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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Mar 14. 2024

아니요. 저는 결혼 생각이 없어요.

비혼, 미혼, 기혼.. 나와 인생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나와 인생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결혼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낳고 키워보고 싶다. 지나가는 말로, 부모님에게 '나도 사유리처럼 살까 봐'라고 얘기한 적 있었다.


아버지는 사유리가 누군지 몰랐고, 엄마는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단단하기보단 물렁해지는 나를 볼 때면, 가끔 나보다 더 단단한 누군가의 옆에 서서 보호를 받고 싶단 생각을 한다.


사람을 만나 무언가 털어놓고 싶어 할 때면,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결혼으로 연결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한 곳이다. 지극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사고에서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누군가와 가족이 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평생을 함께하는 것.


결혼은 나와 상대의 그리고 그 상대의 사고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이 시작점을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이라, '결혼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꽤나 어릴 때(초등학생 때)부터 해왔다.


누군가를 쉽게 믿는 것도, 그리고 그 상대의 사고방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내게는 너무 버겁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생긴 모습이 다른 것만큼이나 사고방식의 폭도 너무 다르다.


같은 걸 보고 느껴도, 누구는 '세모'를 말하는 반면 누구는 '동그라미'를 말한다. -조별과제가 산으로 가는 이유도 이런 것들 때문 아닐까-

여기서 세모와 동그라미 중 한 사람은 이해를 해야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자기와 상대의 생각이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모와 동그라미 중 선택을 하거나, 혹은 둘의 절충을 통해 네모를 만들어야겠지.


나는 여기서 의사결정의 합의점을 도출하거나, 사고 교환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는 과정을 몹시 괴로워하는 편이다. -물론 이 과정을 잘 견디고 숙달된 사람들이, 비교적 인생을 잘살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끌어 간다는 걸 알고 있다.-


엄마는 이런 내가 '주관이 너무 확고한 사람'이라, 그런 걸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단순히 대화를 하거나, 간단한 결정들은 어떤 모양이 되던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에 접어들면 얘기는 달라졌다.


내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침범하는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면, 가끔 나는 상대의 말에서 내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상대가 '내가 a라는 의견을 주었으니, 앞으로 a와 유사하게 행동하거나 a를 고려해서 행동해 줘'라고 하면 아마 난 앞으로 그 상대를 다신 만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a라는 이유가 과연 합당한가'부터 시작해 '그것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될 테니 말이다.


결국 고민의 종착지는 '나를 바꾸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지'로 흘러간다.


아직까지 모든 관계에서 내 대답은 'No, '였다.


내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사람, 혹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타협하면서 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을 평생에 걸쳐 만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결혼에 큰 뜻이 없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도. 아직은 받아들일 준비가 덜된 어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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