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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Nov 21. 2021

초교에서 작가가 살펴봐야 할 것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정의 시간

출판사에서 한 번의 교정을 끝낸 뒤 작가에게 원고를 보낸다. 이때가 작가에게 다시없을 대대적인 수정의 시간이다. 이때를 놓치고서 막판에 수정 사항을 양껏 보냈다가는 일정이 늘어지면서 출간 예정일이 밀릴 수 있다. 물론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고생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이를 방지하고자 편집자는 원고 검토를 요청하면서 작가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식으로 언급할 것이다. 이 말이 작가에게는 굉장히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어보는 (출판사 교정 이후) 초교 때 작가가 명심하면 좋을 것들.     


1. 원고 검토 메일이 오기 전에

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보낸 후에도 원고가 충분한지 걱정된다면, 미리미리 내용 보강을 위한 준비를 하면 좋다. 원고 교정본이 오기 전에 틈틈이 원고를 다시 읽어보고, 자료 조사를 하고, 보충할 부분을 챙겨 놓는 것이다. 그러면 초교에서 바로 반영할 수 있어 시간도 절약하고, 원고를 한 번 더 훑어볼 여유가 생긴다. 특히 출간 일정상 원고 검토에 시간을 넉넉히 주지 못하는 출판사도 있으니, 먼저 원고를 읽어두고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렇게 미리 준비해 놓으면 편집자가 작가에게 문의한 것들에 답하기가 쉽다. 편집자의 첫 교정이니만큼, 편집자는 원고를 읽으며 궁금한 점들이 몇 가지 생길 수 있다. 원고를 보내고 후련한 마음에 며칠 쉬다 보면, 금세 원고의 내용을 잊어버려서 편집자의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느 단계에서든 수정하면 될 테지만, 초반에 편집자에게 답해주면 편집자가 원고를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편집자는 대략적이나마 원고 검토를 요청할 날짜를 미리 알려 준다. 따라서 그에 맞춰 천천히 준비하면 좋다. 원고가 불안하다면 원고를 읽어봐야 답이 보인다.     


2. 원고 검토 메일을 받은 후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주 후에 교정교열을 거친 원고가 도착한다. 아직 조판하지 않은 hwp(또는 docs) 파일 상태일 수도 있고, 조판을 마친 PDF 파일일 수도 있다. 출판사의 판단 하에 결정하는 것이므로 좋고 나쁨을 따질 필요는 없다. 만약 조판하지 않은 원고라면, 편집자의 문의 사항이 많거나 원고 구성이 다소 바뀌었을 수 있다. 또는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책의 경우에도 이와 별개로 조판 전 작가에게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작가의 확인을 거쳐 이것들을 해결한 뒤에 조판해야 디자이너의 수고를 덜 수 있다.

조판을 마친 PDF 파일이라면, 먼저 ‘Acrobat Reader’ 프로그램을 깔아 두면 좋다. (최근에는 PDF를 출력하여 ‘교정지’ 상태로 원고가 오가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예전에 나는 웬만한 작가라면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이 깔려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몇 작가는 그러지 않았고, 엉뚱한 PDF 프로그램을 통해 PDF 문서 자체를 편집해서 보낸 일도 있었다. 보통 Acrobat Reader의 ‘텍스트 강조’ 기능으로 수정 사항을 표시한다. 아니면 워드 프로그램에 ‘몇 페이지 몇째 줄’로 구분하여 따로 전달해도 좋다.


Photo by John Schnobrich on Unsplash


원고 검토할 때는 출판사에 보낸 최종 원고를 나란히 두고 비교하면 좋다. 분량이 많아 비교가 어렵더라도 의문이 들 만한 부분은 꼭 최종 원고를 살펴야 한다.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은 특히 작가가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골라내기 어렵다. 당장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편집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편집자도 주의 깊게 오류인지 아닌지를 살필 것이다. 

표나 사진 등 으레 편집자가 확인해주겠지 하고 넘길 만한 부분도 같이 눈여겨보면 좋다. 특히 경제경영 작가 중에는 표를 이미지 파일 상태로 건네는 경우가 많다. 그 상태로 조판할 수는 없기에 편집자는 표로 다시 작성하여 디자이너에게 보낸다. 따라서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사진 같은 경우에도 마지막에 몇 개가 거슬려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가는 구성이 크게 틀어질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미리미리 살펴야 한다.     


3. 원고 검토를 끝낸 후에

초교를 끝내고 나서 출판사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냈다고 하자. 그런데 그다음에 고칠 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것들이라면 우선 따로 모아 두자. 그리고 편집자가 다시 한번 원고를 보내면 그때 원고에 표시하면 된다. 물론 인쇄를 앞둔 상태라면 얼른 보내서 편집자가 수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그럴 일이 없기를 바랄 뿐). 

만약 초교 이후 몇 번의 교정은 편집자가 맡고, 작가는 인쇄 직전에 원고를 검토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상태에서 모아 둔 수정 사항이 산더미라면? 2~3교를 편집자가 맡는다 하더라도 얼른 정리해서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수정 사항이 많아지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구성이 틀어질 만한 큼지막한 수정 사항이라면 얼른 보내야 한다. 시급하지 않은 수정 사항이라면, 바로바로 메일을 보내는 것보다는 편집자가 헷갈리지 않게 몇 개씩 모아서 보내면 좋다. 

아쉬운 점이 있으면 편집자와 바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 끙끙 앓고 있다가 그 상태로 책을 출간하게 되면, 아무리 내 책이라도 애정이 솟지 않는다. 특히 첫 책을 낸 작가는 자신의 책에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편집자가 이 상태가 최선이라는, 작가로서는 아쉬울 만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출판사의 사정을 짐작하는 것보다 직접 듣는 것이 마음에 응어리가 지지 않는 방법이다. 마음이 가벼워야 첫 책의 아쉬움을 금방 털어내고 다음 단계로 향할 수 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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