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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pr 05. 2022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메뉴판, '오늘의 메뉴'

지난주 수요일 저녁에 남편 몸이 좀 이상하다 해서 자가진단키트를 했더니 한 줄, 

그러다 자정 지난 시간에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면봉을 목 깊숙이 넣어서 검사한 결과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 

아침에 딸아이 포함 세 식구가 신속항원검사를 했고, 남편은 양성, 딸아이와 나는 음성이었다. 

목요일부터 남편은 안방에서 격리!


딸아이도 오후부터 목이 많이 아프다 해서 집에 오는 길에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왔는데, 

갑자기 상태가 심해져서 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결과 딸아이는 양성, 나는 음성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딸아이 pcr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헉.. 신속항원검사가 더 정확한 경우도 있는 거였다. 몰랐다..


목요일부터 남편과 딸아이는 각각의 방에서 격리 생활을 했고, 

나는 삼시 세 끼 해서 넣어주랴, 약 타오랴, 마트 가서 일회용물품 사오랴,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소독 스프레이(만 원이나 한다ㅠ) 사와서 화장실과 방문 손잡이, 식탁 의자 등을 소독했고,

거의 항상 창문을 열어놓았다. 

하루 세 번 '베타딘'을 목에 뿌렸고, 아침마다 가글을 했으며, 비타민C를 챙겨먹었다.  

남편 방이나 아이 방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를 두 개 썼고, 일회용 장갑을 끼었다. 

잠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잤다. 

그 결과, 내일 남편의 격리생활이 끝나는데, 나는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오예~

물론, 내가 아직까지 건강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가족들 코로나 잠복기에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남편은 이틀 정도 아팠고 그 이후에는 괜찮았지만, 딸아이는 4일을 꼬박 아팠다. 

처음 3일 정도는 목이 찢어질 듯 아프다 했고, 그 이후에는 두통과 코막힘으로 힘들어했다. 

5일째 되는 날인 오늘은 그나마 통증이 많이 없어진 상태다. 

딸아이는 생강차와 오미자차, 이온음료를 계속 마시게 했다.

생강차는 따뜻하게 해서 주었고, 오미자차와 이온음료는 차갑게 해서 주었다. 


두 식구 돌보는 데 필요한 물품 사랴, 식재료 사랴, 반찬 사랴 왔다갔다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삼시 세 끼를 해서 각각의 방에 넣어주는 거였다. 


그래서 만들었다, 가족을 위한 메뉴판, '오늘의 메뉴'다. 

내가 할 수 있는 메인 요리들을 적었고, 가족들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며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특히 딸아이는 완전 감동 모드~

엄마가 자신을 이렇게나 생각해준다며 인스타에 메뉴판을 올렸는데,,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반응 또한 폭발적(살짝 과장해서^^)이었다고 한다. 

나 편하자고 한 일인데,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ㅋ

친구들이 그러길,, 엄마한테 잘하라고 했다며..(헉,, 그 정도까지.. 흠..)


메뉴판이 식단이랑은 좀 다른게, 

식단은 가족 입장에서 볼 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메뉴판은 스스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거다. 이건 마치 베라를 고르는 기분? ^^(나 좀 오버임~)


가족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로 제격이라 소개해 본다.

오늘의 메뉴판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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