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함경아 개인전_유령 그리고 지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함경아 개인전.
‘Phantom and a map (유령 그리고 지도)’
11월 3일 일요일까지 전시 예정이다.
국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 54)는
매일 10:00~17:00 오픈이므로
전시 마감 전 얼른 다녀오길!
처음에 작품을 보았을 땐
추상화가 칸딘스키가 떠올랐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린 게 아니다.
하나하나 실로 ‘자수'를 놓아 그림처럼 만든 것.
설명을 보니 함경아 작가는
북한 수공예 노동자들과 총 1,400여 시간 동안
공동 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작가가 자수 도안을 북한에 보내면
노동자들이 그에 맞춰 자수를 놓는다.
이후 한국에 다시 돌아와 디자인을 마무리할 때까지
총 1,400여 시간이 들었다.
이 과정은 남북한 정세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진행되며, 실질적 소통이 어려운 대상(북 노동자)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익명의 혹은 유령의 존재들이,
그들의 육체노동이 촉각화 된다.
이 자수 프로젝트의 근본적 의미다.
화려한 컬러의 자수는 얼핏 보면 긍정적인 감정만을 자아내는 듯 하지만, 사실 작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탄 폭발 사진을 표현하는 등 사회정치적 함의를 담았다고 한다.
팽팽하게 이어지는 두 조각의 작품은
작가가 담으려 했다던 원자탄 폭발 사건의 참혹한 연장선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컬러가 세상에 존재했었지, 싶을 만큼
다양한 컬러들의 조합
그렇지, 제목처럼 사랑에 빠지는 건 이런 거지
얼마나 많은 노동이 투여됐을까
보이지 않는 ‘유령’의 육체적 노동의 흔적이
그 존재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디즈니 영화처럼 경쾌한,
동시에 무감각한 밝음에 창백함이 느껴지는.
두 번째 관에서 이어지는 함경아 작가전.
물감이 번지는 듯한 모습도 자수로 표현.
특이한 제작방식으로 인해 더욱 신비해 보인다.
짙은 어둠에 먹물진 느낌이 마음에 들었던.
가까이서 보아도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은 치밀한 자수
세 번째 관에서 이어진 전시에서는
단 한 장의 작품만 사진으로 담았다.
자수 위에 리본을 붙인 작품
텍스쳐와 텍스쳐의 결합이 난해하면서 신선하다.
조금은 난해하지만 작업 방식 자체가 예술이 되는
현대미술의 개념에 잘 맞았던 전시.
서로 일면식도 없고 만나지도 못하는 대상과
대형 작품 협업 프로젝트를 하다니.
그것도 기약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간을 두고.
실오라기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의 존재와 땀방울로 인해
대체불가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