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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Apr 23. 2021

사서의 도서관 일기

없을 것 같은 자료를 찾아내는 사람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은 주로 휴관하거나 예약자를 미리 받아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은 모기관의 정책에 따라 휴관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료를 간절히 찾는 이용자들의 문의전화가 종종 온다.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최대한 응해주려 하지만, 아무리 휴관 중이더라도 맡고 있는 업무가 별도로 있다 보니, 100% 정성을 들여 응대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 내가 일하는 열람실로 온 전화는 어떤 이용자가 특정 연도의 특정지역에 있던 병원 목록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꼭 필요한 자료인데 도서관이 휴관 중이라 못 가서 부탁드린다고 하셨다. 40년은 더 전인 자료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이용자는 연감 같은 게 있지 않냐 하지만 목록은 없고 죄다 통계자료뿐이었다. 회답 5년 차, 질문만 듣고 자료가 있을지 없을지 대강 감이오는 나는 대충 듣자마자 "그런 자료는 없어요."라는 말을 목구멍까지 도달시켰지만, 늘 그런 말을 하려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0.1%의 여지가 그 말을 발 끝까지 끄집어 내렸다. 그러고는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없을 수도 있는데 일단 찾아보고 오늘 안으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연락처 남겨주세요."라고 하고는 끊었다.

하.. 이걸 어떻게 찾는담. 자료와 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그 특정 연도의 특정지역 병원 수는 나와있지만, 병원의 이름이 담긴 목록은 없었고,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찾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다시 어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 간절한 부탁도 한몫했다. 꼭 필요한 자료인데 도서관이 문을 닫아 답답하고 애타는 상황.. 이용자의 마음에 공감이 갔고, 꼭 찾아드리고 싶었다. 그게 사서가 해야 하는 진짜 일이다 싶었다.

한 시간을 넘게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서울의 지역별 병의원 인허가 관련 자료 리스트를 발견했다. 파일을 받아 보니 병의원의 인허가 날짜와 폐업일자, 현재 영업 여부까지 나와 있어 이용자가 요청한 연도의 이전에 인허가된 병원을 찾아 정리하면 얼추 답변이 될 것 같았다. 인허가 날짜로 정렬하고 요청한 지역을 검색하니 59개 정도의 데이터가 나왔다. 목록을 잘 간추려 이용자의 메일로 보내드렸다.

많이 기다리셨는지 바로 읽으시고 답장을 이렇게 보내셨다.

자료를 찾으시느라 수고가 참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어서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수고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별 말 아닌데도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게 열람봉사의 보람이구나 싶었다. 명확하게 떨어지는 자료가 없더라도, 힌트를 얻어 정리하고 추려내면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무조건 없다고, 귀찮으니 안 된다고만 하는 사서 말고, 최대한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그 마음에 공감하는 사서가 되어야지.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도서관은 그 존립이유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도서관은 마음 놓지 말고 더 부단히 일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도서관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도서관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시대를 잘 건너려면 힘닿는 한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야 할 것 같다. 할 일이 정말 많았지만 성실이 응대한 나자신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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