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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Oct 22. 2016

학교

다니면서 배운것들

그 학교를 다녀서, 그 도시에 살아서 좋은점은 뭐냐는 질문을 유독 자주 듣는다. 사실 나는 패션을 4년이나 이정도의 학비를 내면서 배워야하나 라는 자문을 하곤 하는데, 물론 가장 기본적인 스킬적인 부분과 더불어 패션 업계의 네트워크라던지, work ethic같은것들을 가장 최신의 버전으로,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는 꽤 대단한 것 같아서 다른사람이 물을때도 늘 그정도로 둘러대었다.

사실 그것 말고도 많은것들을 배웠다. 나는 이 학교를 3년째 다니고 있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새로하는 다짐들이어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나는 조금 더 유연해지는데에 익숙해졌다. 각기 다른 배경에서 소식을듣고 이 학교 이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이어서 그런지, 예상밖의 일들이 넘쳐난다. 예상을 자꾸 빗나가면 예상을 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예상을 한다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자기자신의 보호라고 생각하는데, 예상이 본능이라 멈춰지지는 않을지언정 나는 예상밖의 결과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마음을 쌓고 있는 기분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내 고개를 더 유연하게 끄덕이도록 노력하고있다. 여태껏 살아오기를 일희일비가 극심한 캐릭터로 살아온터라, 완전히 떼버리기는 어렵다. 아직은 일희일비의 지속력/영향력을 감소시키는데에 주력을 다하고있다. 그래도 위장에는 도가터서 남들은 내가 일희일비를 하는지도 잘 모르는것같다. 글을 쓸 때나 일희일비하는듯..

또 나는 내 자신에 조금 더 익숙해졌다. 사람이 넘쳐나는 대도시에 살지만서도 혼자 뭔가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게 마음의 문제이건 몸의 문제이건 두가지 함께이건, 부모님 친구들 없이 오롯이 혼자 헤쳐가야하는 상황들이 생겼었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가장친한친구에게도 물어봐도 답이안나오는 문제들을 끙끙거리며 끌어쥐고 결국은 어떤 답지를 선택해도 따라오는 책임들을 배워갔다. 수학처럼 1번이 정답이면 동그라미 하고 넘어가는게 아닌 문제들이 더 많았다. 어쩔때는 혼자 방에 앉아서 내 자신을 죄책감의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밀어버린다음에 지쳐나가떨어진 나를 다시 절벽위로 끌어올려 같은 일을 반복한 적도 많은 것 같다. 혼자 침대위에 앉아서 세상에 나 혼자인것 같아서 몇번 서글프니까 이제는 조금 더 단점을 똑바로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어떻게 신나는지, 슬퍼하는지, 그리고 어떤상황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서 그냥 입 꾹 닫고 눈 부릅뜨고 헤쳐서 걸어나가야하는지, 희미하게 알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내 그냥 모습을 조금더 appreciate하게 되는중이다. 화장도 좋아하고 꾸미고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안경만 끼고 티셔츠 입고 나가는 것도 좋아할 수 있어서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가지 특정한 방식의 아름다움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갇히지 않을 수 있는 도시라 다행이다. 아름다움이라는건 언제까지고 기쁜 대상으로 찬양만 하고싶은 기분좋은것이었으면 좋겠다. 그그것만큼 중독되고 발목잡히기 쉬운게 없는데, 뉴욕에 오기전에는 나도 모르게 미의 늪에 이미 깊이 빠져있었던 것같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의 범위를 넓히는 방법이 좋다. 가지런히 정리된 눈썹와 가지런히 정리되지않은 눈썹이 각자의 길로 아름다울 수 있는 도시에서는, 너 정말 아름답다 라는 말이 단순히 네 얼굴이 작고 눈이 크고 피부가 희며 코가 오똑하다는 말이 아니게된다. 나도 내 주근깨나 거무스름한 다크써클, 안경을 끼면 교수님같아지는 모습, 가늘지 않은 다리 같은 것들을 바라보는 방법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고 있는 중이다. 내가 내 작은 모습들을 사랑하다보면 남들이 내 단점을 굳이 흉봐주는 사회에 가서라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에 살면서 가장 잘하고있는 일은 단연 야작끝나고 기름 줄줄흐르는 1달러 피자 먹으면서 지하철 타러가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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