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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Jan 12. 2017

실망의 연속과 한 줄기 희망, 서울 이랜드 FC

호샥 축글 _ 열 여섯 번째 글

만약 신이 인간에게 모든 일을 계획대로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은 더 순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정은 가정일 뿐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고, 우리는 그로 인해 (?) 우여곡절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슬퍼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K리그에도 2017년에는 활력을 되찾아야 할 클럽이 있다. 서울 이랜드 FC(이하 서울 이랜드)의 이야기이다.

2015년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새로운 팀이 K리그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서울 이랜드의 야망은 컸다. 만약 그들이 계획했던 목표대로 이뤄냈더라면, 올 시즌 폭풍 영입의 주인공은 강원 FC가 아닌 서울 이랜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 이랜드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너무나 창피하고 실망스럽다. 서울 이랜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허울뿐인 그들의 목표

서울 이랜드가 창단과 함께 제시했던 목표는 거창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새로운 클럽의 등장이라는 배경과 함께 서울 이랜드가 내걸었던 원대한 목표는 축구 팬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어느새 햇수로 창단 3년 차를 맞는 서울 이랜드의 목표는 아직까지 허울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이랜드가 창단과 함께 제시했던 클럽의 목표.                                 (사진 출처 : 서울 이랜드 FC 공식 홈페이지)


평균 관중 1만 명 달성과 K리그 클래식 승격. 서울 이랜드는 창단과 함께 설정했던 2016년 중점 목표 중 그 어느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던 리그 최종전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고작 3060명이었으며, 서울 이랜드는 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6 시즌을 6위라는 성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승격을 목표로 했던 서울 이랜드는 결국 승격 플레이오프마저도 진출하지 못한채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외국인 선수 계약 무산 사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던 서울 이랜드의 실망스러운 행보는 오픈시즌에도 계속되었다. 서울 이랜드는 지난 12월 아르헨티나 1부 리그 출신의 공격수 파블로와 콜롬비아 1부 리그 출신의 공격수 아키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팬들은 파블로와 아키노의 수준급 경력에 기대감을 표하며 두 선수를 환영했다. 두 선수의 플레이 영상과 기록을 찾아보며 서울 이랜드의 팬들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며칠 뒤 베네수엘라의 한 클럽이 아키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고, 파블로는 기존 소속팀의 2017년 프리시즌 명단에 포함된 것이 확인되었다. 사건은 두 선수 모두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서울 이랜드가 성급히 영입 발표를 했고, 그 이후 계약 막판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단의 성급한 판단과 미흡한 업무 처리는 팬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파블로와 아키노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외국인 선수 미첼과 타라바이와 작별을 선언했으나, 결론적으로 서울 이랜드는 얻은 선수 없이 기존의 외국인 선수들만 잃어버린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서울 이랜드 FC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과문.


반 년 만에 끝나버린 박건하 감독의 도전

서울 이랜드는 클럽의 초대 감독으로 주로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던 마틴 레니 감독을 선택했다. 2015년 마틴 레니 감독은 승격을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창단 첫 해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2016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마틴 레니 감독은 전 시즌보다 퇴보된 경기력을 보이며 리그 11경기(5승 4무 6패) 만에 서울 이랜드와 작별하게 되었다.

마틴 레니 감독의 후임으로 서울 이랜드는 국가대표팀의 박건하 코치를 감독으로 데려왔다. 박건하 감독은 무너진 서울 이랜드를 되살려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프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박건하 감독과 함께 서울 이랜드는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서울 이랜드는 남은 23경기를 11승 8무 4패라는 성적과 함께 마무리하게 되었다. 비록 박건하 감독도 승격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리그 후반부부터 최종전까지 이어졌던 6연승은 2017년 박건하 감독의 서울 이랜드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 이랜드는 갑작스러운 박건하 감독의 사임 소식과 함께 신임 감독으로는 김병수 감독이 선임됐음을 발표했다. “박건하 감독이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서 팀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합의 하에 감독직을 사임했다.”라는 공식 발표를 통해 박건하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났음을 전했다.

비록 김병수 감독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에 박건하 감독의 사임 과정이 가려져 있는 현재 분위기이지만, 필자는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합의 하에 감독직에서 사임했다.”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임’이란 단어의 사전적 뜻은 ‘스스로 그만두고 물러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합의 하에 사임했다.”라는 말은 구단에서 먼저 박건하 감독에게 감독직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임’ 보다는 ‘경질’에 가까운 감독 교체 단행이었다. 이기지 못하던 팀을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바꿔놓은 박건하 감독에게 고작 반 년 만에 팀에서 떠나줄 것을 요구한 구단의 이기적인 태도에 큰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듯이 출발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서울 이랜드에게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실망으로 가득 찬 서울 이랜드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희망의 구세주는 클럽의 제 3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병수 감독이다.


서울 이랜드 FC의 제 3대 사령탑 김병수 감독.                                (사진 출처 : 서울 이랜드 FC 공식 페이스북)


김병수 감독은 지난해까지 영남대학교 감독을 맡아 대학 무대를 휩쓸었으며, 2016년 한국대학축구연맹 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병수 감독이 주목을 받고 있는 데에는 그가 이뤄낸 성과 못지않게 주변인들의 그를 향한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병수 감독의 제자였던 김태륭 SPOTV 해설 위원은 김병수 감독을 ‘축구 천재’라고 드높였고, 한준희 KBS 해설 위원은 김병수 감독에 대해 ‘대학 리그의 펩 과르디올라’라고 평했다. 이외에도 김병수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수많은 선수들의 그에 대한 극찬은 실망스러운 구단의 행보에 돌아선 서울 이랜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는데에 큰 자극이 되어주고 있다.

김병수 감독의 선임은 팬들의 마음을 돌릴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이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병수 감독의 존재는 다른 클럽의 선수들이 서울 이랜드로의 이적을 고려하는 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폴 포그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헨릭 미키타리안과 같은 슈퍼스타들을 영입할 수 있었던 데에 조세 무리뉴 감독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 이랜드 역시 ‘김병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늘 서울 이랜드로의 이적이 발표된 이도성은 “새 감독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고 원하시는 전술을 잘 익혀서 감독님께 인정받는 선수,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인터뷰를 통해 이미 ‘김병수 효과’가 시작되고 있음을 방증해줬다.




서울 이랜드는 실망스러웠던 지난 두 시즌을 반성하고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비록 창단과 함께 제시했던 클럽의 비젼에는 2년 뒤쳐졌지만, 지난 2년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가올 2017 시즌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올해로 세 번째 승격 도전을 하게 될 서울 이랜드가 과연 승격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진정한 ‘서울 더비’가 펼쳐질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 출처 : JS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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