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글쓰기
노트북을 들고 무작정 나와 넓직한 오피스 카페에 앉았다.
커피 한잔과 크로아상을 주문하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그들은 스웨덴어로, 영어로 화상회의를 하거나 인터뷰를 한다.
요란하게 타이핑을 치면서 문서를 작성한다.
꽤 근사해 보였다.
나도 무언가 타이핑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작성할 문서도 없고 기록할 회의도 없다.
뭐라도 쓰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우연히 2년 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페는 마이너한 외국어들로 소근하게 소란스럽다.
그러나 고요하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고
그들은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 알 수 없다.
타지에서 나만 아는 언어가 있다는 건 이따금씩 나를 자유롭게 한다.
가끔은 완전한 언어의 단절이 해방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단순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것을 넘어
타인에게 '주의'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주었던 주의를 나에게 가지고 온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머뭇거리는 나에게
무엇을 써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나에게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려는 나에게
토닥토닥,
7시간 느린 먼 타국에서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