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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Jun 09. 2024

디자인은 어떻게 배울 수 있나요?

디자인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내가 했던 것.

디자인 일을 하며, 늘 내게 필요한 건 배움이었다. 개인적으로 내 작업물은 비주얼 요소가 강하지 않다고 느낀다. 흔히 말해 한눈에 '우와'하고 볼만한 그런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주얼을 아트적으로 이끌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툴의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의 교육시스템도 점점 좋아지는 추세다. 그리고 원한다면 디자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자신의 비주얼에 맞는 스킬들을 익힐 수 있다. 라떼는 말이야.. 다 알아서 했어


실무에 오래 있으니, 점점 아트적인 그래픽들과는 멀어진 것 같다. 더 심플하고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거나, 아니면 시선의 주목도를 확 끌어올 수 있는 키치 한 디자인을 위주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내 실력도 시선도 딱 그쯔음 어딘가에 머물게 되었다. 


최근에 디자인 모임-공유-를 시작했다.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자신의 작업물을 보여주고 공유하고 피드백을 하는 모임이다. 시각 쪽 업무를 주로 진행한 2분이 새롭게 모임에 오셨다.


2분의 포트폴리오를 소개받았다. 한 분은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 했다. 학교에서 했던 작업물들이, 내가 실무 때 뽑아냈던 그래픽보다 좋아 보였다.  나는 학생 때 뭐 했지 그리고 그분이 학교에서 교수님을 통해 들었던 피드백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피드백을 꽤나 자세하게 해 주시는구나' 싶어서, 괜히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과제의 주제도, 만들고자 하는 내용도, 완성된 작업물도 모두 알아서 해서 알아서 정해오던 때가 말이다. 학생 때 정말 많은 걸 배웠지만, 또 한편으로 바라보면 많은걸 스스로 배워야 했다. 기억에 남는 교수님의 피드백이라면, '너는 디자인 보는 눈을 더 길러야 해.' 정도가 내 인생의 모토이자 기준이 된 가르침이었다. 


나는 비교적 디자인을 못하는 학생이었고, 교수님의 그 말을 마음에 세기며 늘 분석적으로 디자인을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 입사했는데, 그때 사장님께서 걸어 다니며 보이는 광고판 하나하나를 다 분석하라고 하셨다. 갑질 of 갑질의 끝판왕인 사장님이셨지만, 일적으로는 정말 많이 배웠다.


그 이후부턴 걸어 다니며 보이는 모든 걸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왔다. 간판하나, 전단지 한 장에도, 고칠 점과 배울 점을 찾으며 부단히도 열심히 '디자인을 보는 눈'을 길렀다.



(최근에 내가 본 간판. 길을 걷다가 좋은 디자인이 있거나, 혹은 고치고 싶은 디자인이 있을 때 사진을 찍으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편. 지금 이 사진의 간판은 너무 재밌는 요소들이 많아 찍어봤다. 


밥이라는 글자만 위로 올라가 있는 형태, 아마 교정부호를 떠올려 밥을 엄마 찬스 사이에 넣는 형태를 만드려고 한 거 아닐까.


수저와 젓가락이 가운데로 '밥'이 크게 들어가 어떻게든 '이 집'이 식당이라는 걸 알리려는 노력. 그리고 자세히 보면 젓가락과 수저로 간판 양옆 그리드를 나누려는 시도가 보인다. 


근데 그 와중에 수저 속으로 젓가락은 뚫려있다. 보면서 이거야말로 90년대, 엄마밥일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들어가면 노모께서 '어이구 밥 먹으러 왔어? 저어기 앉아~ 밥 가져다줄게'라고 말할 것만 같다. )



매일 밖을 돌아다닐 때면 수많은 시안들이 눈에 들어왔다. 디자이너의 의도와 목적을 유추해 보며 고민을 거듭하며, 상상 속 수정시안을 여러 개 뽑아내곤 했다. 그렇게 최소 5년, -내가 실무에 몸담은 지가 6년이닌깐 최소 5년은 됐다고 생각한다- 매일같이 걸어 다니며, 하루도 시안을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일부러라도 지하철을 이용하며 광고시안을 봤고, 걸어 다니다가 좋은 패키지가 보이면 물건을 사지도 않을 거면서 들어가 재질부터 인쇄 내용물까지 꼼꼼히도 살펴봤다. 


하루는 화장품매장에 들어가 온갖 종류의 화장품 사진을 다 찍었다. 오죽했으면 직원이 어디서 나왔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때는 그것 말고는 '내 디자인 실력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어떻게 디자인을 배울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바란 걸까?


지금은 대충 보면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머릿속에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여러 개의 시안을 빠르게 조합해 내는 것도, 다른 이의 시안을 흡수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도 수월해졌다. 어느 정도는 시각적 밸런스가 맞는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디자인을 보는 눈'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라는 감을 졸업한 지, 7~8년이 지난 이제야 알 것 같다. 내 디자인 실력은 이제 겨우 '눈'을 만들어낼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그 당시에 눈이 만들어진 친구들이 있었겠지? 그 친구들은 지금쯤 괴물이 됐으려나.. 


시각적 밸런스를 이제 겨우 맞출 수 있게 된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재능이 얼마나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가도, 이만큼이나 노력한 스스로가 대견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 눈 -엄마가 주신 눈 말고, 디자이너로써의 후천적눈- 이 생겼으니, 디자인하기 더 수월해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오산이다. 


눈이 생겼으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상 모든 작업물들이 자신이 얼마나 벨런스가 맞지 않는지 소리칠 거고, 그 안에는 '내가 만든 작업물'도 포함된다. 그리고 내가 만든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 이어지는 고민이 생긴다. 


"나는 왜 저렇게 만들지 못하지?"


이제부터는 스킬의 싸움이다. 툴을 얼마나 다채롭게 쓸 수 있는지, 3d와 2d를 얼마나 적절하게 섞어낼 수 있는지, 글꼴-타입을 얼마나 잘 수정해 낼 수 있는지.... 등등


다행히도 요즘엔 툴을 가르쳐주는 학원이나 유튜브, 강의들이 많다. 만들어내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찾고 공부해서 비주얼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무래도, 내 디자인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눈을 찾았으니, 조금 더 비주얼적 아티스틱한 작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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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자이너로써 '비주얼'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용성도 고민해야 하고, 기획의도와 목적도 파악해야 한다.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디자인인지도 빠질 수 없는 고민포인트이다. 지금은 uxui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아트적인 디자인보단, 단순하고 심플하지만 직관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기획과 해결성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점에 선 더 이상의 디자인-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아트적인 디자인-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무를 헤쳐나가기에 충분한 눈을 길렀기 때문에.


 하지만 디자이너로써의 성장은 항상 부족한 점을 메꾸려고 할 때 더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부족한 부분을 언젠가 다 채울 수 있게 된다면, 나도 '스스로 디자인을 많이 배웠다.'라고 생각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여담

디자인 모임 '공유'는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자신의 작업물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모임은 5주 차 사이클을 도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각자 매주 작업 후 자신이 공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가져와 내용을 나누며 성장을 도모합니다:) 언젠가, 저희 모임에 대해서도 소개할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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