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Mar 02. 2022

맞춤법_며칠/몇 일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직업병이라는 게 있다. 오랫동안 편집을 하고 있는 나도 그렇다.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딛고 나서는 노래방만 가면 화면 하단에 나오는 노래 가사를 교정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화들짝 놀란 적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지적질을 하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이게 아니라 요건데' 하고 무심결에 생각이 제멋대로 지나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가장 많이 속으로 지적질했던 단어가 '며칠'이 아닌가 싶다. '몇'이라는 단어는 수사로도 쓰이고 관형사로도 쓰이는데, 흔히 '몇 월 며칠이야?'라는 문장에 쓰일 때는 수사가 아니라 관형사로 쓰이는 거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관형사로 쓰이는 '몇'을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몇 「관형사」

「1」 뒤에 오는 말과 관련된,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르는 말.

친구  명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

귤  개만 사 오너라.

「2」 ((흔히 의문문에 쓰여)) 뒤에 오는 말과 관련된 수를 물을 때 쓰는 말.

오늘 집에  사람이 찾아올까?

나이가  살이냐?

그런데 '몇'이 '일'과 함께 쓰일 때는 '몇일'이 아니라 '며칠'이 된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특별히 '주'를 달아놓았다. '몇 일'로 적는 경우는 없고 항상 '며칠'로 적는다는 말이다. 

며칠 「명사」

「1」 그달의 몇째 되는 날.

오늘이 며칠이지?

「본말」 며칟날

「2」 몇 날. ≒기일.

그는 며칠 동안 도대체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일은 며칠이나 걸리겠니?

지난 며칠 동안 계속 내리는 장맛비로 개천 물은 한층 불어 있었다.≪최인호, 지구인≫

※ ‘몇 일’로 적는 경우는 없다. 항상 ‘며칠’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며칠'을 '몇 일'로 한다면 발음상 '며딜'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며칠'로 발음하고 있으므로 '며칠'로 적는다. 

'몇'이 관형어이므로 다음 단어를 띄어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몇 일'이 아니라 '며칠'이 되어야 한다.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몇 월 며칠'이 있는데, '몇월몇일'도 아니고 '몇 월 몇 일'도 아니고 '몇 월 며칠'이 맞는 표현이니 꼭 기억해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