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Netflix <런 온>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려서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녔지만,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어찌나 부끄럽고 부담스러운지, 이 소망은 그저 소망일 뿐이구나 생각했다. 상상 속 글을 쓰는 내 모습은 전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난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런 온>이라는 드라마를 만나서 아주 조금 용기가 생겼고, 글쓰기라는 소망은 조금이나마 지면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오미주 : 음 ... 그래, 뭐.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세상. 뭐 죽을 때까지 함께라 쳐요. 근데 결국 죽는 그 순간부턴 이별인 거야. 그러니까 영원한 사랑 자체가 허상인 거야.
기선겸, 오미주, 서단아, 이영화 네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해피엔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차피 다 죽는 거, 해피엔딩은 없다고, 결국은 새드엔딩이라고 오미주가 말한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은 건배를 한다.
오미주 : 건배도 뭐 할 게 있어야 하지.
기선겸 : 뭘 위하지?
오미주 : 아, 나 이번에 완주한 거. 응? 그거 위해서 건배합시다.
방금 전 해피엔딩은 허상이라고 염세적으로 말하던 사람이 자신의 마라톤 완주를 위해 건배를 제의하다니, 마라톤 완주는 해피엔딩이 아니던가. 달리기가 끝나고 결승선을 넘는 순간의 희열, 그것은 해피한 것이 아니던가. 이 모순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생각했던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소망이 등단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라면, 작가가 되어 있지 못한 그 모든 순간은 새드엔딩일 수 있다. 하지만, 오미주가 뛰었던 10km 마라톤처럼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 완주를 하면 그것은 건배할 만한 일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큰 해피엔딩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는 작은 해피엔딩들을 여기저기 두고 축배를 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런 온>과 함께 했던 글쓰기를 완주하며 나 또한 건배를 하고 싶다. 완주를 위하여!
* 사진출처 : 드라마 <런 온> 공식홈
(https://fs.jtbc.joins.com/prog/drama/runon/Img/site/ProgInfo/2020120713352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