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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Sep 10. 2023

쓸 말이 없다.

없는 건지 안 만드는 건지, 난청 핑계를 대며 좀 쉬어야겠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저 밖에 이름 모를 풀벌레의 울음소리까지 방안을 울릴 정도다.


가만히 침대 위에 누워서 생각한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였다. 하루종일 엄마랑 드라마를 봤다. 스릴러였다. 범죄자를 쫒는 주인공을 응원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밥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배가 고프면 간식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저녁이 됐고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스트레스성 난청이 재발했다. 귀 한쪽이 먹먹해 잘 들렸다, 안 들렸다를 반복한다. 귀를 핑계로 토요일, 일요일 내내 쉬었다. 그래도 내 귀는 만족을 못했나, 청력은 집 나간 며느리처럼, 돌아올 기미가 없다.


'전어라도 구워야 하나?'


들리지 않는 오른쪽 귀를 핑계로 월요일에 휴가를 냈다. 이렇게 쉬니 글쓸거리가 없다. 글을 쓸까 싶어 생각에 잠기려니, 귀의 먹먹함이 더 심해진다. 지금 이 글의 문장을 더해갈수록 내 귀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도 점점 번져 들리고 있다.


일부러 일이 없을 때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쓸 글이 없을 때도 말이다. 내 집 나간 청력을 돌아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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