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열 일곱 번째 글
K리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3월 4일 토요일 울산, 광주, 상주에서의 3경기를 시작으로 1년간의 항해가 다시 시작된다.
약 2주 뒤면 우리 곁으로 돌아올 K리그를 기다리며, 2017 시즌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뉴 페이스’에게 주목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경기장에서 새로운 팬들을 만나게 될 각 팀의 뉴 페이스들 중, 올 한 해 보여줄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팀별로 한 명 씩 선정했다. 선수 선정 기준은 온전히 필자의 ‘주관적인’ 기대감에 근거함을 미리 밝히며, 지난 시즌 최종 순위대로 팀별 순서가 진행된다. 1편에서는 지난 시즌 상위 스플릿 소속 6개 팀의 이야기를 다룬다.
FC 서울 : ‘이제는 레드소닉’ 이상호
올 겨울 가장 충격적인 이적 소식이었다. 수원 삼성 공격의 한 축이었던 이상호가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최대 라이벌 팀 FC 서울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K리그 대표 라이벌 클럽 FC 서울과 수원 삼성 사이에서 이뤄진 직접 이적은 과거 이종민이 FC 서울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던 2013년 이후 약 4년 만이다.(2016년 조찬호의 경우 FA 계약이었다.) 이종민 이전에도 백지훈이 2006년 구단의 뜻에 의해 수원 삼성으로 현금 트레이드 됐던 경우가 있었지만, 수원 삼성에서 FC 서울로 이적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상호는 수원 삼성 팬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으며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호가 괴로운 건 단지 수원 삼성의 팬들만이 그에게 질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수원 삼성 소속이던 시절 그가 했던 발언들로 인해 새 소속팀 FC 서울의 팬들 중 일부 역시 그의 합류를 반기지 않고 있다. 이상호는 이적이 발표된 이후 SNS를 통해 FC 서울 팬들에게 자신의 과거 실수를 사과하고 팀을 위해 경기장에서 헌신하는 모습으로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지만, 팬들의 화는 아직까지 누그러지지 않은 상태다. 이후 이상호가 팀의 레전드 아디의 등번호였던 8번을 배정 받게 되었다는 소식은 다시 한 번 FC 서울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상호가 지금까지 K리그 무대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FC 서울에서도 그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측면 공격수가 부족했던 FC 서울에게 이상호는 꽤나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호에게 주어진 경기 외적인 부담감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홈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새로 받게 된 등번호의 무게를 이겨내고 이상호가 FC 서울에서도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전북 현대 :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 김진수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소속으로 단 한 번의 리그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던 김진수가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12년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 소속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로 향했던 김진수는 2017년 처음으로 K리그 무대에 서게 되었다.
김진수의 분데스리가 도전기는 약 3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김진수는 호펜하임 입단 초기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경기에 출전했지만, 15-16 시즌 중반에 접어들며 이어진 본인의 부진과 두 차례의 감독 교체가 겹치면서 서서히 입지를 잃어갔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완전히 전력 외로 분류되어버린 김진수는 이후 거의 모든 경기에 결장했고, 결국 K리그 무대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실패라는 단어로만 치부될 시간은 아니었다. 김진수는 1992년생으로 아직 미래가 유망한 젊은 선수다. 어린 나이에 유럽 빅 리그에서 경쟁했던 경험은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만약 김진수가 전북 현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 주전 자리를 되찾고 더 나아가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될 경우, 그의 유럽 무대 경험은 대표팀에게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윤석영은 J리그로의 이적을 선택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경기에 출장하지 못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르트문트의 박주호는 이번 겨울 또 다시 새 소속팀을 찾는 데에 실패했다. 만약 김진수가 전북 현대에서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대표팀 왼쪽 수비수의 주인은 그가 차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과연 K리그 무대로의 도전을 선택한 김진수가 스스로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해낼지 기대가 된다.
제주 유나이티드 : ‘미추홀 짐승남에서 제주의 9번으로’ 진성욱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의 ‘큰 손’이 승격팀 강원 FC였다면, ‘최대 승리자’는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원 FC의 영입 리스트와 비교하면 인지도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팀에 보강이 필요했던 포지션의 선수들을 적절히 영입하며 만족스러운 겨울을 보냈다. 지난 시즌 전북 현대와 함께 리그 최다 득점 팀에 올랐지만 최전방 공격수에 고민이 많았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선택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추홀 짐승남’ 진성욱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팀을 거쳐 프로에 데뷔한 진성욱은 지금까지 K리그 통산 86경기에 출전해 15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는 득점 기록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25세)와 그의 전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득점력이 대부분 리그 하위권이었던 점을 고려해본다면, 진성욱이 충분히 발전 가능성 있는 공격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 없이 리그 최다 득점 팀에 오르며 공격 축구를 뽐냈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겨울 울산 현대로부터 외국인 공격수 멘디를, 인천 유나이티드로부터 토종 공격수 진성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조성환 감독이 멘디와 진성욱 중 한 명을 원톱으로 선택할지 혹은 서로 공존하는 전술을 구상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번 시즌 권순형과 안현범과 같은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K리그와 아시아 무대로 뛰어들 진성욱의 공격력을 기대해볼만 하다.
울산 현대 : ‘제 2의 기성용?’ 박용우
전북 현대와의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새롭게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이종호나 최규백, 혹은 중국 슈퍼 리그에서 K리그 무대로 돌아온 오르샤가 아닌 박용우가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박용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이나 잠재성이 아직까지는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에 가깝다는 평이 주도적이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박용우는 최용수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리그 26경기에 출전했다. 같은 해 신인 선수 자유 선발을 통해 FC 서울에 입단했던 동기 김민혁, 김원균 등이 출전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던 반면 박용우는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으며 안정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날카로운 롱 패스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최용수 감독에게 ‘제 2의 기성용’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던 박용우는 FC 서울에서의 활약을 통해 2016 리우 올림픽 최종 명단에 승선했고, 세계 무대를 경험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이후 박용우는 최악의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황선홍 감독이 새로 부임하던 시기 올림픽 대표 차출로 인해 소속팀보다는 올림픽 대표팀에 집중했던 박용우는 올림픽 이후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슬럼프를 겪으며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게 되었다.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가끔이나마 출전 기회를 받더라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용우는 결국 시즌 종료 이후 울산 현대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킥력은 좋으나 압박에 너무나 취약하다.” 박용우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에게 내리는 냉정한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용우를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는, 필자 개인적으로는 박용우가 가진 킥력과 패스 능력, 체격 등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때 ‘제 2의 기성용’이라는 기대를 받던 박용우가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고 스스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전남 드래곤즈 : ‘전남의 신이 될 수 있을까?’ 로베르트 페체신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 이탈리아 세리에 A 출신. 그리고 헝가리 1부 리그의 1위 팀 소속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던 31살의 헝가리 공격수.’ 신선하고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선수가 2017년 전남 드래곤즈의 새로운 9번의 주인공이 되었다. 로베르트 페체신, 시즌 개막 전부터 전남 드래곤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2016 시즌 클럽 최초로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하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던 전남 드래곤즈에 새로운 무기가 추가됐다. 페체신은 지난 시즌 리그의 절반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10골 6도움을 기록하며 전남 드래곤즈의 공격을 책임졌던 자일과 함께 새 시즌 전남 드래곤즈의 공격을 책임질 예정이다.
페체신은 일간 스포츠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하기 전 헝가리에서 반년 동안 8골을 넣었으므로 K리그에서도 최소한 그 이상의 득점은 기록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전후반기 각각 8골 이상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페체신은 사냥을 좋아하셨던, 4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득점 이후엔 항상 사격 셀레브레이션을 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광양 전용 구장에서 페체신 특유의 사격 셀레브레이션을 몇 번이나 보게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더 나아가, 자일과 페체신이라는 두 명의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를 보유하게 된 전남 드래곤즈가 올해에도 작년에 버금가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상주 상무 : ‘승격 대신 입대로 클래식 데뷔’ 주민규
소속팀 서울 이랜드 FC는 올해에도 챌린지 무대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팀의 에이스였던 주민규는 클래식 무대로 향한다. 주민규는 2017년 국군 체육 부대(상주 상무) 모집에 최종 합격하면서 다가오는 2017 시즌 군인 신분으로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다.
2015년 서울 이랜드 FC의 창단 멤버로 40경기 23골 7도움(리그 기준)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K리그 챌린지 소속으로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던 주민규의 활약은 지난 시즌에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 초반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미미한 활약을 보이던 주민규는 리그 중후반부로 갈수록 제 기량을 되찾았다. 결국 29경기 14골 3도움(리그 기준)이라는 준수한 성적표와 함께 서울 이랜드 FC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특히 주민규는 시즌 후반부 승격 플레이오프로 가기 위한 중요 길목 마다 골을 터트리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비록 팀 동료들과 함께 클래식 무대로 승격하는 꿈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주민규는 2017년 상주 상무 소속으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첫 경험하게 된다. 과연 주민규의 득점포가 클래식 무대에서도 통할지, 클래식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반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도 획득하게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글 = 호샥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각 클럽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