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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Nov 30. 2016

2016년 우리들의 마지막 이야기

호샥 축글 _ 열 네 번째 이야기

2016년도 벌써 마지막 한 달 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도 역시 대한민국 축구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품에 안고 브라질로 떠났던 올림픽 대표팀이 아쉽게 8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하기도 했고, 토트넘의 손흥민은 9월 한 달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 달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대표팀의 수장 슈틸리케 감독은 올 한 해 끊임 없는 논란과 위기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계속해서 위태로운 항해를 이어 나가고 있다.

K리그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 한 해였다. 전북 현대가 리그 33경기 동안 패배하지 않는 엄청난 경기력을 보이며 연속 무패 신기록을 만들어 냈지만, 불미스러운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해 승점 9점 삭감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전북 현대의 징계는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넘보던 FC 서울에게 역전의 기회로 찾아왔고, FC 서울은 그 기회를 살려 2016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와 달리 K리그 전통의 명가 성남 FC는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굴욕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광주 FC의 정조국은 올 한 해 득점왕과 리그 MVP를 석권하며 ‘무등산 패트리어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북 현대는 2016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약 8개월 동안 우리들과 함께 했던 2016 K리그는 끝이 났지만, 필자를 비롯한 팬들은 다가오는 주말에 다시 한 번 경기장으로 향할 것이다. 2016년 우리들의 마지막 이야기, ‘슈퍼 파이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다가오는 3일 오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역전 우승의 생생한 기억, ‘더블’을 노리는 FC 서울

FC 서울 선수들. ( 사진 출처 : FC 서울 )


시즌 도중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면서, FC 서울은 새 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을 모셔왔다. 황선홍 감독은 부임 초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특유의 속도감 있는 패스 축구를 FC 서울에 접목시키면서 팀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시즌 내내 2위 자리에서 1위 전북 현대를 추격하던 FC 서울은 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박주영의 극적인 결승골로 전북 현대를 제압하고 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 현대를 넘지 못하고 4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던 아쉬움을 리그 우승으로 달랠 수 있었다.

리그 도중에 부임했던 것을 감안하면 리그 우승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성적이지만 황선홍 감독은 또 한 번의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FA컵 트로피까지 차지하며 ‘더블’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1차전 빅버드에서 당했던 1:2 패배는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록 원정에서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데얀의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과 주세종의 부상 소식은 FC 서울의 ‘더블’ 달성을 실패로 이끌 수 있는 불안 요소임이 분명하다.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황선홍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컨디션 난조와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1차전에 결장했던 박주영의 회복세에 기대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아드리아노가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고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 온 ‘승부사’ 박주영이 후반 조커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얀의 결장만큼 FC 서울에게 뼈아픈 점은 주세종의 부상이다. 시즌 막판 오스마르가 미드필더로 기용되면서 이전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던 주세종은 공격 지역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결승 1차전 FC 서울의 유일한 득점자 역시 주세종이었다. 하지만 주세종이 부상으로 인해 결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황선홍 감독에게 고민이 더해졌다.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던 다카하기가 돌아오지만, 최근 팀 중원의 중심이었던 주세종의 결장은 뼈 아픈 손실이다.


FC 서울의 핵심 미드필더 주세종.                                                 ( 사진 출처 : 스포츠 공감 )


황선홍 감독이 이번 시즌 중요한 경기에서 의외의 선수를 깜짝 기용하는 모험 수를 두던 것을 고려해보면, 윤승원이나 박용우의 출전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 우선 1차전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측면 공격수 조찬호 대신 윤승원이 기용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전북 현대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윤승원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지만, 윤승원은 다시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측면 자원이다. 박용우는 이번 시즌 리우 올림픽 이후 급격한 폼 저하로 인해 소속팀에서 입지를 잃었지만, 주세종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다카하기, 오스마르, 이석현 이외에 기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다. 윤승원과 박용우 모두 1차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만큼 두 선수의 깜짝 출전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FC 서울의 미드필더 박용우.                                                         ( 사진 출처 : 인터풋볼 )


비록 1차전에서 패배한 점과 중심 선수들이 결장한다는 점에서 FC 서울이 불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FC 서울에게는 이번 시즌 이뤄낸 역전 우승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에도 FC 서울은 전주성이라는 장소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던 불리함을 마주했지만 이를 극복해내며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과연 황선홍 감독의 전략과 FC 서울 선수들의 정신력이 다시 한 번 역전 우승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급진 좌발 세력’을 필두로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수원 삼성

결승 1차전 승리 뒤 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수원 삼성 선수들. ( 사진 출처 : 수원 삼성 블루윙즈 )


올 한 해는 수원 삼성에게 굴욕적인 일 년이었다.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단 한 번도 상위 그룹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최근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던 수원 삼성이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구단 최초로 하위 그룹을 경험했으며, 시즌 막판까지 강등권 탈출을 목표로 해야 했던 굴욕을 겪었다. 최대 라이벌 팀 FC 서울이 리그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한 해였다.

시즌 내내 수원 삼성을 괴롭혔던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수원 삼성은 이번 시즌 12개의 클래식 팀들 중 상주 상무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실점(59실점)을 기록했다. 후반 막판 집중력 저하로 인해 실점하여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패배하던 모습이 올해 수원 삼성의 대체적인 모습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흔들리는 팀의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쓰리백 전술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수원 삼성은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서 5경기 모두 쓰리백 전술을 사용했고, 5경기 3승 2무 11득점 7실점을 기록하며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수원 삼성은 올해 부진했던 리그 성적으로 스크래치를 입은 자존심과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FA컵 우승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FA컵 우승은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절실함’의 측면에서는 FC 서울보다 수원 삼성이 더 큰 동기부여를 가진다는 유리함이 있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결승 1차전에서 고스란히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드러났고, 수원 삼성은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수원 삼성의 1차전 승리 요인으로는 왼발 3인방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주장 염기훈과 권창훈, 홍철로 이어지는 수원 삼성의 왼발 잡이들은 경기를 지배했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급진 좌발 세력’, ‘좌익 세력’과 같은 별명을 얻은 세 선수는 1차전에서 수원 삼성의 공격을 주도하며 FC 서울을 무너트렸다. 특히 염기훈의 활약은 일품이었다. 염기훈은 경기 내내 축구에 통달한 ‘도사’ 같은 모습으로 팀의 공격을 지휘했고 득점까지 기록했다. 세 선수 모두 2차전에 이상 없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들의 2차전 활약에 수원 삼성의 트로피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 삼성 공격의 중심 주장 염기훈.                                              ( 사진 출처 : 중앙일보 )


수원 삼성은 왼발 잡이 3인방 이외에도 또 하나의 무서운 창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14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한 조나탄이다. 지난 결승 1차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한 조나탄은 이번 시즌 수원 삼성의 주 득점원이다. 염기훈, 권창훈, 홍철, 조나탄으로 이어지는 수원 삼성의 공격 루트는 FC 서울을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는 필승 카드다.


수원 삼성의 공격수 조나탄.                                                          ( 사진 출처 : 중부일보 )


2008년 12월 눈 오던 날의 기억은 수원 삼성에게 또 다른 긍정적 동기 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2008년 12월 7일 눈 내리는 빅버드에서 수원 삼성은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FC 서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승 멤버 중에는 수비수 이정수가 지금도 수원 삼성의 수비를 이끌고 있으며 과연 수원 삼성이 8년 전처럼, 장소가 빅버드는 아니지만, FC 서울을 꺾고 우승 팀이 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슈퍼매치’는 팬들과 언론이 합작해서 만들어 낸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K리그 만의 높은 수준의 경기력과 K리그를 선도하는 서포터즈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느낄 수 있는 K리그의 간판 상품이다.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 ‘슈퍼매치’가 두 팀의 선전으로 인해 ‘슈퍼파이널’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K리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으로서,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이번 결승전은 내년에도 우리 곁을 찾아올 K리그의 흥행을 불러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두 팀이 1차전 유현 선수의 행동과 같은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 없이 페어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경기력과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보여준다면, 내년에 K리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색이 아름다운 수원 삼성의 꽃가루 세레머니.                                ( 사진 출처 : Trevlig Dagar )


다가오는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6년 우리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직까지 K리그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여러 분들께 ‘슈퍼파이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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