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을 하고 30대의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에서야 난 뒤늦은 사춘기가 돋았나 보다.
일상이 재미가 없어지고, 무얼 하든 간에 무기력하고 금방 지루해진다.
체력이 없어서인가 싶어서 운동도 하고, 비타민도 먹어보아도 여전히 난 생활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꼬맹이시절엔 어른이 되면 이 지루한 학교에서 벗어나 매일이 흥미롭길 바랐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하루라도 어른이 돼서 자유를 누리길 바랬는데, 이제는 분단줄 맞추라 호통치시는 담임쌤의 잔소리가 그립다.
하루종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컴퓨터게임도 이젠 한두 시간 하면 눈가가 시큰해져 전원을 끈다.
역시 그 옛날 놀던 놀이터의 2층 높이 정글짐이 그립다.
실수 한 번에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며 고민했던 신입의 모습은 없어지고, 상사의 잔소리는 BGM으로 흘러 귓가의 소음만도 못하게 된 6년 차인 지금에선 세상이 단조롭기만 하다.
지구멸망, 우주전쟁, 외계인 침공 같은 이벤트는 없더라도 내 삶에 원동력은 필요할진대 기름이 바닥났는지 엔진은 돌지 않는다.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도 갈아줘야 할 텐데 아직도 AA건전지일 뿐인 심장은 잘 두근대지 않은지 오래다.
백년해로할 생각은 가득하기에 아직 반백년 남은 삶은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고민뿐인 지금은, 미래걱정보다는 내 당장의 주말엔 무얼 할까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일상이란 무엇인가
재미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내게 가장 중요한 순위가 주택청약이 된 현실에서 행복을 논하자니 씁쓸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헛된 생각으로 고민 중인 것이 정말로 난 늦은 사춘기가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