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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비 Apr 01. 2024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미술의 모습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6개월 만에 쓰는 게으른 후기다. 하지만 되새겨보아도 정말 풍성했던.

작년에 정말 큰 화제였던 전시였는데 덕분에 가서 코로나도 얻고 왔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그림도 구경하며, 짤막한 개인적 감상에 공감한다면 참 좋겠다.



기간 : ~ 23.10.09 (월)

위치 :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영국 수교 140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건너온 원작 52점 전시



첫 번째 파트는 르네상스. (부활)

14세기경 이탈리아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에 뿌리를 두고 시작됐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여 그려낸 예술이다.


산드로 보티첼리 -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르네상스 시대 특유의 정확한 원근감이 조금 어색하다 싶을 만큼 잘 드러난 그림이다.



조반니 벨리니 - 성모자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추종자 - 나르키소스

그리스로마신화에 심취한 것에 걸맞게 나르키소스를 소재로 그린 그림.

물에 비친 본인의 외모에 취해... 결국 물속에 빠져 죽고 마는 비극적인 신화.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 - 여인

옷감의 표현이 놀라웠던 그림. 옛 서양 그림들을 볼 때마다 옷자락의 부드러움, 레이스의 오돌토돌한 느낌 등 옷의 소재를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게 참 신기하다.



야코포 틴토레토 - 빈첸초 모로시니

옷감의 표현보다는 인상의 표현에 더 주를 둔 그림.

조금 거칠게 붓질을 함으로써 섬세한 옷감 표현은 포기했지만, 그림 속 남자의 눈빛과 표정이 더 드러난다.

거칠고 주름진 피부 표현으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그렇기에 더욱 위엄이 느껴지는 초상화.



퀸텐 마시스 - 보좌에 앉은 성모자와 네 천사

청록과 금색의 표현이 참 고풍스럽다.

성모자의 머리 주변 금빛 광채의 섬세한 표현도 참 아름다운데, 옷자락 가장자리에 잔잔히 박힌 금장식까지.

르네상스 그림은 종교화가 많아 주제면에서는 조금 단조롭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이 매력적이다.



카라바조 -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카라바조의 작품! 카라바조는 음영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서 인물의 감정을 전체적인 분위기로 끌고 가는 것에 탁월한 화가이다.

실제 삶은 살인을 저질렀을 만큼 통제되지 않는 무분별한 인간이었다고 하지만.. 그 광기의 다른 측면은 이렇게 예술가의 면모로도 표현이 된 걸까.



디에고 벨라스케스 - 페르난도 데 발데스 대주교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디에고 벨라스케스.

벨라스케스는 왕궁 화가로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시녀들(Las Meninas)'이란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치켜 올라간 눈썹, 완고한 눈빛, 내려간 입꼬리 등.. 인물의 성격이 그림을 통해 이렇게 잘 느껴지다니.



요아힘 베케라르 - 4원소:불

분주한 주방 장면을 담은 그림. 물불흙철 의 4 원소 중 '불'에 초점을 맞춘 풍속화다.

내게 이 그림이 재밌던 포인트는, 감상자의 뷰는 좌측 맨 앞 여성에게 맞추어져 있는데 그 뒤는 마치 바닥이 휘어지듯 방 전체 모습이 보이도록 그려진 점이었다. 마치 세상이 휜 것처럼..





알베르트 코이프 - 들판에서 말을 타는 남성과 목동, 두 소년, 그리고 일곱마리 소



피터르 더 호흐 - 안뜰에서 음악 모임

이 그림의 뒷 이야기라면, 당시 이렇게 귀부인들이 은밀한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외도'를 상징하기도 했다는 것.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과 문 앞에 문지기로 보이는 사람이 망을 보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저 귀부인은 지금 비밀스러운...! 달콤한... 외도를 즐기고 있다는 것,,,! (왜 난리인데,,)



프란시스코 데 고야 -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스페인의 유명한 화가 두 번째, 프란시스코 데 고야.

고야는 귀족들의 초상화, 민중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는데 초상화 분야에서는 귀족들의 성품을 가감 없이 드러낸 화풍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왕궁 가족의 그림에서 왕의 탐욕과 부인의 질투, 아이들의 권태로움 등을 표정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다던지.

이 그림은 귀족 여인들이라 그런지 비교적 무난(?)하다. 푸른색은 특히 참 아름답게 그려냈네.



데이비드 윌키 - 기도대 앞에 무릎 꿇은 소녀



토머스 로렌스 - 찰스 윌리엄 램튼 (레드보이)

사람이 가장 북적북적했던 그림

이 그림의 주인공 소년은 13살에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의뢰한 그림이라는데... 생전의 생기 넘치고 예쁜 모습을 담은 그림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동시에 저 고급스러운 벨벳 질감의 표현이라니. 또 한 번.... 감탄



클로드 로랭 - 성 우르술라의 출항

클로드 로랭은 17세기 프랑스 풍경화가이다. 아름다운 석양이 꼭 지금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존 컨스터블 - 스트랫 퍼드의 종이 공장

영국의 19세기 낭만주의 풍경화가인 존 컨스터블. 수식어에 '낭만주의'가 붙은 것과 같이, 표현에 한결 로맨틱한 촉촉함(?)이 가득하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와 한낮의 유한한 행복의 순간을 즐기는 듯한.



폴 세잔 - 작업실의 난로

폴 세잔은 입체파의 아버지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차분 감성 낭낭한(?) 정물화도 그렸다. 초반에.

새삼 화가들은 끝없는 시도와 연구로 자기 자신만의 화풍을 찾아가는구나.....

삶은 예술가와 같은 태도로 살아야 하는 다른 이유일까나.



존 싱어 사전트 - 와인잔



폴 고갱 -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

고갱 특유의 원색 표현이 스멀스멀 표현된 그림. 초록, 노랑, 빨강이 원시적으로 섞인 느낌이 참 좋다.



에두아르 마네 -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풀밭 위의 점심으로 유명한 마네의 그림.

연이은 주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듯한 점원의 표정이 재미있다.

분주함과 즐거움이 뒤 즐거운 공연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듯한.



좌) 클로드 모네 - 붓꽃

매일 보던 풍경 속에서, 어느 순간 연못의 선경을 발견한 클로드 모네.

의미 있는 무언가란 부차적인 것들이 천천히 가라앉은 뒤 문득 드러난다는 의미일까.

삶도 그렇다. 당장 답도 미래도 모르는 것들을 가만히 두면, 어느 순간 부유물이 가라앉아 맑은 물이 비친다. 정작 고민으로 가득할 때엔 떠올리기 어렵지만 이렇게 틈틈이 되새겨 본다.






유명한 작가부터 몰랐던 작가들까지 다채롭게 풍속화, 초상화, 풍경화를 볼 수 있었던 시간.

난해하지 않고 편안하면서 신선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모인 전시회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큰 규모의 전시회가 국내에 많이 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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