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백꽃 필 무렵
(*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내용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내가 본다는 드라마 기억나? 맞아, 동백꽃 필 무렵. 엄마가 좋아하는 공효진 나오는 드라마. 드디어 그 드라마 정주행을 끝냈어. 난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혼자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이제 '엄마'라는 글자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그런 나이인가 봐. (뭐,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 웃기지?)
그 드라마를 엄마가 꼭 봐줬으면 하는 게, 공효진 마음이 내 마음 같고, 공효진 엄마 마음은 꼭 엄마 같거든. 아직 드라마를 안 본 엄마를 위해 대충 내용을 말하자면, 동백이를 어렸을 때 버렸던 엄마가 신장이 아파서 죽을 날을 받아놓고 생명보험 동백이 주려고 찾아와, 치매 걸린 척을 하고 말이야. 동백이 자는 사이에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서 보험 서류에 지장도 몰래 찍고, 그렇게 다 준비를 해 놓더라. 사실, 동백이 신장을 이식받으면 엄마는 살 수가 있대. 그런데 문제가, 이게 유전병이라, 동백이가 나중에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50%라는 거야. 이제껏 해준 거 하나 없는 동백이한테 신장까지 뺏어갈 수 없었던 엄마는 나중에는 동백이가 신장을 이식해준다 해도 그렇게 죽기 살기로 도망치더라. 생명보험 서류를 품 안에 꼭 껴안고 모텔 방에서 홀로 그렇게 죽기만을 기다리는데, 저런 상황에서 엄마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서 더 무섭고 슬펐어.
그런데, 엄마. 드라마에서 그러더라, 기적은 있다고. 결국 동백이는 엄마를 찾아서 신장을 이식해줘. 엄마는 깨어나서 왜 자기한테 기어코 신장을 줬냐며 동백이를 원망하지만, 동백이는 "엄마" 하면서 그냥 그 품 안에 꼭 안겨. 그거면 되는 거야, 동백인. 생명보험금보다, 그냥 엄마가 옆에 있는 게 훨씬 더 값지고 소중한 거야. 그리고 시청자들은 말해, 해피엔딩이라고. 동백이 엄마가 죽어서 보험금을 남기는 게 아니라, 동백이 엄마를 살려내서, 그렇게 계속 같이 사는 이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무슨 말이냐고?
나도 엄마랑 해피엔딩 하고 싶다는 말이야.
우리, 해피엔딩 하자. 엄마.
나랑 사는 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