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나와 함께한 책들
저는 몇 년 동안 웬만한 편집자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분야마다 작가와 글은 달라도 비슷비슷한 에피소드가 참 많았습니다. 물론 어느 책과 작가만의 색다른 에피소드도 있었죠. 때로는 특이했고, 때로는 그저 평범했던, 책 만든 시간들을 여기서 펴내보겠습니다. 먼저 에세이입니다.
나에게 에세이란?
에세이라 하면 개인적인 감상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상생활부터 특정 주제에 대한 평론까지 에세이가 다루는 대상은 참 다양합니다. 제가 만났던 에세이들은 주로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을 담은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자신의 직업 세계를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도 있었는데, 참 재미있게 편집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러스트를 실은 에세이도 있었고요.
에세이는 정말 많이 출간됩니다. 전체 분야에서 비중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한때 에세이 신간이 많이 쏟아졌고 제가 다닌 출판사에서도 마침 에세이 출간을 준비 중이라 마케팅 회의를 길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뿐 아니라 그전부터 그리고 그 후에도 에세이는 세상에 참 많이 등장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탐험하듯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쉬어가듯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에세이를 담당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수많은 에세이 중에서 어떻게 하면 돋보일 수 있을까?’였습니다. 도서명이나 카피에 힘을 주기도 하고, 표지 디자인에 공을 들이기도 하고, 작가 이력을 크게 강조하기도 했죠. 간혹 처음엔 에세이로 원고를 받았지만 내부 회의를 거쳐 다른 분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원고를 살펴보고 다른 분야로 바꿀 수 있을 때만 그러했죠.
에세이는 저에게 마음 편히 작업할 수 있는 책입니다. 판매 걱정을 해야 하는 마케터에게는 담당하기 어려운 책이었을 수 있지만 저로서는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하거나 참고 자료를 여럿 찾아볼 일이 적었으니까요. 다만 작가의 문체를 살리는 게 고민이었는데, 가독성과 개성과 맞춤법 사이에서 중간점을 찾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에세이와 얽힌 에피소드
에세이 편집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조금 풀어내자면, 제가 신입 편집자 때 담당했던 에세이 하나가 떠오르네요. 작가의 일상생활에 관한 에세이였는데, 초고에서 모든 챕터의 문단의 끝이 하나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렇게 나는 많은 걸 깨달았다.’하고 한 챕터가 끝나면, 다음 챕터도 같은 문장으로 끝났죠. 그렇게 두면 단조로워 보이기 때문에 의도를 살려 문장을 살짝 손봤던 기억이 납니다.
북디자인에 관한 일도 떠오르는데, 당시 제가 다닌 출판사에서 공을 많이 들인 에세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자의 이력이 특별했는데, 원고의 주제는 더욱 특별해서 제가 담당하기로 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었죠. 실력 좋은 북디자이너를 섭외해 디자인을 진행했는데, 인쇄 종이를 추천받을 때 그분이 저는 처음 들어보는 종이를 말하더라고요. 후가공 방식도 기존과 달랐습니다. 꽤 오랜 회의를 거쳐 거의 추천받은 대로 인쇄를 진행했는데 책이 너무 잘 나왔더라고요. 좋은 북디자이너를 만나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에세이 책을 내고 싶다면
앞서 말한 대로 에세이는 신간이 매달 쏟아집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으니 책도 다양하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몇 가지로 금방 추릴 수 있습니다. 즉 책마다 내용이 다를 테지만 얼핏 보기에는 몇 안 되는 주제에서 겹치는 책들이 무척 많죠. 그래서 에세이 책을 준비 중이라면 특별한 일화나 자신의 경력을 살린 주제면 좋을 것 같네요. 또한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도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건 덤이고, 출판사의 연락을 받아볼 수도 있고 특히 나중에 책을 출간했을 때 홍보 창구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커버 사진: Unsplash의Thought Cat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