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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May 06. 2017

대표팀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중앙 수비수, 김민재

호샥 축글 _ 서른 번째 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 당시 독일 대표팀 속 자국 리그 선수 모두 16명.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 속 자국 리그 선수 단 6명. 자국 리그를 향한 존중 없이 축구 강국은 없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앞으로 딱 1년. 유난히 대표팀의 자국 리그 홀대가 심한 요즘. 앞으로 매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한 명의 K리거를 뽑아 대표팀에 추천한다. 수많은 K리거들이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꿈꾸며.

4월의 선수 : 전북 현대 - 김민재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R&F), 홍정호(장쑤 쑤닝), 김민혁(사간 도스), 그리고 곽태휘(FC서울). 지난 3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 7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소집했던 5명의 중앙 수비수 명단이다. 5명 중 유일한 K리거였던 곽태휘가 소집 이전부터 안고 있던 부상으로 인해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하게 되면서, 대표팀의 중앙 수비진은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로만 꾸려지게 되었다.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대표팀 명단에서 K리그 소속 중앙 수비수들이 자취를 감춘 모습은 꽤 오래 지속되어 왔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 슈퍼 리그 소속의 수비수들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대표팀의 중앙 수비 두 자리는 주로 장현수와 홍정호, 그리고 부상 이전의 김영권의 차지였다. K리거로는 거의 유일하게 곽태휘가 대표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곤 했지만 실전에 투입되는 주전급 선수라기보다는 팀의 기강을 유지하고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는 맏형 역할에 가까웠다.

하지만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중앙 수비 조합은 최종예선 내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팬들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K리그의 중앙 수비수들을 제시해왔다. 정승현, 이재성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전북현대의 새로운 벽, 김민재.

그리고 K리그 클래식이 9라운드까지 치러진 지금, 또 하나의 이름이 팬들 사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1996년 생으로 올 시즌 K리그에 혜성 같이 등장한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민재는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피지컬을 장점으로 한다.

김민재는 올 시즌 K리그 무대에 데뷔한 신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펼쳐진 9번의 리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빠르게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신인 선수가 데뷔 시즌에 개막전부터 팀의 주전으로 도약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김민재는 주전급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현대에서 주전 중앙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팬들의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김민재는 현재 이재성, 임종은, 조성환 등 굵직한 중앙 수비수들이 많은 전북현대에서 쓰리백과 포백에 관계없이 매 경기 한 자리를 차지하며 선발 출전하고 있다. 강력한 피지컬과 준수한 스피드를 모두 보유한 김민재는 신인 선수답지 않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제압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나 4월에 열린 리그 5경기에서는 단 세 골 밖에 실점하지 않으며 팀이 1위로 올라서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비록 강원과의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내주는 반칙을 범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22살의 어린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외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7라운드 포항전 김민재 볼터치 영상


김민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압도적인 피지컬, 스피드, 그리고 빌드업 능력을 뽑을 수 있다.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와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김민재는 188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스피드까지 지니고 있다. 또한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뿌려주는 패스 또한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최강희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도전하는 수비수이면서 빌드업까지 좋다."라며 극찬했다.



비록 석가탄신일에 열린 5월의 첫 번째 경기에서 김민재는 제주에게 4실점을 허용하며 쓴 맛을 경험했지만, 이 날 김민재는 익숙한 중앙 수비수가 아닌 생소한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결장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을 수행해야 했던 9라운드를 제외하면 김민재는 전북현대가 8경기 동안 단 4골 밖에 실점하지 않을 수 있게끔 한 일등공신이었다.

대한민국 대형 수비수의 계보를 이어갈 김민재.

김민재는 홍정호 이후 명맥이 끊기는 듯 했던 K리그 대형 수비수 계보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비록 아직은 보여준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활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의견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일찍부터 김민재를 대표팀에 발탁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즉시 전력으로 활용되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더욱 성장한다면, 향후 10년 동안 대한민국 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질 재목은 바로 김민재이기 때문이다.


글 = 호샥

사진 =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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