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차가운 순간, 단 하나의 문장

굳건한 기질의 근원을 향한 관찰의 시작

by 이런이유지

“내가 아무래도 네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내 옆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너 살길 찾아.”


관계의 끝을 선언하듯 냉소적인 말과 함께 자리를 뜨려 하자, 커다랗게 내 앞을 버티고 서서 발길을 붙잡고 있는 남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나는 포기 안 해. 싫어. 안 비켜. 나는 너 절대 포기 안 할 거야!”


그때부터였다. 내가 뱉어낸 모든 못된 말과 차가운 태도에도 굴하지 않는, 한 인간의 ‘포기하지 않는 기질’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과거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날 어떤 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말까지 내뱉었는지 명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마음과 다르게 강경하고 차가운 태도로 ‘이쯤 했으면 됐다’며 관계를 정리하려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그것은 자존감 부족, 관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오래된 상처 따위였다.


따뜻한 표현에 인색했던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온 마음의 상처. 연애 경험은 있지만 결혼은 처음이었기에, 남이었던 사람이 혈육처럼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 유지가 가능할까에 대한 불안도 컸다. 부모나 형제들과 달리 배우자의 존재는 ‘언제든 이별 옵션이 있는 불완전한 관계’라는 생각이 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제멋대로고, 다정한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나라도 버티기 힘들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그를 떠밀어 보려 했다. 그의 선택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물러서지 않고, 모든 불안과 상처를 마주한 채 ‘절대 포기 안 한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내가 뱉은 차가운 말들에 그는 늘 단호하고 다정한 의지로 응답했다. 그런 그의 굳건한 기질이 나를 멈추게 했다.

나는 그 굳건함의 근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관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