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셴펠드, 2019년 5월 22일, 뉴욕타임스
원문: https://www.nytimes.com/2019/05/22/magazine/soccer-data-liverpool.html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롭(Jurgen Klopp)이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해서 활동을 시작한 지 약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인 2015년 11월, 이 클럽에서 조사 및 연구를 책임지는 이안 그레이엄(Ian Graham)이 인쇄 자료를 가지고 감독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레이엄은 클럽 감독을 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그에게 꼭 설명해주고 싶었다. 이 인쇄물이 활용될 수 있도록 그는 감독을 설득할 작정이었다.
그레이엄은 앞에 놓인 탁자에 자신이 인쇄한 자료를 펼쳐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클롭이 영국으로 오기 전에 감독직을 맡았던 독일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orussia Dortmund)의 프리 시즌 경기를 주제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은 분데스리가를 11위로 마감한, 소위 약팀이라 불리는 마인츠(Mainz)를 상대로 도르트문트가 수많은 기회를 차지했었다는 사실을 클롭에게 주지 시켰다. 하지만 클롭이 지휘했었던 도르트문트는 마인츠에게 0:2로 무릎을 꿇었다. 클롭의 얼굴이 상기되자, 그레이엄은 인쇄물에 나오는 주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당신도 그 경기를 봤군요."라고 클롭이 말했다. "완전히 끝내주는 경기였죠. 우리가 경기 내내 지배했었거든요. 여하튼, 그 시합을 봤군요."
그러나 그레이엄은 실상 그 경기를 보지 못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이 앞으로 공석이 될 감독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결정하고 있었을 무렵인 2015년 초가을쯤에 그는 자신이 설계한 수학 통계 모델을 구동하면서, 위르겐 클롭이 재임 중에 있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뛴 모든 선수들의 슛과 패스, 그리고 태클 등을 수치로 렌더링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그는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가늠하는 계산 방식을 활용하면서, 도르트문트의 모든 경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차이는 너무나 확연했다. 클롭의 마지막 재임 기간, 도르트문트는 리그를 7위로 마감했는데, 그레이엄의 모델에서 가동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그 클럽이 준우승으로 마감할 거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7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과 클롭의 지도력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물론 그는 저런 결과로 인해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당하긴 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최근에 가장 운이 없었던 축구 클럽들 가운데 하나를 맡았을 뿐이다.'
그레이엄의 자료에도 나와 있었지만, 프리 시즌 마인츠와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총 19차례의 슈팅을 기록했다. (마인츠는 10차례였다) 또한 그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점유율을 2/3 정도 가져갔다. 마인츠 진영으로 공을 몰고 간 횟수는 총 85회였고, 반대로 마인츠가 도르트문트 진영으로 공을 몰고 간 횟수는 55회였다. 상대팀의 페널티 진영에서 인상적인 패스를 한 횟수는 도르트문트가 36회, 마인츠가 17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두 번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인해 결국 스스로 자멸했다. 70분쯤에 도르트문트는 페널티 킥을 실축했고, 약 4분이 지난 후에는 자책골까지 넣었다. 어떤 수치나 기록을 보더라도 도르트문트의 퍼포먼스는 마인츠보다 나았다. 점수만 빼고.
축구는 여타 스포츠 종목과 다르게, 하나의 완벽한 기회가 경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평균 경기당 3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그만큼 득점이 귀하다. 그래서 공이 골대에 튕겨져 나오거나, 혹은 고작 몇 인치로 인해서 골대 밖으로 나가는 것은 확률적으로 야구 경기에서 홈런성 타구가 페어나 파울이 될 때나, 또 아니면 풋볼 경기에서 러닝백이 퍼스트 다운만을 계속 반복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많은 영향을 차지한다. 그레이엄은 클롭과 있는 자리에서 마인츠전 부터 시작해 약 한 달 후에 열렸던 하노버와의 경기에 관련해서도 예를 들었다. 경기 통계에서 역시 도르트문트의 우세한 경기력이 나왔다. 슈팅 횟수는 18번, 상대편 페널티 진영에서 패스한 횟수도 55번, 윙백으로부터 괜찮은 크로스가 올라온 횟수도 11번이었다. (하노버는 각각 7번, 13번, 3번을 기록했다) "0:1로 졌습니다."라고 그레이엄이 말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두 배 이상 기회를 창출했지요."
클럽이 약간 소리를 지르는 투로 물었다.
"그 경기도 봤나요?"
"아니요. 아니에요. 그저..."
"우리 팀이 끝내줬다니까요. 나는 그런 완벽한 경기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이겨야 했었는데... 아, 그 경기를 봤군요?"
그레이엄은 그 경기 역시 보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클롭에게 얘기를 했겠지만, 그는 도르트문트의 시즌 경기를 TV나 혹은 경기장에서 단 한 차례도 보지 않았다. 축구에서 종종 나타나는, 숨 막힐 정도로 아주 치열한 경기 양상을, 아니면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들의 강력한 의지를 상대방에게 보이려는 일종의 거대한 내러티브를, 또 다르게 말을 하자면, 지구 상 수많은 축구팬들을 끌어들이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몸소 체험하고 싶지 않은 한, 그레이엄은 축구를 꼭 시청해야 한다는 당위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자신이 만든 데이터만 보면 될 뿐이었다.
경기 분석은 최근 몇 년 동안 야구와 농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축구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지만, 유독 이쪽만큼은 경기의 세세한 사항을 알아내기 위해 통계를 활용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레이엄은 전 세계 축구 선수 약 10만여 명의 발자취와 퍼포먼스를 수치화 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것을 토대로 그는 클럽 수뇌부가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 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조언해 줌으로써, 과거 한때 글로벌한 명문 클럽으로 유명세를 떨친 리버풀이 새로운 왕좌에 다시 오르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에 마무리된 정규 시즌을 두고 리버풀은 스포츠 역사상 이처럼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박진감 넘쳤던 적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총 38번 경기 가운데 패배를 기록한 적은 오로지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리그를 2위로 마쳤다. 지난 리그 챔피언이었던 맨체스터 시티가 올해 1월부터 리그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1점 차이로 리버풀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다른 축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승리는 3점이 주어지고, 무승부는 1점이 주어진다. 리버풀은 클럽 신기록인 97점을 따냈지만, 결국 2위가 되고야 말았다) 북미 축구팬들에게 좀 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다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를 소유한 미국인 그룹이 현재 리버풀도 소유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 역시 뉴욕 양키스와 비즈니스 관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간격을 벌려 앞서 나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리버풀은 같은 기간 내내 유럽 챔피언스리그로 인해서 다른 국가 리그의 정상급 클럽들과도 혈투를 벌였다. 특히 이번 달 초에 열렸던 준결승전에서 리버풀은 세 골 차이를 극복하면서 이 시대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를 물리쳤다. 리버풀은 6월 1일에 개최될 결승전에서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토트넘 훗스퍼와 대결을 펼친다.
리버풀은 구단 경영부터 경기 특정 전술까지 대부분의 의사 결정 단계에서 데이터 분석을 여타 유명 축구 클럽들보다 더 많이 통합하고 적용시키는 편이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가 리버풀의 최근 퍼포먼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리버풀의 성공은 잉글랜드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까지 대량의 수치를 처리하는 경향을, 그것도 세련되게 촉진시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축구 클럽들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스포츠 경험이 전무한 분석가들을 다수 채용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리버풀의 이번 시즌 퍼포먼스는 어쩌면 하나의 국민적 관심(referendum)으로 발돋움했다.
도르트문트 재직 시절에 클롭 감독은 아무런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축구 감독들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클롭은 그라운드 위에 서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015년 그날, 그레이엄이 사무실 문을 닫고 나오자, 클롭의 깨달음은 완벽해졌다.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들을 단 한 차례나 시청하지 않았던 그레이엄이지만, 마치 그가 직접 지휘봉을 잡은 것처럼 유별날 정도로 클럽에게 불운이 닥쳤다는 점을 아주 예리하게 인지했다고 확신했다. 추후에 클롭은 그레이엄의 도르트문트 시즌 분석이 없었더라면, 자신이 결코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 건물 뒤쪽에 위치한 사무실을 얘기하는 거죠?" 클롭은 그레이엄과 그의 동료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 사무실 때문에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거죠."
올해 5월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2차전에서 경기 시작 후 79분쯤에 축구공이 그라운드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리버풀이 코너킥을 할 차례였다. 올해 20세인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Trent Alexander-Arnold)는 동료가 코너킥을 찰 수 있도록 공을 그곳 제자리에 갖다 놓고, 중간 지역으로 다시 되돌아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려는 도중에 아널드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집중력이 꽤 흐트러져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오로지 소수의 선수들만 그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기회를 살필 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였죠."라고 그가 말했다. 아널드는 네 걸음 정도를 내디딘 후, 마치 자신의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몸의 방향을 바꾸더니, 공을 향해 자세를 취한 후, 바르셀로나의 페널티 진영으로 재빠르게 올렸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다시 대등하게 만든, 현실에서 결코 보기 어려운 반격을 꾀하고 있었다. 준결승전은 보통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시리즈'로 열리는데, 바르셀로나 홈경기로 펼쳐진 1차전에서 리버풀은 세 골이나 허용했지만, 2차전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세 골을 연달아 넣어 결단코 동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리버풀에서 열릴 2차전 경기 전까지는, 1차전 홈경기에서 세 골이나 넣은 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 손쉽게 진출할 거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바르셀로나 승리에 100 달러를 걸고 싶은 사람은 무려 1,800 달러를 감수했어야만 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거의 한 세대 내내 리버풀은 우세한 경기력을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0차례나 우승했다. 또한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 컵에서도 8년 동안 4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버풀 클럽은 한때 영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출품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질 정도로 막대한 성공을 거듭했다. 유럽 전역은 물론, 축구라는 스포츠가 제대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호주나 미국에서도 응원하는 팬클럽이 운영되었다.
그 시절은, 어렸을 적에 공을 좀 차고, 나중에 채석장이나 커다란 주차장 운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른바 무뚝뚝한 표정의 현지 사업가들이 영국 축구 클럽들을 소유하던 때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부자들이 클럽을 사들이면서 양상은 변화했다. 1997년, 이집트 출신의 사업가이자 영국 내 백화점을 소유했었던 모하메드 알 파예드(Mohamed al-Fayed)는 2부 리그 클럽인 풀럼(Fulham)을 장악하여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주도했다. 2003년에는 석유와 알루미늄, 그리고 철광석으로 크나큰 부를 획득한 러시아 출신의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가 런던의 첼시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월마트 상속자의 남편인 스탄 크론케(Stan Kronke)가 아스날 주식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지난 반 세기 동안 리버풀을 지배했었던 영국인 가족 일가도 미국 출신 두 명의 사업가인 톰 힉스(Tom Hicks)와 조지 질레트(George Gillett)에게 클럽 경영을 내주었다. 톰 힉스는 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NHL 달라스 스타스를 소유한 사람이었다. 스키 리조트를 운영했었던 조지 질레트는 나스카(NASCAR) 팀과 더불어 NHL 몬트리올 캐내디언스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중이었다. 영국 도시인 리버풀은 주민 수가 5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빛이 바랜 항구 도시 그 자체였는데, 그래도 비틀스가 나왔을 때의 도심 분위기, 거칠고 회색 빛깔이 드리웠던 전후(postwar) 도시 분위기보다는 그나마 덜 황폐해졌을 뿐이었다. 리버풀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나머지, 런던은 물론 맨체스터보다 더 적은 수의 기업을 유치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에게는 축구에 쓸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클럽은 수억 달러의 빚을 지게 말았고, 그라운드에서는 고군분투를 거듭했다.
2010년 10월, 대외적인 파산 절차를 통해서 힉스와 질레트는 뉴잉글랜드 스포츠 벤처스라는 기업이 제시한 4억 8천만 달러의 입찰가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자재 트레이더 겸 주식 대주주로서 투자 관리를 맡았던 존 헨리(John Henry)는 미주리 주와 아칸소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때 헨리는 A.P.B.A.라는 주사위 카드 게임에 열중했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나타난 카드로써, 그들이 실제로 활약을 한 만큼 교환 가치가 달라지는 구조를 가졌다. 스탠 뮤지얼(Stan Musial)이라는 선수는 카드 게임이 펼쳐지는 존 헨리의 방에서 3루타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았다. 뮤지얼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홈구장인 스포츠맨 파크(Sportsman's Park)에서 활약을 했었다. 헨리는 훗날 대두(Soybean) 같은 농산물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알고리듬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알고리듬으로 촉발된 분석 주도 경향은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DNA로 자리 잡았다. 임원 채용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격수가 수비할 때 타자의 타석마다 어느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까지. 모든 의사 결정 상황에서 이러한 추세는 필수불가결로 작용되었다.
펜웨이 스포츠 그룹(Fenway Sports Group)라고 알려진, 존 헨리가 이끄는 그 조직이 리버풀을 인수했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클럽은 20년째 무관의 처지에 머물고 있었다. 펜웨이 그룹은 풀럼의 알 파예드나 첼시의 아브라모비치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영리한 움직임을 나타내야만 했다. 펜웨이가 경영을 맡은 처음 6년 동안 리버풀은 리그에서 6위를 딱 한 번 차지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딱 한 해에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고, 8강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맛보았다. 축구계의 많은 사람들은 수치에만 오로지 의존하는 행태가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감독이나 코치의 전략 지시를 약화시킨다고 믿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서 승승장구하고 싶다면, "선수들의 통계 수치, 그에 따른 분석 등이 정답을 알려줄 거라는 구단 상위층의 믿음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러나 그레이엄의 분석팀은 한 번에 한 명씩, 선수를 추천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구단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클롭 감독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조언을 받기 때문에, 결국 그가 짜낸 전술은 데이터 중심과 직관적인 것의 혼합이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대비해 이례적으로 스피드가 빠른 수비수들이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을 압박하면서, 패스를 가로채 순간적인 역습 전환을 시도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전술은 효과를 거의 거두었다. 준결승 1차전 시작 휘슬이 불린 후 몇 분 동안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축구 경기에서 흔히 일어나는 듯이, 전술상의 이점은 즉각적인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오히려 전 리버풀 선수였던 루이스 수아레스(Luis Suarez)가 바르셀로나를 위해 한 골을 넣었다.
만약 리버풀이 0:1로 패배를 한다면, 그래도 19세기부터 클럽의 성지인, 열기가 가득한 안필드(Anfield)에서 극적인 반격을 2차전에서 꾀했을 것이다. 하지만 1차전 경기 막바지에, 바르셀로나 소속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연거푸 두 골이나 넣었다. 그의 마지막 골은 프리킥에서 나왔는데, 수비수들의 벽을 휘감으면서 리버풀 골키퍼가 뻗은 손 위로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분석을 통해 준비를 마쳤다 하더라도, 메시 같은 선수의 초월적인 스킬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듯했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에 "이런 순간들마다 메시를 막을 순 없어요."라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차례 진행된 경기 후 양 팀이 동점일 경우 어웨이에서 기록한 득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슨 말이냐면, FC 바르셀로나가 안필드에서 한 골을 넣는다면, 리버풀은 앞으로 총 5골을 넣어야 이긴다는 걸 의미한다. 만약 이런 것에 그리 겁을 먹지 않는다면, 리버풀 최고의 선수인 모하메드 살라와 로베르토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떨까. 그래도 살라 대신에 선발 출전한 디보크 오리기(Divock Origi)가 경기 시작 7분 만에 골을 넣자 관객들은 활기를 띠었다. 그러고 나서 리버풀은 후반전에 두 골을 더 넣었다. 그런 다음 알렉산더 아널드의 기만적인 코너킥 차례가 돌아왔다.
아널드는 공을 차기 직전 오리기의 시선을 느꼈다. 그런 다음 알렉산더 아널드가 코너킥을 차려 구석으로 갈 때, 오리기는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었다. 아널드의 발에서 떠난 공은 공중에서 선수들 때문에 두 번 정도 살그머니 튕겼고, 오리기의 머리에 닿아, 결국 골대 왼쪽 구석 안으로 들어갔다. 결코 대본으로 만들어진, 계산으로 예측될 리가 없는 순간이었다. "그때 네 번째 골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어요"라고 그레이엄이 경기 후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얻어지는 성과(credit)를 저는 언제나 경계하는 편입니다."
브라질의 위대한 선수인 펠레는 축구를 "아름다운 경기"라고 부른 바 있었다. 물론 그가 그 문구를 주조(coin)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펠레가 말한 것이기에, 이 묘사는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유동적이면서도, 때로는 발레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축구는, 미국 풋볼이나 야구처럼 별개의 이벤트로 이뤄지지 않고, 농구처럼 다양한 득점 방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수량화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재능은 종종 미학적인 기준에서만 판단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좋은 선수처럼 여겨진다면, 느낌상, 아마도 당신은 좋은 선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구단과 선수들을 평가하려고 다양한 통계를 사용한다. 축구에서는 최근까지 어느 누구도 득점한 선수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제는 각기 다른 선수들이 몇 번의 슈팅을 했는지, 혹은 각 팀이 공을 소유한 시간이 몇 퍼센트인지를 업데이트하고, 기타 많은 통계 기법들을 활용한다. 하지만 그 어떤 지표도 어느 팀이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될지를, 그라운드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서, 수비수에 의해 굴절된 공이 엔드라인을 넘어갈 때, 코너킥을 찰 기회가 주어진다.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이론적으로, 코너킥은 이로운 것이며,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코너킥을 얻어내는 것이 성공적인 전략을 의미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다만 코너킥이 모든 팀보다는 일부 팀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크로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공격수들이 있는 팀이라면 코너킥을 차려고 노력하겠으나, 수비수들을 따돌릴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있는 팀이라면 오픈 플레이(open play; 장거리 패스를 통해 선수들이 적은 공간에 공을 떨구어 공격수가 드리블을 통해 전진하는 방식)에서 기회를 가지려고 할 것이다.
아니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고려한다. 공을 소유하지 않으면 팀이 득점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팀은 소유권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공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기를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했었던 아이슬란드(Iceland)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공을 다루는 데 그렇게 능숙하지 않았기에 코치진은 득점과는 꽤 거리가 먼 전략을 우선적으로 두었다.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를 제압하는 등 토너먼트 8강에 진출했고, 우승국인 포르투갈도 비기며 선전을 했다. 어떤 경기에서도 공을 절반 가까이 소유하는 걸 하지 못했던 아이슬란드였다.
이러한 이유로, 축구는 MLB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과거 다른 기준을 사용하여 선수들을 평가함으로써 다른 이점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를 알린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2003년 저서인 [머니볼, Moneyball]에서 자세히 서술된 분석적인 접근 방식에는 그렇게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축구는 수치로 계량화하기가 요원해 보였다. 경기 대부분은 공격 찬스가 나타날 때까지 선수들이 주고받는 패스 과정에서 면밀한 관찰과 평가로 이뤄진다. 경기 내내 압도했던 상대팀이 찰나의 실수를 범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활약이 미비했던 측면 공격수(윙어)가 유일한 득점을 기록할 수가 있다. "축구 게임은 예측이 어려워요."라고 샘 알러다이스(Sam Allardyce)가 말했다. 앨러다이스는 에버튼(Everton)에서 해고당하기 전까지 12개 구단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통계를 기초로 해서 의사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죠. 우리는 이곳에서 농구나 미식축구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첼시(Chelsea)는 2008년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번째로 분석(analytics) 팀을 만든 바 있다. 또한 아스날(Arsenal)은 '스탯디엔에이(StatDNA)'라는 통계 분석 전문 기업을 훗날 섭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의 감독들은 축구에 데이터를 적용하는 데 있어 이점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느라 너무 바빠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 런던에서는 축구 관련 분석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의 논문을 서로에게 공유하는 '옵타프로(OptaPro)' 분석 컨퍼런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나타나는 화살표와 히트맵이 담긴 모든 분석 차트는 게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새로운 분석 기법이 나타날 때, 해설위원들과 코치진은 이를 반박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한 ESPN의 크레이그 벌리(Craig Burley)는 방송 중에 팀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득점을 했는지와 달리, 팀이 얼마나 자주 득점을 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공식인 "기대되는 득점(expected goal)"을 코멘트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벌리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외쳤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가 줄 선물을 기대하지만, 그런 건 실제로 있지 않잖아."
하지만 아스날이나 첼시 같은 클럽들은 최고의 인재를 모을 수 있는 자원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과 비교해서 리버풀은 본질적으로 1990년대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라이벌 클럽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축구장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다니는 모든 선수들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득점이 나기도 했다.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것이 연결 고리에 도움이 된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행위가 아니었을까.
지난 1월 안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휘슬 분 지 약 30분도 안 되어 미드필더인 나비 케이타(Naby Keita)가 왼쪽에서 날라오 공을 받아 길쭉한 보폭을 시도하며 드리블을 시작했다. 당시 리버풀은 시즌 내내 그래 왔던 것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특히 전날 밤에 맨체스터 시티가 패배함으로써, 이번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승점 차를 7점으로 더욱 벌릴 수 있게 되었다. 관중석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그레이엄은 케이타에게 강력하게 주문했다.
"끌고 가, 나비"라고 그는 웨일스 억양이 심한 말투로 외쳤다. "끌고 가라고!"
케이타는 두 명의 레스터 시티 수비수를 제쳤다. 그런 다음 잠시 머뭇거렸는데, 이로 인해 그는 공을 빼앗기고야 말았다. 그레이엄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아...., 나비"라고 아쉬워했다.
그레이엄은 카디프(Cardiff)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지역에서 리버풀 팬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린 시절이었던 1970~80년대는 리버풀의 시대나 다를 바 없었다. 최고의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인 이안 러시(Ian Rush)가 웨일스인 이었다는 우연 가득한 사실은 그리 나쁘게 다가오지 않았다. 매 경기가 열리기 전에, 그레이엄과 그의 직속 분석가 3명은 한 보따리의 정보를 수집한다. 클롭이 선수단에게 전달할 만큼의 가치의 통찰(insights)을 찾아냈다고 하면, 지표의 방정식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선수들은 분석팀의 제안 중 일부가 박사 수준에 통용되는 수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할 뿐이다. 미드필더인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Alex Oxlade-Chamberlain)은 "이런 걸 알아내고자 누군가는 홀로 몇 시간 동안 일을 한다는 걸 압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감독들은 우리에게 통계와 분석으로 주문을 하지 않아요. 그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로 설명할 뿐이죠."라고 답했다. 분석가들의 제안은 단순히 게임 영상을 시청한 사람이 믿게 되는 것과 종종 상충된다. 그레이엄을 비롯한 분석팀은 득점 가능성을 위해 왼쪽 윙어가 강력한 발목 힘을 활용해 상대팀 수비수 머리를 넘는 크로스를 올린다고 보고는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강력하지 않더라도, 그라운드 위 정확한 지점에서 오른쪽 윙어가 올린 크로스로 인해서 득점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뭔가 어설픈 소리다(That sounds rudimentary). 하지만 축구에서는 이건 사실상 혁명이다.
그레이엄에 있어 책임감이 가장 막중한 업무는 리버풀이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경기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자신의 공식에 대입하면서 제안을 하는 편이다. 그가 하지 않는 것은, 경기 영상을 보면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저는 영상이 싫어요."라고 말한 그는 "편견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인다. 그레이엄은 자신이 속한 이 클럽이 승리를 거두기를 원하지만, 또한 그의 판단이 입증되기를 원한다. "구단 내 모든 선수들이 가지는 상대적인 장점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수의 퍼포먼스가 나쁘면, 개인적인 모욕처럼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선수라고 한다면, 나는 그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정말로,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케이타는 그레이엄이 발굴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기니(Guinea)에서 태어난 케이타는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스트리아 클럽인 레드불(Red Bull)에서 뛰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공한 데이터를 보자마자 그레이엄은 여태껏 참고했던 데이터와 구별되는 지점을 발견했다. 당시 케이타는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수비수들 앞에 자리 잡았던 이른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때로는 필요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해 전방을 향해 더 멀리 진전하기도 한다. 케이타는 그런 역할을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환하기는 어렵지만, (중앙에서) 광범위한 공격을 책임지는 역할은 해줄 것으로 바라봤다. 케이타는 이것을 확실히 해냈다.
케이타의 역할 변화는 선수의 클럽 기여도를 정량화하는 데 사용되었던 기존 통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축구에서 포지션은 농구와는 달리, 골을 넣을 기회나 상대편 선수를 제치려고 현란한 발 기술을 얼마나 자주 구사하는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그러한 통계를 무시한다. 그는 패스 성공률과 같은 좀 더 진화된 메트릭스 일부를 덜 경멸한다. 대신에 그는 각 팀이 정해진 행동 양식, 이를테면 패스나, 아깝게 놓친 슈팅이나 슬라이딩 태클이 벌어지기 전에 득점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있은 직후 어떤 기회를 얻게 되었는지를 계산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수개월을 보냈다. 자신의 모델을 활용하면서, 그는 각각의 선수가 경기를 뛰면서 클럽의 승리 가능성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 수량화를 할 수가 있다. 필수 불가결하게도 그런 통계에서 좋은 지표를 지닌 선수일수록 그레이엄의 리스트에는 상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리스트의 가장 맨 밑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나비 케이타의 패스 성공률은 다른 엘리트 미드필더들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레이엄의 공식에 따르면, 케이타도 패스를 종종 하지만, 만약 그것이 제대로 이어진다면, 평균 이상의 득점 기회를 맞이 할 지점에 서 있는 동료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우터들이 케이타를 보고 느낀 것은 그가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라는 것이었다. 그레이엄이 노트북에서 본 것은 한 명의 경이로운 사람이었다. 아무리 세심한 관중조차도 주의 깊게 보라고 얘기를 듣지 않는 이상, 그것을 제대로 눈치재지 못할 정도로, 소유한 공을 좀 더 유리한 위치로 패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보였던 것이었다. 2016년부터 그레이엄은 리버풀이 케이타를 영입하도록 권유했다. 결국 케이타는 지난해 여름에 리버풀에 도착했다.
올해 1월 중에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케이타의 퍼포먼스는 그레이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했다. 그레이엄이 한 계산에서는, 여느 때처럼 잘하고 있다고 나왔지만, 그것을 깨닫는 관중은 거의 없을 테고, 구단의 일부 임원진 역시 비슷한 마음을 지녔을 것이다. 케이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레이엄의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도, 약간의 득점이나 어시스트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후반전에 케이타는 여러 수비수들을 상대로 공을 몰고 갔다. 그러자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와 상대팀 골키퍼 사이에 선수가 없게 되었다. 그레이엄이 기대감에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케이타는 슈팅을 시도했다. 동시에 레스터 시티 선수 한 명이 케이타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공은 튕겨져 나갔고, 리버풀 관중의 불쾌감이 만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는 선언되지 않았다. 그레이엄은 신음 소리를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타는 교체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케이타가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그레이엄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지만, 저 선수가 잘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내가 묻자, 그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자료를 보고 난 다음 내일 나에게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자신이 과학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년짜리 포닥 과정을 하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고분자 물리학이 그가 연구한 분야였는데, 대부분의 획기적인 발견은 몇 년 전쯤에 이루어졌다. "고전이라 불리는 논문은 1970년대에 나왔죠."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진전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거죠." 어떤 사람이 그레이엄에게 축구 클럽 컨설팅을 담당하는 애널리틱스 관련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를 전달하자,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합격했고, [머니볼, Moneyball]을 읽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그레이엄은 토트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클럽은 그레이엄의 제안에 관심이 그다지 없었던 일련의 임원진으로 인해 운영되었는데, 당시 거의 모든 축구 감독들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었다. 이때 펜웨이 그룹은 리버풀을 인수했고, 자체적으로 조직 문화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을 채용해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리서치 부서 같은 비전을 세우는 것도 포함되었다. 이것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도 한결같이 경멸스러웠다. "'노트북 아이들', '쟤네들은 경기를 몰라' 같은 말을 불과 몇 달 전까지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라고 리버풀의 스카우팅 부서를 운영하는 배리 헌터가 말한다. "그 '머니볼' 책이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레이엄은 주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낮은 평가를 받은 선수들, 특히 평범한 시야에 잘 띄지 않아 저평가가 된 일부 선수들을 찾아 나서는, 일종의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데 몰두했다. 지난 겨울 어느 날 오후, 그는 노트북의 차트 몇 개를 클릭해서 벽 화면에 투사했다. 차트에는 총 득점, 1분당 득점, 및 주어진 득점 기회 같은 통계와 더불어 예상 가능한 득점이 표시되었다. 나는 그레이엄이 그러한 자료를, 한때 나에게 단순한다고 묘사했던 그것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핵심을 내세웠다. "때로는 이것보다 더 많은 걸 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2014년에 첼시는 이집트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모하메드 살라(Mohamed Salah)와 계약을 맺었다. 살라는 앞으로 기대가 되는 유망주라는 명성을 지녔지만, 스위스의 한 클럽에서 2년 동안 9골밖에 넣지 못했다. 첼시에서 살라는 두 시즌 동안 13경기 출장, 2 득점을 기록해 모든 면에서 애매한 선수로 활동했었고, 타 클럽에 임대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살라의 계약은 이탈리아의 AS 로마(AS Roma)로 넘어갔다. 그때만 하더라도 살라는 영국에서 성공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영국 내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은 뭔가 남다르다고 한다. 경쟁이 다른 리그보다도 균형적이다. 거의 모든 경기는 투쟁이다. 영국 축구선수들은 섬세한 패스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서리로 뒤덮인 그라운드에서 거칠면서도 명백하게 신체를 극대화하는 축구 스타일을 접한다. 언론 매체의 엄청난 관심은 산만할 정도다. 날씨는 종종 끔찍하다. 일부 선수들에 이런 환경은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살라가 첼시에서 실패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이라고 운을 뗸 그레이엄은 "저는 그 생각에 반대하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살라가 첼시에서 뛴 500여 분의 시간은 그의 커리어에 비춰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그레이엄은 "어쩌면 그건 살라의 실력에 반하는 약간의 증거이겠지만"라고 말하면서, "수천 분에 수천 분을 더한 데이터에 의해서 20배 이상으로 상쇄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의 활약은 다를 거라는 통념 하에 그레이엄은 시스템의 비효율적인 기회를 주시했다.
그레이엄은 리버풀에게 이탈리아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인 살라를 영입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스포츠였다면, 아마도 이 클럽은 트레이드 형식으로 다른 선수를 데려왔을 것이다.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권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사고 팔린다. 일단 판매 가격이 정해지면, 선수와의 협상이 시작된다. 제시되는 연봉에 만족스럽지 않거나, 연고지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함께 할 감독이 싫다면, 선수는 굳이 이적할 필요가 없다. 떠오르는 유망주를 잘 관리하고, 수익을 위해 그의 권리를 다른 클럽에 파는 것은 소규모 클럽들이 재정적인 여유를 추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심지어 유럽에서 최고의 리그에 속한 독일의 바이엘 레버쿠젠(Bayer Leverkusen) 같은 클럽들조차도, 이 과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입을 거둬들인다. 그레이엄은 "선수 이적은 곧 돈이 있는 곳을 의미"하면서도 "재무 실적의 크나큰 요소를 차지한다"라고 설명한다.
그해 7월, 리버풀은 살라를 영입하려고 AS 로마에게 4,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그레이엄의 데이터에 따르면 살라는 클럽의 또 다른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인 피르미누(Firmino)와 유달리 잘 어울릴 공산이 크다. 비슷한 포지션의 여타 다른 공격수들보다도 살라는 피르미누가 패스한 후 예상되는 득점이 유달리 많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현실로 드러났다. 2017-18 리그에서 살라는 시즌 내내 예상되었던 득점을 실제의 골로 바꾸었다. 그는 32골을 넣으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그는 리버풀 부활의 상징이 되었다. 왕관 같은 곱슬머리, 전염성 강한 미소, 그리고 잔디를 가로지르며 바닥을 먹어치우는(ate up) 짤막 뭉툭한 다리가 살라를 축구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선수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예상외로 챔피언스리그에 결승을 진출했는데, 이는 마치 이번 시즌의 진전(progress)을 보여주는 일종의 암시와 같았다. 헨리를 비롯한 펜웨이 그룹이 실행한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는 최초의 가시적인 성과였다. 올 시즌에 살라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를 이끄는 세 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의 팀 동료인 사디오 마네도 포함된다)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트랜스퍼마켓(Transfermarkt) 웹사이트에서는 살라의 최근 몸값을 1억 7천30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살라 말고 또 다른 선수의 영입이 훨씬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 리버풀에 도착한 직후 그레이엄은 인터 밀란의 좌측 윙어인 필리페 쿠티뉴(Philippe Coutinho)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데이터가 쿠티뉴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리버풀은 약 1,600만 달러에 쿠티뉴를 사들였다. 그 후 5년 동안 쿠티뉴의 활약은 리버풀 부흥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작년에 FC 바르셀로나는 리버풀에게 약 1억 7천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쿠티뉴를 데리고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버풀은 새로운 선수 3명 수급에 2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골키퍼인 알리송 베케르(Alisson Becker), 미드필더인 파비뉴(Fabinho), 그리고 수비수인 버질 판데이크(Virgil van Dijk)였다. 그들 모두가 이번 시즌에 매우 중요한 활약을 했다. 이들 모두가 유명 필수품(commodities)였기에,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존 헨리는 쿠티뉴를 팔아서 번 돈이 없었으면, 이들과 관련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리버풀 근교에 위치한 구단 훈련장인 멜우드(Melwood)에서 그레이엄은 식당과 코치진 사무실에서 시작된 복도를 쭉 따라 흰색 벽으로 이루어진 한 조그마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팀 와스켓(Tim Waskett)은 그레이엄 왼쪽에 앉아 있다. 또 그 근처에는 수학 석사학위 소지자이며, 한때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일을 했었던, 그리고 전직 체스 챔피언인 다피드 스틸(Dafydd Steele)이 있다. 가장 최근에 채용된 분석관 윌 스피어먼(Will Spearman)의 경력은 독특하기는 하다. 스피어먼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텍사스에서 성장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에너지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에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을 하면서, 과학자 동료들과 함께 원자 구성입자인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의 논문은 여러 덩어리로 뭉친 입자 가운데 첫 번째 한 개의 폭을 최초로 직접 측정한 내용이다. 아마도 다른 클럽도 그레이엄이나 스틸, 와스켓, 심지어 스피어먼 같은 분석 전문가를 고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리버풀이 그들 모두를 채용하는 걸 상상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은 아침 식사를 위해 멜우드에 가능한 일찍 도착한다.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에는 현지에서 조달된 달걀, 5~6가지의 종류의 샐러드 채소와 유리로 만들어진 보관함에서 숙성된 쇠고기가 포함된다. 선수들은 두 개의 테이블 가운데 하나에 코치 및 트레이너와 함께 앉는다. 멜우드 건물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어 보이는 분석가들은 나머지 옆 테이블에 앉는다. 아침 인사는 화기애애해서 친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선수들이 분석가들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증거는 별로 없다.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날 아침에 그레이엄은 의자끼리 부딪힐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케이타의 등을 맞대고 앉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관중석 자리에서 케이타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제 그는 케이타와 1피트 거리 안에 있지만, 그리고 똑같이 조리된 달걀 요리를 먹고 있지만, 두 사람 간의 대화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레이엄은 "만약 케이타가 경기와 관련된 얘기를 나에게 하고 싶다면, 그는 당연히 운을 뗄 수는 있을 테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죠."라고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조용히 나둘 겁니다."라고 그레이엄은 덧붙여 말한다.
그때 스피어먼이 커피를 가지러 갔다. 이윽고 그는 흥분 가득한 팬심(fandom)과 수학적인 괴짜 기질의 교차점에서 나타난 질문 하나를 품은 채 돌아왔다. 축구계에서 가장 정확한 평가를 받은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가장 과소평가를 받거나, 혹은 가장 과대평가를 받은 것이 아닌, 기존의 통설로 그나마 제일 올바른 평가를 받은 선수 말이다.
"메시이어야만 합니다."라고 스피어먼이 말했다.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면 두 번째이겠죠. 그러니 의견이 갈리는 대부분의 지점은 바로 그거 하나일 겁니다." 자신의 문장에 구두점을 확실히 찍으려는 찰나에 스피어먼이 갑자기 잔을 엎질렀고, 커피가 테이블 한가운데로 흘러내렸다. 동료 분석관들은 선의의 비난을 퍼부었다. 와스켓은 "당신은 괴짜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재주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피어먼은 리버풀의 최근 성공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감독 클롭이 체크해야 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고, 선수 발굴에도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다. 그의 임무는 좀 더 미묘(ethereal)하다. 스피어먼은 스포츠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거나, 아니면 뭔가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만큼만 알고 있다. "'약간이나마 다른 방법론으로 축구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라고 그레이엄이 설명한다. 축구는 수천 가지의 개별적인 동작의 총합이지만, 그레이엄의 모델이 유일하게 평가하는 요소는 공식적인 경기에서 추출한(downloaded)한 패스, 슈팅, 그리고 공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그레이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안개로 뒤덮인 렌즈로 그것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수비수가 미드필더로 패스를 할 때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그 패스를 받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기록하면서, 수학적 렌더링을 통해 실제로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면밀히 반영하고자 스피어먼은 지금도 안갯속 길을 걷고 있다.
스피어먼은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비디오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델을 설계하는 데 할애한다. 이 모델은 축구공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 때에도 모든 선수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있는 모든 가능성을 수치로 부여한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전력으로 질주하는 풀백, 수비수가 홀로 상대팀 공격수 두 명 가운데 한 명을 맡도록 요구하는 것, 아니면 패스가 머리 위로 넘어가더라도 상대편 골키퍼 바로 앞에서 크로스를 받을 위치에 서 있는 스트라이커 등 "모든 움직임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더하는지,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가 포함"된다고 그레이엄은 말한다. "그런 기틀을 마련하면, 접근 방식을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NFL에서 행해지는 것처럼, 한 세기 이상 변화에 저항해 온 게임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본 플레이(script plays)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선 리버풀은 토트넘을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야구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처럼, 현재 리버풀은 최근에 우승 타이틀을 아무것도 획득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에게 뒤쳐진 채로 마감한 프리미어리그를 연상케 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또 다른 패배는 분석 통계가 클럽에 실패를 확인해 준 것으로 지금까지는 해석될 수는 있겠다. 물론 그것은 불공평하다. 만약 축구가 대두(soybean)라면, 데이터를 알고리듬에 연결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는 있다. 그 대신에 스포츠는 매혹적일 만큼 예측 불가능하고,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라고 고용된 사람들의 불완전한 상태로 인해 좌절되었던 완벽한 계획들로 가득 차 있고, 우연의 변덕에 의해 훼손된다.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케이타의 충돌 상황은 페널티킥으로 손쉽게 이어질 수가 있었다. 성공적인 경기 전환은 리버풀에게 추가적인 승점 2점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확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부지런히 배당률을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현명하게 옵션을 저울질하더라도, 잘못된 숫자가 나올 수가 있다. 승리를 거두는 팀은 언제나 가장 우아한 계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델링으로 미리 예측하는 것도 아니다. 존 헨리가 어렸을 때 했었던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사용된 주사위가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분석 전문가들을 좌절시키겠지만, 아름다운 경기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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