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인연
20년 전 즈음,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이었다.
기숙사 옆 방에 친하게 지냈던 언니 한 명과 길바닥에서 크게 다투고 연을 끊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렇게까지 싸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네 탓이었을까.
내 탓이었을까.
한동안 '탓'의 굴레에서 꽤 오랜 시간 헤맨 기억이 난다.
누군가와 의도적으로 인연을 싹뚝 자르는 것은
그렇게 기억나지 않는 상흔으로 남았다.
이유는 하찮기 때문에 잊었고,
감정은 무겁기에 이토록 선명하다.
마흔이 된 지금도
여전히 어떤 인연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네 탓도 내 탓도 아니다.
내가 가진 세상의 틀과
네가 보는 세상의 틀이 엇갈렸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들과 내가 다른 시공간에서 만났다면
우리는 더 쉽게 서로를 이해 했을지도 모른다.
누구의 탓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틀'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그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다가
어쩌다 한 번 우연히,
가깝게 같은 방향을 걷게 된다면
그저 반갑고 친절하게 발걸음을 맞출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친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