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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12. 2016

아무도 내 곁에 없다 느껴질 때, 하늘을 바라보세요

상담사가 선택한 마음노래 이야기 take. 2

아이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정확하게 읽고 공감해 주는 엄마. 


우리네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욱 명확히 인식하고, 공감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하며 훈련합니다.      


하지만 지금 – 현재, 엄마 자신의 마음상태는 어떤지? 오늘 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순간순간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 상담훈련을 받을 때 지도교수님으로부터 ‘감정일기’ 쓰기를 과제로 부여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의 일기를 쓰고 경험한 사건에 대해 마음의 감정을 느껴보고 기록하며 마음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표현해보는 작업이었죠. 그 때부터 훈련과 연습을 통해 마음이 전하는 감정의 목소리를 듣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6년 1월 19일.  

저는 오늘 “무서웠습니다. 두려웠고, 불안했습니다” 


상담을 하러 가는 길, 작은 건널목을 지나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SUV 차량이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여학생 두명을 치고 지나갔습니다. 바로 제 눈 앞에서 말이죠. 한 아이는 튀어나가버렸고, 한 아이는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차는 쓰러진 아이의 무릎을 바퀴로 넘어가 버렸죠. 바로 비상등을 켠체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학생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아이의 안부를 묻고 112와 119에 전화에 경찰과 구급대원에게 도움을 청했죠. 사고 처리 후 상담을 가는 길,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영동읍장을 지내신 93세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였죠. 작은 침대에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의 옹알이와 눈빛으로 모든 표현을 하고 계셨던 그 얼굴표정을 또렷히 기억하기에, 뼈만 남은 앙상한 체구의 촉감을 내 손가락 마디마디가 선명하게 기억하기에, 작년 11월 폐암말기 진단과 3개월 선고를 받았는데, 올 1월이 3개월이 되는 그 마지막 달이 되어서 그래서였는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게 될 할아버지에 대한 상실이 두려움과 무서움, 불안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하나 마음과 대화하던 중 어린 시절에 경험한 상실에 대한 추억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죠.  


까만 강아지 ‘기쁨’이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과 헤어짐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까만 아기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오셨습니다. ‘기쁨’ 형과 저는 우리 가족의 큰 기쁨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로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하교 후 언제나 반겨주었던 존재는 ‘기쁨’이었고, 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다녀와보니 ‘기쁨’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빠와 엄마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기에 물어볼 수도 없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기쁨’이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혹시나 해서 옆 동네까지, 그 옆동네까지 찾으러 다녔죠.      


늦은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기쁨’이가 너무 많이 짖어서 주위에 살고 있는 이웃에게 피해를 주어 하남에 있는 교회 집사님 하우스에 데려다 주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기쁨’이가 보고 싶으면 가서 만날 수 있다고도 했죠. 그렇게 사랑하는 친구와 헤어졌고, 밤이 늦도록 이불 속에 들어가 ‘기쁨’이의 이름을 부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 1달에 한번, 3개월에 한번.... ‘기쁨’이를 만나러 집사님 하우스에 놀러갔습니다. 차에서 내려 하우스로 가는 흙길을 걸을 때면, 저 멀리서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던 우리 ‘기쁨’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100일 만에 너를 만났는데도,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기쁨’이는 저를 만나면 배를 까고 눕는 행동을 보였는데, 흙먼지가 나는 그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대고 배를 만져달라고 눕는 모습을 볼 때면 저는 오물과 먼지로 뒤범벅되어 있는 ‘기쁨’이를 가슴에 안고 눈을 맞추며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죠.      


한 동안 ‘기쁨’이를 만나러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그 아이를 잊어가고 있었죠. ‘기쁨’이를 만나러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집사님 댁에 심부름을 가던 길이었죠. 하지만 그날 따라 언제나 나를 반기며 달려오던 ‘기쁨’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우스 주위를 둘러보며 “기쁨아~ 기쁨아~” 이름을 불러봐도 강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열아, 기쁨이 말야... 기쁨이.... 얼마 전 차에 치어 죽었어”      

그렇게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헤어짐을,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기쁨’이에게 미안했고, 예기치 않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죠.    


다시 2016년 1월 19일.

교통사고 -> 할아버지의 상실에 대한 불안 -> 어린 시절 상실에 대한 경험 -> “외로움”     


오늘은 “외로웠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내 곁에 누군가가 말없이 불안에 떨고 있는 내 마음을 포근함으로 안아주었으면 했습니다. 


내담자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상담자로 살아가지만, 정작 나는 누구에게 이 외로움을 공감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더 깊은 공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우연히 듣게 된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났고, 멜론으로 검색해 상담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곡 반복재생을 통해 여러번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를 듣고 불렀죠.      


외로움에 사무쳐 억지로 몸을 끌고 나와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다 

왠지 나만 이런 것 같아 더 슬퍼오면     

주변에 심어진 수많은 나무들을 바라봐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우뚝 서 있잖아

집에 가는 길엔 나를 그리며 하늘을 바라봐 줄래    

 

북두칠성이 보이니 빛나는 별들을 

천천히 이어가며 나를 기다려 주길

북두칠성이 보이니 니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난 따라가 그 길을 비춰줄게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책을 들고 나와 

집 앞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다 바라본 

구부정한 그림자가 오늘따라 더 초라해 보이면     

주변에 놓여진 외로운 가로등을 바라봐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우뚝 서 있잖아

집에 가는 길엔 나를 그리며 하늘을 바라봐 줄래   

  

북두칠성이 보이니 빛나는 별들을 

천천히 이어가며 나를 기다려 주길     

북두칠성이 보이니 니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난 따라가 그 길을 비춰줄게

그 길을 비춰줄게


- 로이킴의 <북두칠성>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는 ‘북두칠성’은 오늘도 여전히 내 길을 비춰주고 있기에 이 노래로 힘을 내 보려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땠나요? 


어디선가 상실에 대한 불안한 마음,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어 외로움에 눈물 흘리고 있는 그 어떤 이에게 ‘북두칠성’ 노래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불안을 넘어 외로움을 지나 언젠가 우리 역시 누군가의 ‘북두칠성’이 되는 그 날이 되길 기대하며... 

 

 2016. 1. 19 엄마들이 마음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퍼옴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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