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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Apr 18. 2023

아프더라도 사람을 겪어내야 해

그녀의 뒷담화

“목소리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나 봐요?”

 

클럽하우스라는 오디오 기반 SNS가 있다. 한국 시간으로 자정, 노래를 부르고, 노래 이야기를 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청취자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달빛 사람들’이라는 클럽에 천명이 넘는 멤버가 모였다. 그 안에는 팬덤도 형성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멤버 중 한 여성이, 다른 남성을 좋아하는 일도 있었다. 얼굴도 한 번 못 봤고, 심지어 한 명은 미국에, 나머지 한 명은 한국에 살았는데도 말이다. 여성분은 남성분에게 3번이나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 얼굴도 한번 못 봤는데 목소리만으로도 호감을 가질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남성분이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어 상담을 요청했다. 그 이야기에 프러포즈를 했다는 그 여성분이 다음날부터 나를 험담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시기와 질투였을까. 그 험담은 클럽하우스 내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의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졌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할 일 없는 사람들 많구나.’하고 넘어갔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소설처럼 들려오자 공황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였다. 방송이라는 매개체로 사귀고 싶은 남자를 유혹해서 뺐었다는 것이다. 이런 험담을 하는 그녀는 무슨 심리인 것일까? 한편으로는 짠하면서도 그녀가 무서웠다. 친하게 지내는 상담 선생님께 이 상황을 DM으로 보냈다. 곧 선생님의 답변이 왔다.

 

 “일반적으로 그런 분들에게 병명을 붙이긴 합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온, 오프 상에서 호감 형으로 보인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렇게 다가왔을 거예요.

‘나는 친절하고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티를 내며 다가가거든요. 사이버 폭력도 보이네요. 관계에 대한 애착 형성이 잘못되어 남 탓으로 여기는 거죠. 이런 경우는 단절하고 접근을 못하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억울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붉게 타오르던 뒷담화도 서늘한 계절 사이로 꺼져갈 즈음 뒷담화를 즐기던 그녀는 이곳저곳에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트러블 메이커로 결국 사람들에게 블락 처리가 되어 강퇴되었다. 오프라인 상에서는 명예훼손으로 법정 재판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가십으로 즐겁게 말을 만들어내던 사람들도 다시 내게 찾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 뒷담화의 그녀를 묻고 또 물으며 즐겼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말”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건 사람은 진실보다 가십을 더 재밌어한다는 거. 그리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사람도 겪어봐야 하고,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안 만나고 살아가고 싶지만 또 살다 보면 좋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니 인생에서 사람 공부를 했구나, 하고 넘어간다. 배움에 끝이 없다던데 사람도, 공부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이번엔 그녀의 뒷담화를 통해 한 수 무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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