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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May 09. 2016

고효경의음악상담소

엄마 꿈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그 글의 표현이 사무치는

오늘은 어버이날 그리고 내 생일이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늘 진통제를 드셨다.
그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엄마의 손이 한참 그리울 나이, 아니 나는 지금도 엄마의 손이 너무도 그립다.

"엄마 오늘은 몇 시에 들어와?"
"엄마 오늘은 잔업해. 10시에 들어올 거야...
아랫목에 밥 넣어 놨으니깐, 학교 갔다 오면 냉장고에 국 데워서 먹고 있어"

어린 나는 아무 말 없이 이른 아침 엄마의 출근을 도왔다.
유독 추웠던 그해 겨울 나는 겨울 잠바 하나 없이 학교에 갔다.  
학교 급식으로 나온 우유를 엄마랑 같이 먹겠다고, 품안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달그락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 보니 엄마가 퇴근하고 오셔서 저녁을 만들고 계셨다.
엄마는 도마 위에서 무언가를 슥삭슥삭 썰고 계셨는데,
나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더 자는 척하다가 깊이 잠들어 버렸다.




내가 19살 엄마는 병명을 알 수 없이 많이 아프셨다.
엄마는 입원하는 그날까지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셨다.
그리고 내 나이 20살, 엄마는 결국 간암 말기에 사형선고를 받으셨다.
수술을 해도 성공 여부는 희박했지만 수술을 하기로 가족들과 결정했다.
수술이 있던 그날 나는 신에게 기도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불쌍한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그러면 내 삶을 드리겠습니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엄마의 수술은 성공 적이었다.
말기 암 환자의 사형선고는 8년의 삶으로 더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의 투병생활은 가장 예쁘다는 나의 20대와 맞바꿈 되어야 했다.
엄마는 나의 아이가 되었고 아직 아이인 나는 엄마의 어린 보호자가 되었다.
엄마의 투병생활 동안 나는 엄마의 가슴에 귀를 대는 버릇이 생겼다.
"쿵쾅쿵쾅" 엄마가 살아있다.

어느 해에 엄마가 정상인처럼 먹고, 걷는 날이 있었다.
그 해에 나는 엄마와 함께 교회에 갔다.
예배시간에 성경을 함께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엄마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엄마에게 한글을 가르쳐 드렸다.
엄마는 3개월에 한 번씩 허벅지에서 심장으로 잇는 혈관 투석을 하셨다.
엄마가 투석을 받고 오는 날은 거동을 못하시는 날인데
나는 누워만 계신 엄마의 마른 손을 붙잡고 늘 찬송가를 불러드렸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늘 나에게 불러달라던 그 찬송 소리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엄마는 찬송가를 펴놓으시고
형관 펜으로 가사에 밑줄을 그으시며 찬송을 부르고 계셨다.
엄마의 목소리가 그렇게 곱고 예쁜지 나는 그날 처음 엄마의 노랫 소리를 들었다.




3개월 후 마지막 투석이 있었던 그날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셨다.
8년 동안 그 많은 수술과 투석에도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 하셨던 엄마였는데
그날 엄마는 나에게 숨이 세어나오지 않는 발음으로

"너무 아파, 너무 아프다"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목욕탕에 가자고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나를 재촉하셨다.
엄마는 나를 겨우 쳐다보시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몸을 밀어주셨다.
나도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의 온몸 그리고 머리도 감겨드렸다.
그게 엄마와의 마지막 목욕이 될 줄 알았으면, 더 정성껏 씻겨 드리고 머리도 빗겨드릴걸...


엄마는 집에 온지 단 며칠 만에 응급실에 실려가셨다.

그리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엄마는 숨을 "컥컥컥" 내 쉬었다.
나는 엄마의 귓가에 다가가 말했다.


"엄마, 이제 그만 놔~ 내 걱정도 말고...

엄마~ 천국은 눈물도 고통도 없는 곳 이래...
엄마~ 사랑해..."


엄마는 노란 눈물을 흘리시며 호흡을 멈추셨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시고 몇 달 후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천국에 가셨으면 꿈에서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울다 지쳐서 잠들었던
그날 밤 엄마가 나의 꿈속으로 소풍을 오셨다.



 엄마는 초록색 저고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를 보셨다.
엄마랑 병실에 누워 수다떨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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