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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비 Oct 27. 2024

수놓인 것은 누군가의 존재와 땀방울

국제갤러리 함경아 개인전_유령 그리고 지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함경아 개인전.

‘Phantom and a map (유령 그리고 지도)’

11월 3일 일요일까지 전시 예정이다.


국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 54)는

매일 10:00~17:00 오픈이므로

전시 마감 전 얼른 다녀오길!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5WBXS01V2>

처음에 작품을 보았을 땐

추상화가 칸딘스키가 떠올랐다.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5WBXS01V2>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린 게 아니다.

하나하나 실로 ‘자수'를 놓아 그림처럼 만든 것.


설명을 보니 함경아 작가는

북한 수공예 노동자들과 총 1,400여 시간 동안

공동 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작가가 자수 도안을 북한에 보내면

노동자들이 그에 맞춰 자수를 놓는다.

이후 한국에 다시 돌아와 디자인을 마무리할 때까지

총 1,400여 시간이 들었다.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5WBS01>

이 과정은 남북한 정세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진행되며, 실질적 소통이 어려운 대상(북 노동자)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익명의 혹은 유령의 존재들이,

 그들의 육체노동이 촉각화 된다.

이 자수 프로젝트의 근본적 의미다.



화려한 컬러의 자수는 얼핏 보면 긍정적인 감정만을 자아내는 듯 하지만, 사실 작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탄 폭발 사진을 표현하는 등 사회정치적 함의를 담았다고 한다.



<유령 그리고 지도 / 악의 꽃 01M01V1> <유령 그리고 지도 / 악의 꽃 02M01V1>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2WBL01V1T>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1WBL01V1T>

팽팽하게 이어지는 두 조각의 작품은

작가가 담으려 했다던 원자탄 폭발 사건의 참혹한 연장선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유령 그리고 지도 /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01V1>

이렇게 많은 컬러가 세상에 존재했었지, 싶을 만큼

다양한 컬러들의 조합

그렇지, 제목처럼 사랑에 빠지는 건 이런 거지



<유령 그리고 지도 / 환상적인 관계 01V1>

얼마나 많은 노동이 투여됐을까

보이지 않는 ‘유령’의 육체적 노동의 흔적이

그 존재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디즈니 영화처럼 경쾌한,

동시에 무감각한 밝음에 창백함이 느껴지는.




두 번째 관에서 이어지는 함경아 작가전.

<오호 애재라 시리즈 012408>

물감이 번지는 듯한 모습도 자수로 표현.

특이한 제작방식으로 인해 더욱 신비해 보인다.


<오호 애재라 시리즈 032408>

짙은 어둠에 먹물진 느낌이 마음에 들었던.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6WBXS01V3>

가까이서 보아도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은 치밀한 자수




세 번째 관에서 이어진 전시에서는

단 한 장의 작품만 사진으로 담았다.


자수 위에 리본을 붙인 작품

텍스쳐와 텍스쳐의 결합이 난해하면서 신선하다.




조금은 난해하지만 작업 방식 자체가 예술이 되는

현대미술의 개념에 잘 맞았던 전시.


서로 일면식도 없고 만나지도 못하는 대상과

대형 작품 협업 프로젝트를 하다니.

그것도 기약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간을 두고.


실오라기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의 존재와 땀방울로 인해

대체불가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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