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스물 일곱 번째 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 당시 독일 대표팀 속 자국 리그 선수 모두 16명. 반면 당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대한민국 대표팀 속 자국 리그 선수 단 6명. 자국 리그를 향한 존중 없이 축구 강국은 없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앞으로 딱 1년. 유난히 대표팀의 자국 리그 홀대가 심해지는 요즘의 분위기에 맞서 매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한 명의 K리거를 뽑아 대표팀에 추천한다. 수많은 K리거들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채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꿈꾸며.
3월의 선수 : 강원 FC - 이근호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팀은 승격팀 강원 FC였다. 강원 FC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며 그 목표치에 걸맞는 전·현직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근호, 이범영, 문창진, 오범석 등 굵직한 선수들이 강원 FC에 새로 둥지를 틀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지난 시즌 득점왕 정조국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과 함께 뚜껑을 열어보니, 강원 FC의 실질적 에이스는 ‘대관령 테베즈’ 이근호였다.
이근호는 3월에 열린 K리그 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소속팀 강원 FC가 승점 4점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근호는 장점인 활동량과 적극성을 앞세워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최윤겸 감독의 ‘믿을맨’으로 자리 잡았다. 이근호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인 경기는 개막전이었다. 상주 상무와의 리그 1라운드에서 이근호는 혼자서 두 골을 터트리며 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 두 골 모두 이근호의 위치 선정 능력과 골 결정력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근호는 이후의 두 경기에서도 부지런하면서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공격력을 뽐내며 3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근호가 부상 없이 지금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6월 중요한 일전을 앞둔 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 대표팀의 왼쪽 공격에는 손흥민이라는 독보적인 존재가 있지만 오른쪽에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없다. 이청용이 소속팀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잃은 상황에서 지동원이 주로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하고 있지만 지동원은 상대 측면 수비수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돌파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무주공산이 된 대표팀 오른쪽 공격의 새 주인으로 저돌적인 돌파 능력을 가진 이근호를 고려해볼만 하다.
지금까지 75회의 A매치에 출전했던 이근호의 국가대표 경험 역시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위기 마다 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이근호의 '구세주 DNA'는 지금의 대표팀에게도 꼭 필요한 요소다. 또한 맏형 곽태휘가 부상과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진 상황에서 월드컵 무대를 누비며 득점까지 경험해 본 ‘베테랑’ 이근호의 존재는 주장 기성용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이근호는 4월 들어 열린 리그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도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4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디에고의 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기도 했다.
젊은 선수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량에 노련미까지 더해진 이근호가 계속해서 지금의 인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그를 대표팀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어쩌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가장 절실한 존재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누구보다 투지 넘치고 열정적이었던 이근호였을지도 모른다.
글 = 호샥
사진 = JTBC 뉴스, 강원 FC 공식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