하고 이번에  ‘넘어서야’하는 무엇이라 직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압력 아래에 그저 눌려서 가늘게 버티며,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그것을 어떻게 내 일에 구현해낼 것인가?’






남들이 들으면 ‘으에?’ 할 질문들이다. 다른 사람들 눈엔 나는 저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답, 그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나도 그 지점은 수긍한다. 나는 하는 일이 명확하고, 그래서 지금도 일이 들어오고, 그 일을 잘해내기 위해 하루 중 대다수의 시간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몇 주 동안 내가 품은 저 질문의 깊이는 아주 깊은 것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딴지 걸고 저 질문들을 물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들을 멈추고 저 질문들을 물었다. 그렇게 묻고 또 물었다. 






왜냐하면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나는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치로서 13년 정도의 시간은, 그저 ‘코칭’이란 것에 뿅 반하고, 그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봤고, 떠오르는 아이디어 따라, 들어오는 일들 따라 그저 흘렀고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10년의 시간은 ‘그저’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선택과 집중하며 깊어져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려는 ‘홈페이지 & 일 시스템 구축 등’은 지금 한 번 큰 그림을 그리고 확정하고 나면, 앞으로 내가 그저 꾸준히 나아갈 10년을 말해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중하게 계속 내게 물었다. 같은 질문을 묻고 또 질문했다. 







그런 나는, 오늘 ‘그 꺼지지 않는 머리’와 함께 했던 ‘몇 주 간의 큰 고통’에서 벗어난 이야길 남겨보려 한다.




 

1. 외면하지 않고 고통과 마주하는 것이 시작이다

: 질문 자체는 워낙 간결하지만 묵직한, 삶의 본질을 깊게 뚫어버리는 셀프코칭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고통스러웠다. 무거웠다. 진지했고, 신중했다. 어느 날은 ‘뭐 이렇게까지 깊게 고민할 필요 있어? 그냥 대충살자’하는 마음도 마구 날 자극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날 알기에, ‘진심’이 중요한 사람인 만큼 내가 나아가는 길에도 내 진심이 담겨 있는 선택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매일 고민했다. 


대다수의 날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아무런 답이 올라오지 않았고,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만 경험하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막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명료한 방향을 말해주는 단어, 표현들과 만나게 되면,  휴대폰이 곁에 있으면 메모장에, 펜이 곁에 있으면 종이에 휘갈겨 적어내려갔다. 


그렇게 대충 모아진 표현들을 몇 일에 한 번씩 앉아 ‘기획안’에 병렬적으로 늘어놓았다.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들도 놓치지 않고, 다 메모했다. 그렇게 아이디어들이 다 적힌 기획안은 정말 빼곡한 내 글씨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득한 내용들은 내 머리가 꺼지지 않는 시간동안 했던 내 생각의 분량을 말해주듯 ‘엄청난 글 양’을 자랑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나는 그 고통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선택, 8번의 비지니스 컨설팅을 받는데, 550만원을 내기로 구두계약을 한 것이다. 적지 않은 금액, 그 컨설팅에서 약속한 세션 날짜, 마감일의 압력은 실로 컸다. 나는 절대 뒤돌아서서 엎어버릴, 그냥 나중에 시간 나면 할게요 하고 미뤄버릴 수 없는 방어막을 쳤다. 그것도 내가 지금도 마음 작업중인 내가 힘들어 하는 ‘돈’을 활용해서, 절대 돌릴 수 없게. 그렇게 결국 마감일에 맞추어 기획안은 제때 매일 혈서 쓰듯 썼고, 써냈다. 


다 쓰고 나니 시원했다. 일단은 시원했다. 내 안에 있는 걸 다 털어냈으니 그랬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찝찝했다. 뭔가가 빠진 것 같았다. 그것이 뭘까, 또 연이어 골똘이 생각했다. 그리고 알았다. 아, (제공하고 싶은) 내 입장만 생각했구나. 






2. 가까운 사람들에게 진솔한 피드백을 받는다


: 사실 너무나 어려워하며 쓴 내 기획들, 나도 내 안에 아직 명료하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 가슴 위 큰 압력에 눌려 있는 내게는 차라리 이 용기가 내는 것은 쉬웠다. ‘도와주세요. 무엇이든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그렇게 나는 일상 속에서 일을 처리해가며 ‘아, 이 분에게 한 번 연락해보고 싶다’라고 느껴지는 분들께 개인톡으로 ‘피드백 요청’을 드렸다. 


사실 이 ‘피드백’ 받는 여정에서 나는 정말 큰 배움을 얻었다. 하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에 대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나는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다. 그러니까 동료직원이 따로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는 건 주어진 모든 업무, 일에 있어선 나 혼자 다 처리하는 것이 익숙한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더라도 스스로 A-Z 다 해왔고, 피드백 받을 일은 잘 없는 업무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내가 이번처럼 나 혼자서는 뭔가 반복된 굴레 안에 갇힌 것 같았을 때, 먼저 ‘혹시 도와줄 수 있나요?’, ‘어떻게 생각해요?’ 손을 내미는 용기를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구나 깨달았다. 홀로 일하지만, 또 다른 홀로 일하는 많은 코치님들, 전문가분들과 파트너로 ‘함께 가는 것’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 용기에 벗삼아 내가 또 배운 것은 둘, 그 분들이 내게 보여주신 진심어린 애정의 시선이었다. 정말로 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감없는 피드백을 해 주시는 분들의 연락을 받으며, 아 내가 뭘 두려워 했던건가 그저 웃음이 났다. 홀로 몇 주에 거쳐 잠도 못 이루면서 뭔가 작성한 것들을 누군가에게 보여줬는데 혹여나 부정적 피드백이 날아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에게 최고치를 뽑아낸 것인데, 누군가에게 몇 분도 걸리지 않아 부정당할까봐에 대한 두려움이었겠지.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의 눈에 몇 주 간 잠을 못 이루며 골똘히 고민한 나만큼, 내가 진실로 잘 되길 바래주시는 마음을 갖고 계셔 주시다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난 혼자가 아니었다. 손을 내밀면 함께인 분들이 계셨다. 


끝으로 셋, 그 애정어린 시선을 바탕으로 한 내가 생각지 못한 ‘관점의 질문’의 힘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두 개의 관점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희소코치님이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런데 희소코치님은 이걸 한다고 했을 때 신날(재밌을) 것 같아요?” 너무나 좋은 질문이었고, 내가 놓쳤던 시선의 질문이어서 몇 일에 거쳐 음미했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을 곁에 두고, 전체 기획을 엎고 다시 썼다. 



피드백을 다 받고 나서 알았다. 아, 내 기획안은 제공하는 내 입장에서만 쓴 거였다는 것을. 이것을 소비하고 싶을, 참가하고 싶을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정말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전주 한정식처럼 다 한상에 푸짐히 주고 싶었는데, 나를 만나고자 하는 분들은 그게 아니라, 정말 내가 제일 잘하는 일품요리 하나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코칭과 코칭 수퍼비전. 







3. 그리고 결국 마무리 해냈다. 손에서 털어냈다. 


기획안을 정리해서 컨설턴트분께 보여드리기로 한 날, Zoom에 접속하자마자 새로 엎고 쓴 기획안을 보여드리며 브리핑했다. 그랬더니, 듣고선 컨설턴트분이 하신 말씀 ‘아, 희소님, 됐는데요?’ (꺄!) ‘이제, 홈페이지 만드시죠. 다음 세션은 홈페이지 만드신 후에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꺄꺄!!) 


내적 댄스를 추고 있는 나에게 끝날 무렵 컨설턴트분이 말씀하셨다. ‘모든 경영에는 시스테머(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더라고요.’ 내가 대답했다 ‘아, 저 그거 완전 없는 부분인데요.’ 그러자 컨설턴트분이 말씀하셨다. ‘네, 알아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힘들어 하시며, 잠도 못 이루시며 해내셨잖아요. 이제 희소님이 이 경험을 하셨기에, 누군가가 이걸 해 나가는 과정에서 힘이 되어주실 수 있을거에요. 그 때 그렇게 말할 수 있으시겠죠. 아, 나도 그거 할 때 새벽 동 틀 때까지 몇 날 몇 일을 잠을 못 이루었다고. 정말 그 고통 없인 명료한 결과를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아, 그렇게 하나 더 배웠다. 그렇구나, 나는 내가 경험한 만큼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내가 이토록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 안에 없는 반대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마주해서였구나. 그저 웃음이 났고, 여기까지 완주해준 내가 고마웠다. 





자, 이제 다음주부턴 ‘홈페이지’ 디자이너 파트너를 찾아 떠나자! 


그리고 기획완료된 프로그램들을 오픈하자!  성향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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