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치는 공포를 동반한다. 조금 높은 위치라도, 발을 헛디뎌 움찔 해봤다면 발 끝의 저릿한 감각을 누구나 알고있다.
그 감각은 일종의 힘이다. 사람의 혼이 몸에 녹아있는 동안. 그 힘은 쓸모 없지만 몸에서 혼이 떨어져 나간 후 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혼은 보통의 힘에는 영향을 받지 앉지만 중력의 영향은 받는다. 시간도 뛰어넘는 중력은 몸과 떨어져 땅이라는 보호장치가 작용하지 않게 된 혼을 중력의 한가운데로 집어삼킨다.
그때 그 힘이 쓰인다. 높은곳에서 느끼던 그 감각이 혼에게 땅을 내어준다. 그 저릿한 감각이 혼에게 딛고 일어설 땅과 같은 것을 내어준다.
혼이라해도 항상 고소공포와 같은 감각을 상기시킨 후에야 땅위에 머물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자격을 얻게된다.
혼들은 눈에 뻔히 보이는 땅의 방해를 받으며. 겁먹지 않아도 땅위에 머물기 위해 보이지도 않는 땅 믿을 상상하며 공포에 질리기 위해 집중한다.
그들이 감각과 감정에 예민한 것은 그런 이유가 크다. 단지 땅위에 머물기 위해. 스스로를 공포에가둔다. 떤다. 질려있다. 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집중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들만 안다.
자신들이 왜 공포에 질려야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상태로 본능적으로. 소수의 혼들만 그렇게 간절한 공포로. 땅 위에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