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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Apr 19. 2023

아프더라도 사람을 겪어내야 해

상담소

낮과 밤의 구분이 묘연해진 어느 날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소의 문을 내 손으로 열기까지 어제 먹었던 소량의 수면제 성분이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에 남아 몽롱한 상태였다.

 

 “이 시간은 효경 씨 시간이에요.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지난주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지난주 우리 얘기했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실행해 보셨어요?




 “몇 년 전 지금 같은 비슷한 모양의 어려움이 있어서

제주도로 도망간 적이 있어요.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서울에 올라온 건데 다시 정체 모를 불안정한 느낌이 올라와서 며칠 못 잤어요.

며칠 안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혼자서 하려니 일도 많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에 관계적인 면에서도 힘이 드네요. 실력도, 능력도 없는 제가 너무 나대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몰려와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저작권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제 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호르몬이 없는 듯해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막혀오는 느낌이 들어요. 어젯밤은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어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잤는데 지금도 말은 하는데 몸은 자고 있어요. 지난주 선생님과 일상에서 실행해 보기로 했던 그 부분은 못했어요. 그냥, 제가 다 잘못했다 했어요.

실상 잘 못 한 게 없는데.......

제가 잘 못 했다고 하면 상대가 빨리 불편한 마음을 풀어낼 것 같아서....... 그게 편해서.......

어떻게 보면 모든 게 다 내 탓 아니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요. 그 부분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고 봐야 해요. 그 상처를 단지 효경 씨 편하자고 낫기를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 상처를 넘어서 또 누군가를 돕고, 음악을 만드는 그게 대단하고 아름다운 거예요. 저도 학술지 준비나 방송에 나가서 상담하기 전날은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고 그래요. 내담자들 중에 예술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분들도 다 같은 어려움으로 고민이 많더라고요. 제가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어 드릴 테니 기운 내세요. 그리고 꼼꼼하게 알아보시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깐깐하게 구는 걸로 안 좋게 보일까 봐 염려되는 거죠?

앨범이 몇 장이 팔리든 거래처를 선택할 땐 깐깐하게 보세요. 상대방에게는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평생에 내 앨범이잖아요. 잘하고 계시는 거니까 용기 내세요.”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들킨 것 같은 느낌. 그대로 몇 분 더 앉아 있다가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하여 서둘러 상담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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