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열 여덟 번째 글
2017 ACL F조 1차전
FC 서울 : 상하이 상강 경기 리뷰
경기 하이라이트
상하이 상강은 지난 7일 2017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에서 태국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수코타이 FC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2017 ACL F조 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다.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던 FC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세계적으로 알려진 선수들이 확실히 몸값을 하더라.”라는 평가를 남기며 상하이 상강에 대한 경계를 표시했다. 그로부터 딱 2주일이 흐른 어제, FC 서울은 상하이 상강을 홈으로 불러들인 2017 ACL F조 1차전에서 0:1로 패배하고 말았다.
전반전은 FC 서울이 볼 점유율에서는 우세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됐다. 어제 경기가 홈 팀 FC 서울에게는 시즌 첫 공식 경기, 상하이 상강에게는 플레이오프 이후 두 번째 공식 경기였던 만큼 두 팀 모두 조직력이 완전히 올라온 모습은 아니었다. 게다가 추운 날씨와 얼어있는 잔디는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FC 서울은 신광훈-고요한-이상호로 이어진 우측 라인이 상하이 상강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나, 큰 소득 없이 전반전을 마무리 했다.
승부는 후반전에 갈렸다. 후반 53분 상하이 상강의 공격진은 스로인 이후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이어가던 FC 서울의 선수들을 압박해 볼을 뺏어냈고, 볼을 이어받은 헐크는 원 터치 이후 그대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꽤나 먼 거리에서의 슈팅이었지만 헐크의 슈팅은 강력하게 뻗어나갔고, 볼은 FC 서울의 유현 골키퍼가 몸을 날리기도 이전에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날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던 18,000명의 홈 팬들마저 실점에 아쉬워 할 겨를 없이 감탄을 보낼 수밖에 없던 환상적인 슈팅이었다.
실점 후 6분 뒤, 경기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던 상황이 벌어졌다. 상하이 상강의 수비수 흐어콴이 페널티 박스에서 쇄도하던 데얀을 붙잡은 채 넘어졌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게다가 흐어콴이 이 파울로 인해 경고 누적 레드카드를 받게 되어 FC 서울은 남은 30분 동안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의 지시에 의해 키커로 나섰던 데얀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FC 서울은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FC 서울에게는 경기 중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후 황선홍 감독은 센터백 김동우를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중원에서 패스미스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측면에서의 크로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후 마우링요와 이석현이 공격 강화의 연장선으로 연속 교체 투입되었지만 결국 FC 서울은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조별리그 1차전을 패배로 마무리했다.
FC 서울 입장에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선발 출전했던 공격진 윤일록-데얀-이상호 쓰리 톱은 결정적인 찬스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역습 과정에서 미드필더 지역까지는 볼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격 진영으로 볼을 투입하고 슈팅으로 연결 짓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골잡이 아드리아노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제는 직접 득점을 만들어내는 플레이 보다는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경기를 풀어가는 플레이에 더 익숙해진 데얀과 박주영 이외에 아드리아노 같은 유형의 골 게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공격력이었다. 경기 내내 볼을 소유하고 있던 시간이 상하이 상강에 비해 많았던 반면, 결정적인 슈팅은 상하이 상강이 더 많이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 개선해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겠다던 황선홍 감독의 2017년 출사표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공격 전술에 미완성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ACL 선수 등록 기간 마감으로 인해 당분간은 지금의 멤버로 경기력을 완성시켜야하는 만큼, 데얀과 박주영 두 명의 중앙 공격수를 활용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 조합과 전술을 찾아내는 것이 황선홍 감독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하지만 시즌 첫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반전에 보여줬던 강한 압박과 간간히 펼쳐졌던 중원에서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는 황선홍 표 템포 축구가 이식되고 있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지표였다.
수비진에서는 곽태휘의 결정적인 패스 미스가 FC 서울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후반 10분 수비 진영에서 곽태휘의 어이없는 패스 미스가 발생했고, 이를 가로챈 우레이가 단독 질주 이후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현의 결정적인 세이브로 실점을 모면할 수 있었다. 곽태휘의 치명적인 단점이 또 다시 드러났던 상황이었다. 경기 내내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다가도, 가끔씩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실점을 초래하는 경우가 잦았던 곽태휘는 어제 경기에서도 실수를 반복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팀의 주장이 결정적인 실수로 흔들리게 된다면, 이는 팀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곽태휘는 팀의 수비 리더이자 주장으로써, 수비 진영에서의 패스 미스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1800억 원과 575억 원. 어제 경기 상하이 상강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3명의 브라질 선수(헐크, 오스카, 엘케손)들의 이적료와 연봉의 추정치 합산 값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선수들이 몸값을 하더라.”는 황선홍 감독의 평가처럼, 이 세 선수는 FC 서울의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상하이 상강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 중 단연 돋보였던 선수는 결승골의 주인공 헐크였다. 헐크는 득점 이외에도 경기 내내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FC 서울 선수들을 괴롭히며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됐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가 보여주고 있는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의 투자를 바라보며 국내 축구 팬들은 ‘황사머니’라고 칭하며 이를 비판하곤 했다. ‘비싼 돈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불러들일 순 있어도, 자국 선수들의 실력이 뒤따르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은 아직 우리를 이길 수 없다.’라며 중국 슈퍼리그를 얕보곤 했다.
하지만 어제 FC 서울을 상대했던 상하이 상강의 경기력은 우리들의 무시에 보내는 중국 축구의 경고처럼 느껴졌다. 헐크를 비롯한 수백억 대의 외국인 선수들은 그들의 몸값을 톡톡히 했으며, 한 명이 부족한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FC 서울의 공격을 끝까지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낸 중국 국적의 수비수들 역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필자 또한 어제 FC 서울이 보여줬던 경기력이 FC 서울의 진짜 면모가 아니었다고 굳게 믿는 바이지만, 그와 별개로 상하이 상강의 선전은 인상적이었디. 아드리아노를 중국 2부 리그로 떠나보낸 뒤, 그에 걸맞는 급의 선수 영입을 해내지 못한 FC 서울에게는 '돈의 힘'이 더욱 뼈 아프게 실감되는 어제 경기였다. 우리가 무시했던 ‘수백 억짜리 외국인 선수들은 공격을 책임지고, 중국 선수들은 수비를 책임진다.’는 모토의 중국 슈퍼리그 전술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2017년 FC 서울의 ACL 도전기의 흥망이 결정될 지도 모르겠다.
글 = 호샥 @ 서울 월드컵 경기장
사진 = SPOTVNEWS, 경향신문, 스포츠Q, 엑스포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