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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이 Feb 07. 2022

여섯번째 감각, 식스센스(Sixth Sense)

고요한 호텔, 그 밤들의 기록

고요한 호텔, 그 밤들의 기록 (3)

:여섯번째 감각, 식스센스 (Sixth Sense)


"물 두 병이랑 샌드위치 계산할게요."

"금액은 룸에 달아드릴까요?"

"현금이요."


그녀의 핫핑크 레깅스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새벽 3시 반, 항상 이 맘때만 되면 이 새벽에 로비로 내려와 현금으로 먹을 것을 결제하고 방으로 가는 그녀. 그녀가 내려오기 몇 분 전, 마침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후드티에 달린 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 우리의 눈을 피해가며 호텔을 빠져나갔다. 우연일까. 아닐 것이다. 며칠 내내 똑같은 패턴을 보이니 말이다. 항상 남자는 바뀌었고, 여자는 그 남자들이 떠나고 난 후 내려와서는 먹을 것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쎼한 촉이 밀려들어온다. 일단은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띈 채 친절하게 응대해 핫핑크팬츠를 올려보낸다. 그리고 구글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녀의 풀네임을 검색해본다. 다행히도 그녀의 라스트네임(성)이 흔한 성이 아니다. 흔하지 않은 성이나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경우, 정보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Oh shoot.(아, 젠장.)"


아니나다를까, 가장 첫 페이지에 뜨는 범죄 관련 뉴스기사... 나의 손은 오늘도 바쁘게 수상한 게스트의 정보를 여기저기서 수집한 후, 메일을 열고 이메일 한 통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수신인은, 


Morning Front Desk Leaders, 






  

 같은 프론트데스크 일을 하지만 언제나 방긋방긋 웃으며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는 데이타임 직원과 달리 나이트오디터는 뭔가 한 군데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불신의 눈빛을 마구 쏘아붙인다. 어쩔 땐 누가봐도 수상한데 아무 의심없이 그들을 맞이하는 데이타임 직원들이 신기하다 싶을 정도이다.  


사실 나 또한 처음부터 이렇게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막 프론트데스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누구보다 순진한 얼굴로 아무 의심없이 모두에게 Welcome back!, Welcome to the hotel! 을 인삿말로 건네곤 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젠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경계태세 모드로 변경되고 카메라를 휙휙 돌려가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한다. 게다가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이제 그 쎄한 촉은 무척 잘 들어맞는다. (안 맞을 때도 물론 있다. 그럴 땐 그냥 허허 웃고 넘긴다.)






우리의 식스센스(촉)를 발동시키는 몇 가지 요건들이 있는데, 나열해보자면 1)활발한 새벽활동, 2)현금지불, 3)새벽 워크인, 4)ATM 기계 이다. 


나이트오디터의 레이더망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들이 남들과는 다른 시간대에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밤 10시부터 아침7시까지 근무하기에 처음 2시간, 마지막 2시간을 빼고는 사람을 볼 일이 대개 없다. 투숙객들 모두 잠을 자러 가기에 밤 12시가 넘으면 호텔은 조용해지고, 로비를 배회하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새벽 3-4시 경에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면? 갑자기 투숙객이 아닌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이 호텔에 들어와서는 그 방을 찾는다면? 하지만 그 방에 등록된 투숙객의 기본 정보인 이름을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하고 그냥 어디로 가는 지만 알려달라 한다면? 이건 뭔가 있다...! 우리의 신경은 곤두서고 그 밤이 조용히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런 방들의 프로파일을 열어보면 대부분 현금이나 체크카드(Debit card)로 보증금(deposit)을 낸 경우가 많다. 이게 왜 특이한 거지? 라고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잠깐 호텔의 기본 보증금 방식을 알아보자면 체크인을 할 때 제시한 신용카드에서 숙박비용 + a ($50/night 정도, *호텔마다 다르다) 를 가승인(pre-authorization) 해놓는 것이 기본이다. 일단 호텔 시스템에 신용카드가 등록이 되면 언제든 금액을 청구할 수 있기에 따로 큰 금액의 보증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가승인이 되지 않거나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현금이나 체크카드로 숙박비용 + 룸보증금($250 정도)를 미리 선불로 내야한다. 체크아웃을 할 때, 방 상태가 멀쩡하다면 이 보증금은 반환이 된다. '신용카드' 는 없지만 저 큰 금액을 한 번에 낼 '현금'은 있다? 기록이 남는 것이 싫어 현금다발을 가지고 다니며 그 큰 금액을 턱턱 내민다면, 우리들의 빨간불이 번쩍 울린다.  


그래서 우린 새벽 워크인 손님들에게는 현금과 체크카드로 보증금을 받지 않는다. 새벽에 뜬금없이 워크인으로 호텔에 투숙을 하는 것부터가 수상하기에 우리는 워크인을 받을 때 가장 긴장하게 된다. 게다가 손님의 주소지가 바로 옆동네라면, '집으로 가지 않고 굳이 호텔에?'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대부분 집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거래'를 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손님을 받아주는 경우, 새벽 내내 이상한 차들이 계속 호텔 주변에 맴돌고, 그 투숙객은 밤새도록 왔다갔다하며 거래를 한다. 


그런 거래를 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하는 손님들은 꼭 항상 프론트데스크에 들려 ATM기계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런 '특별한' 거래의 경우 기록이 남으면 안되기에 현금거래가 많아 그렇다. 현재 우리 호텔은 Covid 때문에 ATM을 없앴는데, ATM이 없음에 퍽 난감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래, 이 호텔은 너네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니 다음엔 찾아오지 말아라' 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가끔 이 일을 하면서 '촉'만 발달되는 탓에 내가 호텔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인가, 탐정/경찰로 취업을 한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이 '촉'만으로 수상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름을 구글링하여 범죄기록/기사들을 찾아내 매니지먼트팀에게 보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면, 이건 그냥 진짜 수사팀 아닌가? 


항상 그런 우리를 신기해하며 도대체 어떻게 수상한 걸 알아냈냐고 묻는 데이타임 직원들의 물음에 우린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We just feel it!" 우리의 촉을 무시하지 마라! 


나이트오디터에게는 특별한 여섯번째 감각, 식스센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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