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물경력이다.
물경력에 대한 고민과 생각.
이직을 앞두고 있다. 급하게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히는 중이다. 이직하려는 회사는 내가 이 프로그램을 굉장히 능숙하게 사용하는 줄 알고 있다. (써봤냐는 질문에 써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쓸 줄 알지만 한번 써본 게 전부였다.) 면접자리에서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기가 꺼려졌다. 너무 솔직하면 떨어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거짓을 나열하자니, 그것도 마음에 걸렸다.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난 '특별히 어떤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 지칭되기가 어려웠다. 회사에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닥치는 대로 모든 디자인을 다 했다.
할 줄 아는 디자인의 가짓수는 많았지만, 깊이 있게 아는 분야가 없었다. 회사를 다니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기회를 얻었고, 화면 몇 장면을 맡아 디자인을 진행했다.
과업정의서, 스토리보드, IA, 화면정의서 등을 작성하며 '아, 나 uxui디자인을 하러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하고 싶던 uxui분야로 가게 돼서 기쁜 마음도 앞서지만, 그쪽에서 나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을지'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이래서 다들 경력이직은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건가 싶었다. 나는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없고, 내가 지난 5년간 회사를 다니며 해왔던 일이 '물경력'일 것 같다고 느꼈다. 포털에 물경력을 검색하면, 수많은 테스트지가 나온다. 브런치에 물경력에 관해 검색만 해봐도 관련 글이 '800개'가 넘는다.
"다들 고민하며 회사생활을 하는구나"
물경력에 관한 글들을 읽으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자신 있게 '나는 물경력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말 자신의 경력에 한치에 의심 없이 '가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말이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도, 다들 '물경력'에 대한 걱정을 한다.
충분히 필드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걱정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들 회사에서 자신의 한몫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직장인에게 '일'은 마치 운동선수의 '운동'같은 것이다. 모두가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란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키메이커는 한 팀에 1~2명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1~2명의 선수가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모두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 최고의 선수가 되길 꿈꾸지만, 때론 내 역할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키메이커'가 아닐 수 있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자신이 물경력 일까 걱정하는 이유도 같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물경력이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물경력, 그래서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선수이다.
물경력은 걱정의 대상이 아니다. 언제고, 팀을 승리로 이끌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준비된 인재이다. 때로는 키메이커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선수로, 때로는 함께 결승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로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