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열 다섯 번째 글
2013년 이후 4년 만에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다시 밟게 된 강원 FC의 야망이 심상치 않다. 이근호 영입 발표를 필두로 계속해서 공개될 ‘오피셜’을 기대하라던 조태룡 대표 이사의 예고는 허풍이 아니었다. 강원 FC는 오범석, 문창진, 이범영 등 국가대표 급 선수들에 이어 지난 시즌 K리그 MVP 정조국 마저 품에 안게 되었다.
선수 영입 이외에도 강원 FC는 오늘 오전 강원랜드와 연간 ‘80억+알파’의 대형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파격적인 소식으로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보도된 강원랜드 측의 반박 기사로 인해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투자가 침체한 상황에선 구단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무슨 수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무슨 수로 관중과 스폰서를 끌어 모을 수 있는가? 이미 많은 스폰서와 접촉하고 있고 기발한 마케팅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축구계 일대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내가 있는 한, 우리 구단은 망하지 않는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조태룡 대표 이사의 포부로 비추어 볼 때 이번 계약이 불발되더라도 강원 FC의 발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대형 스폰서 계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강원 FC가 보여주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는 K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전북 현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들과 모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K리그 시장에서, 승격 팀이자 시민 구단인 강원 FC가 겨울 이적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낯설다.
매일 같이 보도되고 있는 강원 FC의 ‘오피셜’ 기사를 바라보며 축구 팬들의 기대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그에 만만치 않게 우려감 역시 커지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만큼, 이번 겨울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즌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 할 경우 그 이후에 맞이하게 될 강원 FC의 앞날을 걱정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강원 FC는 지금 보여주고 있는 투자 전략 자체만으로도 K리그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왔다. 강원 FC는 ‘돈이 생기면 쓴다.’라는 기존의 K리그에 만연해있던 투자 문화에 ‘우선 돈을 쓰고 스폰서를 받는다.’라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제시했다. 다소 위험한 투자 전략처럼 보일 수 있지만, “투자 없이 발전은 없다.”라는 조태룡 대표 이사의 말처럼 소극적인 태도로는 알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하기 어려운 스포츠 시장에서 모험은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다.
강원 FC가 올 겨울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다음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만들어 낸다면, 이는 K리그 구단들의 투자 전략 변화를 넘어 K리그 시장 전체에 변화를 야기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팀 성적, 관중 수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강원 FC가 ‘적극적인 투자는 성공으로 이어진다.’라는 명제를 스스로 증명해낸다면, K리그의 많은 구단들은 투자에 소홀했던 그 동안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강원 FC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기업 구단, 시민 구단들이 강원 FC 못지않게 투자에 힘 쏟게 된다면 K리그 전체의 경제적 규모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강원 FC의 성공은 K리그 규모 확대를 위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나비 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의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올 겨울 강원 FC의 움직임은 절대 ‘작은’ 날갯짓이 아니다. 현재 K리그의 실정을 생각해보면, ‘작은’ 날갯짓 보다는 오히려 ‘거대한’ 날갯짓에 가깝다.
비록 2016년 겨울에 바라본 강원 FC의 행보가 ‘작은’ 날갯짓은 아니지만, 강원 FC의 투자와 성공이 K리그의 전성기와 함께 엄청난 규모 성장을 불러와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세한’ 날갯짓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10년 뒤 유럽 리그 못지않게 몸집을 키운 K리그의 팬들이 ‘그 때 강원이 투자한 돈은 아무 것도 아니었지~’라며 회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K리그를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써, 올 겨울 강원 FC의 날갯짓이 K리그 ‘나비효과’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